독사와 고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독사도 독사 나름일 것이고 고양이도 고양이 나름일 것이다. 예전에 사냥개인 코카 스파니엘을 몇 마리 키운 적 있다. 용감하고 솜씨 좋은 녀석 이었던 코시는 매년 마당에 출몰하는 뱀을 서너 마리 잡는 반면, 소심하고 겁이 많은 콜라는 뱀에게 두 방이나 물려 일주일 동안 하마 얼굴로 고생한 적이 있다. 퉁퉁 부어 주둥이가 거의 다섯 배로 부었었는데(반견반하마) 그것도 즉시 독을 짜내고 병원으로 달려가서 해독 주사 맞히고 꾸준히 약을 먹였는데도 그랬다. 고양이와 뱀이 싸워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느닷없이 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나는 오늘 아침 마당에서 뱀을 보았다. 커피 한 잔 들고 마당에 나섰다가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순발력을 발휘하여 헛다리 짚느라 뜨거운 커피를 쏟을 뻔 했는데 다행히 뱀은 죽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흑색의 독사가 목이 꺾인 채 죽어 있었다. 나는 지난 밤 자다가 이불 속에서 들었던 끔찍한 소리가 떠올랐다. (아~그 소리가 그 소리였구나...) 창 밖에서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고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도 잠이 깨어 “수리랑 서리가 싸운다. 저 놈들이 왜 싸우지?” 하고는 다시 잠들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수리가 뱀을 잡느라 일으킨 소동이었다. 나는 징그러운 뱀을 멀리 덤불속으로 던져버렸는데 한참 뒤에 내가 뱀을 발견한 곳에서 수리가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었다. 분명 여기 있을 텐데 어디 갔지? 어디 갔지? 하며 찾는 걸보니 웃음이 나왔다. 전리품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으니 매우 아쉬운 듯했다. 마당에 돌아다니는 뱀을 고양이가 처리해주니 내심 고맙다. 더군다나 수리는 냥작 작위를 가진 귀족냥인데 집사 가족의 안전을 위해 달도 없는 깊은 밤에 위험을 무릅쓰고 싸워 이겼으니 자랑할 만 하다. 수리 덕분에 뱀 걱정을 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현관 밖에 있는 신발을 신을 때 항상 조심스럽다. 장화 안에 뱀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운동화 안에 지네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독을 가진 것들의 공격을 받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엄천골짝 산 아래 첫 집에 살다보니 야생벌 퇴치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처마 밑 말벌이 집짓기 좋은 곳은 수시로 살펴야 한다. 큰 집을 짓기 전에 떼어내지 않으면 말벌은 순식간에 농구공만한 집을 지어버려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된다. 수리는 독사도 잡는 끔찍한 녀석인데 아내는 수리가 이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아침에 눈 뜨면 커피 한 잔 들고 수리야~하며 아침 인사하러 나가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수리에게 굿 나잇~ 하며 한번 쓰다듬어 준다. 수리를 끔찍하게 이뻐하는 아내는 하루 종일 수리랑 교감하려고 하는데 마치 아기를 키우는 것 같다. 수리는 마당냥이지만 틈만 나면 엄천골짝을 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하루의 절반 이상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는 수시로 수리를 찾는다. “수리야~ 수리야~어딨니?” 아내가 수리를 부르는 소리는 리듬이 있어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 수는 낮은 8분 음표, 리는 고음의 4분 음표, 야~는 다시 낮은 2분 음표로 제목을 모르겠는데 조용필의 노랫말 중 “ 엄마야~나는 왜 자꾸만 보고 싶지~” 에 나오는 엄마야 와 비슷한 리듬이다. 다만 아내가 부르는 노래에는 즐거움과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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