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여름이 오나 싶더니 벌써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났다. 삼복더위도 다 지나간 것이다. 무더위와 열대야 현상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좀 수월하게 견딜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가 작년 여름 전에 없던 혹독한 무더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우리는 잠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찜통 같은 무더위와 싸웠다.
필자는 해발 600m 덕유산 자락에 집이 있어서 여름에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고 늘 자랑했었는데 이제 그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거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놓았는데 2층에도 한 대 들여야 한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 고장은 한여름에도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삶은 감자와 옥수수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름을 지냈다. 밤이 되면 마을 앞에 졸졸 흐르는 냇물에 몸을 담그노라면 그 시원함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작년 여름은 나무 그늘에 앉아 있어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고 선풍기를 틀어도 별로 시원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요즈음은 시골 도랑도 여러 가지 생활하수들로 오염이 되어서 물에 들어갈 마음도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다행히 정부에서 마을회관과 노인정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어서 그 덕분에 마을의 연로하신 분들이 함께 모여서 시원하게 여름을 보냈다. 그런 혹독한 더위를 지났기에 좀 더워도 작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하면서 이겨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날씨보다도 다른 요인들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유난히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들 때문에 그 가운데 놓여 있는 우리나라도 심각한 국가적 몸살을 앓고 있다.
풀릴 것 같으면서 꼬인 실타래처럼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남북이 힘을 합쳐도 세계열강들 가운데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가기도 버거운데 아무 소득 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니 통탄할 일이다.
우리의 지나온 역사 가운데 우리 민족에게 차마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준 일본은 자신들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상처가 더 곪아가도록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의 든든한 우방이라고 믿었던 미국도 이제 자국의 실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대내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극단적인 갈등과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공동체가 건전하고 건강하게 세워지고 유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전체를 위해서 개인이 조금씩 희생하고 양보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모두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우고 고집하며 주장한다면 그 사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대외적으로 어려울수록 우리 국민이 하나로 단결하여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함과 아울러 여러 분야에서 기술적으로는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있고 우리 힘만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이번을 계기로 지금이라도 미비한 부분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연구, 개발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어려운 시기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서 그 난관을 극복해 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무형의 하나의 큰 국가적 자산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지금도 그런 잠재력이 있다. 보검(寶劍)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연단의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조치” 와 같은 것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담금질이 될 수도 있다.
어떤 항해자들은 바람과 파도를 만나면 무서워하지만 유능한 항해자는 항상 바람과 파도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 바람과 파도를 잘 활용해서 더 빨리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탄하고 평안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늘 그런 상황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나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실로 다양한 민족과 국가들이 때로는 어우러지고 때로는 경쟁하며 살아가는 어쩌면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어려움과 위기가 없을 수가 없다.
위기는 아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한탄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생각하고 일어서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강하고 단단한 국가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