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는 흙을 누르고 당기고, 뭉개고, 굴리면서 온갖 감정의 순간들에 흠뻑 젖는 행복한 예술입니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편안함이란 ‘순수한 나’로 돌아가는 행복감이자 자연에 녹아드는 절정의 순간입니다.” 함양읍 교산리 흙다움도예공방 염선주(42) 씨는 흙의 촉감이 너무 좋아 도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함양읍 용평리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함양에서 졸업하고 진주 국제대에 진학했다. 도예가 아닌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사회복지학사로 사회복지사1급 자격도 취득했다. “도예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경남지역 대학에는 도예과가 없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는 염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신접살림을 차렸다. 전업 주부로 가사에 전념하던 그는 도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취미삼아라도 도예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남원시에서 운영하는 ‘도예대학’에 다니며 꼬박 2년 동안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남원시 도예대학은 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비정규 교육기관이라 간단한 생활도자기를 만드는 취미반 정도의 기술만 가르쳤다. 그는 기본과정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보다 깊이 있고 체계적인 도예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남편 민병조(46) 씨의 외조에 힘입어 2005년 두 번째 대학에 진학했다. 전남도립대 도예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함양과 전남 담양을 오가며 도예에 대한 다양한 기법과 유약 만드는 법 등 일련의 과정을 익혔다.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땐데 학교 가는 날은 남편이 거의 다 아이를 봐줬다. 어떤 날은 학교까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며 “남편의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도예가의 삶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도예를 배울 때도 그랬지만 공방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지금도 염 작가에게는 건설업을 하는 남편이 큰 버팀목이다. “남편은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라 많이 도와 준다”며 “공방도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품 활동을 위한 작업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열었다”고 한다. 아무런 부담 없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묵묵히 지원해 주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세 자녀 등 가족에 대한 사랑은 작품을 통해서도 녹아낸다. 생활도자기나 다기(茶器)세트 등을 만들어 오다 2년 전부터는 사람의 표정과 모습을 형상화한 테라코타 작품에 꽂혀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모두 가족이다. 지난 5월 함양문화예술회관 초대작품전 ‘4인4색전’에서 그의 작품이 눈길을 끈 이유다. 도예, 문인화, 서양화, 압화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4명의 작가가 초대전을 열었는데 염 작가는 ‘가족’이라는 주제로 테라코타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테라코타작업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며 “따스한 햇살처럼 미소를 한가득 전해 주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우람한 느티나무처럼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 세찬 비바람을 막아주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소중한 기억의 순간들을 작품에 녹여냈다”고 했다. 그는 연주가로서의 꿈을 다지고 있는 아들(16)과 큰딸(13)은 호른과 오보에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아 아이들의 꿈이 더 크게 자라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막내딸(6)로 태어나 가족의 상큼한 비타민이 되어주고 있는 딸아이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테라코타로 형상화하면서 가족의 사랑과 행복이 자연 속에서 여물어 가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순백의 원피스를 입은 단아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4인4색전에는 남편의 모습을 대신해 느티나무 형상의 도예품이 자리를 지켰다. 염 작가는 “우리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인 남편만큼은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느티나무로 표현했다”며 남편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작품전 이후 자신과 남편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테라코타를 만들고 있는데 작품이름은 ‘바라봄’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는다. 도예는 기다림과 설렘의 반복이라는 염선주 작가. 흙을 다지듯 삶을 다져 가며 한층 더 완성되어가는 젊은 도예가의 삶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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