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덧 ‘입추’라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 왔네요. 그토록 무더웠던 여름... 찜통 같은 집안 열기를 피해 밤이면 마을 앞 다리에 나가 더위를 식히곤 하는데 동네 앞 시원한 엄천강의 강바람은 언제나 시원하답니다. 동네 할머니들도 더위를 피해 밤나들이를 나오시곤 하는데 요즘은 밤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아니면 기력이 떨어진 탓인지 많이 나오지 않으시네요. 그러고보니 해가 거듭될수록 할머니들의 밤나들이 숫자가 줄어든 것 같네요.가만 생각해보면 시집온 첫해만 해도 무척 많이 나오시곤 하셨던 거 같아요. 세월이 갈수록 동네 인구는 줄고, 연세는 더욱 많아지셔서 앞으로는 더 나오지 않으실 듯 싶네요. 80세 이상의 고령층이 많은 우리 마을. 다른 마을도 비슷할 듯 싶은데 이렇게 연세 많으신 분들만 있고, 젊은 사람은 없고, 태어나는 아기도 구경하기 힘든 형편이 되어가는 걸 보면 동네 자체가 나중에는 유지가 될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시집온 지 10년을 넘기면서 보게 된 우리동네. 마을의 구성원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겹고 북적이던 시골 정서도 조금씩 사라져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면민 체육대회를 가 봐도 전체 면민이 모인 것 치고는 사람이 너무 없고 군민 체육대회마저도 10년 전과는 너무나 사람의 수 차이가 나는 것을 느끼게 된답니다. 앞으로 10년만 더 지나면 과연 동네에 몇 사람이나 남아 있게 될까 생각해보면 적막함과 황량함을 느끼게 되네요. 작은 아이가 올해 다섯 살인데 어린이집의 전체 인원이 6명이라는군요. 큰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인데 또래 아이가 4명 이랍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학교도 문을 닫고, 마을도 문을 닫고, 사람과 관련된 식당을 비롯한 많은 사업체들도 결국에는 문을 닫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함양군의 결혼 이주 가족이 300가정 내외였는데 그마저도 많이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어울릴 친구도 없고, 누릴 문화시설도 없고, 결국엔 청정하고 경치 좋은 구실로서만 시골살이를 유지하는 형편인데 막상 현실을 보면 청정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10년 전의 강물은 그야말로 깨끗하고 맑았는데 최근의 강은 강 속의 돌에 이끼가 가득 끼어 있고, 물에서 좋지 않은 냄새도 나는 것 같거든요. 차를 타고 읍내로 가다보면 가축분뇨 악취가 차창 사이로 파고들기도 하고. 남편 이야기로는 최근에 돼지 축사에서 분뇨를 무단으로 강으로 흘려보내다가 적발돼 신고 된 일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강물이 저렇게 더럽고 악취가 나기도 하였나 싶더라고요. 지리산의 청정지역이라는 이름도 이제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으니 함양으로 이사 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심지어 살다가도 타지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싶더라고요. 뉴스를 보니 어떤 지역에서는 국제결혼 가족을 잡종이라고 하여 많은 비판과 논란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부푼 꿈을 안고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 여성들. 그들을 잡종이라고 상처 주는데 거침없이 말하는 분들. 그런 분들 때문에 은근히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감내해야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 결혼 이주하여 정착하는 여성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움 주는 사회 지도자가 함양에도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함양에서의 삶이 10년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은 쓰윽~ 누군가 “저런 사람 지도자로서 참 좋다”라는 느낌이 가슴에 들어오지 않으니 네팔띠기의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아직은 길들여지지 않은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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