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림 연밭에는 많은 물풀이 더불어 살고 있다. 오래전 논농사를 지으면서 함께 해온 것과 연밭을 만들면서 심은 것이 섞여 있다. 물달개비 물옥잠 올방개 사마귀풀 수염가래꽃 여뀌바늘 자귀풀 한련초 고마리 미국가막사리는 예전부터 논가에서 볼 수 있었다. 꽃창포 창포 노랑꽃창포 연꽃 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 부레옥잠 물양귀비 마름 부들은 연밭경관단지를 만들 때 들어왔다. 물달개비와 물옥잠은 번식력이 대단하다. 비교관찰 하기에 재미있는 식물이다. 이들 씨앗은 진흙 바닥에 휴면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4년의 관찰 결과 2018년 물옥잠이 연밭 여기저기서 큰 무리로 피어나 장관을 이루었다. 이 둘은 매우 닮았지만, 크기와 생육특성에 차이가 있다. 5~6월경 물달개비는 실처럼 가느다란 잎을 수면에 바짝 붙인 채 자라고, 물옥잠의 잎은 처음부터 길쭉하고 빳빳하게 수면 위로 올라온다. 물옥잠 꽃은 잎줄기 위로 쑥 올라와 뚜렷한 송이꽃을 한 무더기 피워낸다. 꽃이 활짝 피면 한바탕 문전성시를 이룬다. 물달개비의 왜소한 꽃과 비교된다. 물달개비 꽃은 해가 지면 꽃잎이 오므라진다. 햇빛에 유달리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키가 작고 꽃이 잎 사이에 가려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들 꽃은 9월에 주로 볼 수 있다. 꽃이 지고 나면 꽃자루가 통째로 고개를 숙인다. 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도 꽃이 지고 나면 꽃대가 물 아래로 고개를 숙인다. 물속에 씨앗을 떨구기 위한 물풀의 오랜 경험으로 보인다. 물달개비나 물옥잠은 한해살이풀이라 그 자리에 씨를 떨어뜨려 다음 해를 기약한다. 어떤 물풀은 물길을 따라 씨앗을 퍼뜨린다. 꽃창포나 노랑꽃창포는 열매가 익으면 꼬투리가 봉선을 따라 벌어진다. 채곡채곡 쌓인 씨앗을 물가에 토해 낸다. 씨는 둥글넓적해 수면에 둥둥 떠서 물길을 따라 이동한다. 자귀풀은 익으면 꼬투리의 잘록한 마디마디가 톡톡 떨어진다. 마디는 조직이 성글고 가벼워 부레 역할을 하면서 물에 잘 떠내려간다. 그 안에 야생콩을 닮은 씨가 하나씩 들어있다. 부들처럼 솜털에 싸인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물풀도 있다. 부들은 큰 키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씨앗은 곰팡이나 부식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 생활환경에 따른 보호장치가 없으면 후손을 잇기 어렵다. 현재에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대단한 성공이다. 지혜의 달인들이다. 길가나 물가에서 자라는 작은 생명 하나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사마귀풀과 수염가래꽃은 청초하면서도 특이한 꽃 형태를 지녔다. 아주 작은 꽃잎을 들여다보면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다. 사마귀풀은 3개의 수술 아래에 보라빛깔 하트 모양이 숨어 있다. 수염가래꽃은 꽃잎이 절반으로 자른 듯 한쪽으로만 피어있다. 반쪽의 연잎이라 해서 ‘반변련(半邊蓮)’이라 한다. 양쪽에 한 장씩, 가운데 깊게 갈라져 3장처럼 보이는 한 장의 꽃잎으로 되어있다. 사마귀풀과 수염가래꽃은 마디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고 무성하게 번져나간다. 이들은 사람의 발에 밟히면 누워서 자라지만, 좋은 환경에서는 곧게 선다. 결국 누워서 자라고 싶은 식물은 없다. 마찬가지로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고 싶은 사람도 없다. 우리의 바탕이 되는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상림 연밭경관단지에서 빠질 수 없는 삼총사는 창포와 꽃창포, 노랑꽃창포이다. 이 식물들은 닮은 듯 다른 특성을 지녔다. 서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창포는 오래된 약초이자 방향식물이다. 그래서 창포가 사는 곳은 인류의 생활터전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창포꽃은 특이하다. 칼날 같은 잎들 사이에서 꽃자루가 잎처럼 올라와 중간쯤에서 열매처럼 생긴 꽃이 핀다. 가을에 그 모양대로 검붉은 빛깔 열매가 된다. 하지만 헛씨다. 오래도록 뿌리줄기로만 번식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식물이라 하지만, 생식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상림에서 창포는 수서곤충이나 어류의 좋은 생활터전이 되어 준다. 창포 잎에 붙은 잠자리 탈피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여름 비 오는 날, 실잠자리들이 잎새 사이에서 하트를 그리며 교미하는 것도 볼 수 있다. 꽃창포와 노랑꽃창포는 꽃을 위에서 바라보면 3개의 두꺼운 꽃덮개가 뚜렷이 보인다. 이 안쪽에 꽃술이 숨어 있다. 벌은 이 꽃덮개를 비집고 들어가 꿀을 빤다. 이때 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꽃이다. 꽃창포는 고산 습지에서 주로 사는 희귀식물이다. 진한 자주빛 바탕에 노란 허니가이드가 조화를 이루는 우아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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