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매형이 요리사였는데 멋있어 보여서 나도 요리사가 됐죠. 이건 방송용 멘틉니다.” 최근 이전 확장 개업한 ‘토마토’ 레스토랑 정인수(52) 대표는 “요리사인 큰 매형의 모습이 멋있어서 요리사가 됐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30여년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된 진짜 사연을 이야기했다. 함양읍 교산리 봉강이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 두 명과 함께 셋이서 무작정 서울로 갔다. 서울에 가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각자 3만원씩 준비해 가출 아닌 가출을 했다고 한다. “그때 3만원이면 지금 돈으로 얼추 30만 원쯤 될 건데, 9만원이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3명이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3만원씩 준비해 상경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에 도착한 첫날 저녁에 9만원을 몽땅 써버렸단다. 돈도 없고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어쩔 도리가 없어 요리사였던 큰 매형에게 연락했다. 매형은 그를 강남의 한 레스토랑 보조로 취직 시켰다. 정 대표의 요리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2년 동안 설거지만 시켰다. 3년 차가 되어서야 겨우 칼을 잡게 했다. 다시 채소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 몇 개월이 지나니 고기 손질법을 하나 둘 가르쳐 주었다. 정 대표는 “경양식은 고기 손질이 가장 기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리의 시작”이라고 했다. 4년 차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4년을 일했지만 요리를 배운 것으로 따지면 1년 남짓이다. 이 레스토랑 주방장이 유명 호텔 주방장으로 스카우트 되면서 평소 눈여겨봐 왔던 그를 데리고 갔다. 덕분에 호텔 요리사가 됐다. 처음 만난 주방장 밑에서 호텔 요리사로 10년을 근무했다. 거의 모든 양식 요리를 마스터할 수 있었다. 양식조리사 자격도 땄다. 과장까지 진급했으나 더 이상 진급할 수 있는 자리가 나지 않았다. 강남의 대형 레스토랑 주방장 제의를 받고 일터를 옮겼다. 하루에 돈가스만 1000개가 팔렸을 정도로 강남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혼자 요리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 1000인분이지 1000인분을 준비하려면 잠시 한눈팔 시간도 없다”며 그때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강남의 레스토랑 주방장으로 7년을 일하다 뷔페 주방장을 맡아 4년여를 일했다. 뷔페 주방장을 하면서 한식과 중식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 일식을 제외한 모든 요리를 할 수 있게 됐다. ‘토마토’를 개업해 혼자 주방을 책임지면서도 다양한 메뉴를 내놓을 수 있는 까닭이다. 돈가스 종류 만해도 17가지다. 파스타 11가지, 리조또(볶음밥&덮밥) 9가지 등 식사류만 무려 40가지에 달한다. 안주류도 30가지가 넘는다. 처음 토마토를 찾은 손님이나 단골손님이나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건 매한가지다. 정 대표는 “손님의 기호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메뉴를 선택하든 후회 없게 늘 요리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쌓은 30여년 내공을 자신감으로 표현했다. 그는 토마토 레스토랑이 아니면 함양에서는 맛볼 수 없는 두 가지 메뉴를 우선 추천한다. ‘빠네스파게티’와 ‘해물리조또’다. 빠네스파게티는 하드롤 빵 속에 크림소스와 새우, 브로콜리, 양송이가 들어간 크림 스파게티로 이탈리아 전통음식이다. 해물리조또는 해물 볶음밥에 치즈를 올려 오븐에 구운 매콤한 요리다. 다소 낯선 메뉴는 메뉴판에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두었다. ‘토마토’는 최근 함양읍 함양로 1143 함양도서관 앞 빌딩으로 확장 이전했다. 이전 전까지는 바로 옆 건물에서 5년 동안 군민들에게 경양식의 추억을 이어주었다. ‘토마토’는 오전 11시30분에 문을 열어 밤 12시에 문을 닫는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2시부터 4시30분까지는 저녁 영업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매주 일요일은 휴업일이다. 정 대표는 “30년 요리사의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요리사도 매력 있는 직업이다”면서 지역 청소년들에게 요리사의 꿈을 키워 볼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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