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쉽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보람도 있습니다.” 함양군 강소농 ‘허농부’ 허순식(42) 대표는 8년간의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지곡면 정취마을로 귀향해 농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는 2005년 대학을 졸업하고 큰 나라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 : 18세부터 25세까지의 청소년에 한해 취업 비자 없이 일하면서 서로의 국가를 장기간 여행하는 것을 인정하는 제도)를 신청해 호주로 떠났다. 금세 호주의 매력에 빠져 장기 체류를 위한 일자리를 구해 경험을 쌓은 뒤 창업했다. 오래전부터 교제했던 아내와 2008년 11월 결혼식도 올렸다. 열심히 일한 덕에 사업도, 생활도 안정되어 갔다. 호주에서 영구 정착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생 농사와 한과생산을 해온 부모님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되지 못했다. 농사일이 점점 힘에 부쳤다. 3남1녀 중 막내였던 그는 형제들과 의논 끝에 자신이 가업을 잇기로 했다. 8년간의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2012년 말 귀향했다. 허 대표의 부모님은 사과 과수원 2500평(8300㎡)과 벼농사 30마지기(1만5000㎡) 외에도 밭농사 등 복합영농을 했다. 게다가 부업으로 한과까지 만들며 부지런하게 살아 왔다. 그는 귀향 후 부모님과 함께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도와왔던 터라 농사일이 영 낯설지는 않았지만 직접 농사를 전업으로 하다 보니 만만찮다는 사실을 이내 체감하게 됐다. “농사짓기 정말 힘들다”는 그는 “농사만 지으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그 보다 들쭉날쭉한 농산물 가격과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재해, 판로 문제 등 농업인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농부의 노력과 땀,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품질 등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보다는 농산물 가격으로만 농업인들의 가치가 결정되는 듯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허 대표는 ‘위생 제일주의’이다. “먹거리만큼은 위생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내가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나 자신이 먹지 않는 먹거리를 판매해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첫째도 위생, 둘째도 위생, 셋째도 위생이다”고 강조 했다. 시설 개선을 위해 그는 20여 년 동안 부모님이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오던 한과생산 작업을 2014년 중단했다. 이후 차근차근 준비해 2017년 최신 설비를 갖춘 한과 공장을 지어 지난해 3월 ‘허농부’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한과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허농부에서 생산하는 가공제품은 7가지다. 땅콩강정, 씨앗강정, 들깨강정, 찹쌀사과유과, 구운찹쌀사과유과, 조청산자 등 한과류 6종과 최근에는 김부각도 생산하고 있다. “허농부에서 판매하는 한과가 비싸다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한과의 주원료인 찹쌀과 사과는 100% 내 손으로 생산해 사용하고 조청도 직접 만든다. 해바라기씨 등 국내 생산량이 적은 일부 씨앗류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지역 농산물이다. 꼼꼼히 따져 보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인기가 많은 찹쌀사과유과는 전국에서도 흔치 않는 제품인데 구운찹쌀사과유과는 위생을 생각해 모래가 아닌 소금에 구워 만들기 때문에 생산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팔고 있다고 했다. 허농부에서 생산한 한과는 맛도 맛이지만 진공포장을 통해 바삭한 식감을 유지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이 모두가 과감한 시설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허 대표는 조만간 식품안전관리 인증(HACCP)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허농부에서 생산한 한과는 전화주문이나 대전통영간고속도로와 광주대구간고속도로 함양휴게소 및 산삼휴게소 상하행선 등 4곳의 로컬푸드매장, 전국 농산물 특판장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허 대표는 또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 어르신들의 농산물도 높은 가격으로 수매해 판매를 대신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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