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지정생존자>는 “그게 정치” 라며 정치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다. 정치적 언어는 현실을 꿰뚫어야 하고 상대 당의 수를 읽고 국민의 반응과 그 파장까지 생각해야 하므로 일반인의 상식을 초월하는 무엇이라는 것. 허구라는 자막이 매회 지나가고 시청자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지만 동화나 판타지처럼 비현실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개인이 모두 체험할 수도, 알수도 없다. 언론과 문화,예술로, SNS를 포함한 파다한 설說로 인지할 뿐이다. 게 중에는 왜곡도 전도도 허위도 있을 것이고 팩트라 할지라도 해석은 분분하다. 구부리기도 하고 펴기도 하는 언어는 건축이고 유희이고 방편이며 가시가 되고 칼날도 된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떤 언어에 휘둘리게 될지 모른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조치와 백색국가제외 발표로 빚어진 한일 갈등은 “우방”의 정의定義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우호적인 관계란 뒤집을 수 있는 것이므로 경계와 의심을 접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방”은 허위와 기만이 내재된 언어의 유희와 방편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 준 셈이다. “때로는 강력하고 단호한 사자처럼, 때로는 교활하고 교묘한 여우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그래서 종종 떠오른다. 상대의 얼굴에서 교활하고 교묘한 여우의 얼굴이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경우 강력하고 단호한 얼굴을 해야 할까, 한 수 위의 교활하고 교묘한 얼굴을 보여주어야 할까. 돌아가는 판을 보면 구한말의 무력이 무역으로 바뀐 것일 뿐 그때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의병은 총칼을 들었으나 지금의 국민은 “NO 아베”를 외치며 불매로 결사항전 중이다. 카이스트 교수 100명은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한 품목의 국산화를 위해 소재,부품,장비원천기술 자문단을 꾸려 지난 5일부터 국내기업 지원을 가동했다. 이틀 뒤 서울대도 특별전담팀을 꾸려 직접상담 뿐 아니라 독일 등 다른 선진국 기술도입 등도 중계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은 일본산 반도체 소재를 국내산이나 유럽, 미국 등으로 교체, 탈脫일본 계획을 발표하고, 일본기업은 삼성과의 거래를 유지하고 싶다며 중국이나 한국에서 소재를 생산해 납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도 있었다. 독일, 벨기에 등의 수입처도 확보한 모양이고, LG를 비롯해 다른 기업들도 국산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다.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아베 위에 대한민국은 날고 있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미중일이 어떤 틈을 비집어 어떤 손을 내밀지 알 수 없는 현실이다. 트럼프는 정치를 ‘돈’과 결합하여 무리한 손을 내미는 중이고, 아베는 전범의 후손답게 정치를 ‘칼’의 확보에 두었으니 그 행보도 지난해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경제를 교란시켜 경기침체를 유도하고 둥북아의 패권을 잡기 위한 매서운 눈초리가 한반도를 겨냥한다. 이런 와중에 동분서주하는 기업과 불매로 일본에 맞서는 국민들을 정치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 지 궁금하다. 국민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지, 아니면 다른 일에 신경쓰느라 이를 외면하는지. 지겨운 정쟁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난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기울여 국민의 애국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떤 언어로 선동해도 알 것은 다 아는 국민들이다. “그게 정치’라는 말의 이면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냉철함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언어의 늬앙스를 판단하기도 한다.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국민을 위한 일을 하면 된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세익스피어의 말은 어디에 갖다 붙여도 모자라지 않는다. 정치적인 모든 것의 끝에는 국민이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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