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무덥던 여름이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고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을 앞세우며 가을이 곁에 와있다. 풍요의 계절, 결실의 계절, 단풍 등의 낱말을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한다. 하지만 가을에 심한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특이한지 한여름에 가을을 느끼기도 하고 단풍보다는 낙엽이 먼저 떠오르고 휑하니 불어오는 바람의 모습에서 그리움과 외로움, 끝내는 고독에 휩싸이는 때가 많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넘치게 받고 자랐다. 여러 형제들과 친구들이 있었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사랑과 관심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마음 깊은 곳에는 언제나 외로움이 있었다. 이 외로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 신앙적으로 생각해 볼 때 그건 신의 품을 떠나온 원초적인 외로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살며시 들긴 하다. 어쨌든 이런 외로움은 결혼을 하고나서 조금 줄어들었다가 십여 년 전부터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마흔 다섯 그리고 작년에 절정의 외로움과 고독을 맛보았다. 참 힘든 시간이었지만 데이비드 가렛의 바이올린 연주와 기도와 독서를 통해 그 시간을 이겨내니, 내면이 더욱 성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좋은 결과물까지 얻게 되었다. 마흔 다섯에 겪은 고독을 통해서는 시인으로 등단을 했고, 작년에 만난 고독을 통해서는 세 편의 시가 작곡가를 통해 가곡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가 중에도 ‘가을날’ 이라는 시를 쓴 가을의 대표적인 시인 릴케와「불안의 서」를 쓴 페르난두 페소아,「일기」를 쓴 아미엘 등 수많은 작가들이 고독을 통해서 많은 사색을 하고 큰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를 보면 고독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그것의 정도와 크기와 깊이는 다 다르다. 특히 나의 고독은 아픔을 동반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고독을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올해도 한여름에 가을을 느낀 나는 8월 한 달간 몇 권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성경을 비롯해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 세계 삼대 심리학자 중 하나로 불리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대화로 풀어낸 「미움 받을 용기」, 세계적인 정신의학자이며 잠재의식 분야의 권위자인 조셉 머피의 어록 해설서 「커피 한 잔으로 10억을 번 사람들」이 그것이다. 놀랍게도 이 책들의 공통점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라는 것이었다. 행복이란 결국 우리의 마음가짐이며 마음에서 시작된다. 모든 사람에게는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행복을 선택한 사람은 행복하게 되고 불행을 선택한 사람은 그대로 되는 것이다. 순간순간 나타나는 부정적인 생각과 슬픈 생각들을 버려야 한다.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고 많이 감사한다면 분명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삶은 배움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라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말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보면 기분이 좋고 감동을 받게 된다. 놀이는 기쁘고 즐거운 것이다. 그러니 인생을 놀이처럼 생각하고 즐겁게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 돈을 벌고 내일 행복할 것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행복은 미래도 아니고 과거도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 내가 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 지금 내가 여기에서 행복한 행복이 모여서 결과적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요즘 내 의식이 완전할 때 수시로, 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는 유사수면상태에서도 내게 사랑스럽게 속삭인다. “가을은 아름답다. 가을엔 참 행복하다.”라고. 그러면 행복이 스르륵 가슴에 들어오는 듯하다. 여러 책을 읽고 깊은 사색을 통해 나의 마음과 의식이 바뀌니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내가 행복한 것만큼 독자들도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가을, 모두가 행복의 문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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