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국가적으로 많은 문제 앞에 놓여있다. 그중에서도 일본과 갈등은 점점 더 심각한 분위기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노역 배상 판결, 일본의 반도체 소재(3개 품목) 한국 수출 제재, 그리고 한국에서 시민들을 중심으로 일본 물품 불매 운동, 여기에 일본은 백색국가 해제란 카드로 맞서고 있다. 필자는 그간의 한일 관계를 “위험한 동거”, “불안한 동거”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한일동맹을 맺고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그 속은 서로 편하지 않았다. 한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과거의 아픔을 가슴 한편에 묻어야 했고, 일본은 정치적, 경제적 힘을 앞세워 과거의 잘못을 묻은 관계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은 일본에 비해 정치력과 경제력이 부족하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그 끝이 어디로 기울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일본의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 중 하나가 ‘아베 정권의 당혹감’이다. 아베 정권은 많은 것을 준비하고 이번 일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움직임이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인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번 한일 갈등을 “영향력”이란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영향력”을 사전에서는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에 작용을 미치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영향력은 사물뿐 아니라, 사람과 집단, 국가의 관계에까지 적용되는 단어이다. 그리고 영향력을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두 가지 관점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는 “지배의 영향력”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다양한 원리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이 힘의 원리다. 힘이 센 사람(집단)이 힘이 약한 사람(집단)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원리를 말한다. 이를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원리”라고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큰 힘을 가지기를 원하고 그 힘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려 하려 한다. 육체적인 힘, 지식의 힘, 정치적인 힘, 경제적인 힘을 통한 지배의 영향력은 자신이 가진 소유를 확장하고,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다음은 “협력의 영향력”이다. ‘협력’은 상대의 힘을 무시하거나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다. 협력은 상대의 힘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그 힘과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힘과 너의 힘을 더해 우리의 힘과 영향력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협력의 영향력은 약육강식의 원리를 앞세운 지배의 세계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협력의 영향력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 신뢰와 정직의 관계를 통해 상생을 향해 나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강자의 원리가 완전하게 사라지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지배의 영향력”이 아니라, “협력의 영향력”을 지향해야 할까? 그 이유를 일본과 독일을 통해 알아보자. 두 나라는 ‘제 2차 대전 전범 국가’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후 두 나라의 행보는 전혀 다르다.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역사적 과오를 외면하고, 피해국에게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뿐 아니라, 자국의 힘과 영향력으로 과거의 잘못을 덮고, 왜곡된 역사관을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반면 독일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피해 국가에게 사죄를 할 뿐 아니라, 지금도 매년 보상금을 지급하고, 학생들에게도 공교육을 통해서 자신들의 잘못을 교육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여전히 지배의 영향력으로 주변국과 세계를 움직이려 하고, 독일은 “협력의 영향력”으로 주변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힘’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더 중요하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봐야 한다. “우리는 어떤 영향력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가?” 우리 모두 “지배의 영향력”이 아닌 “협력의 영향력”으로 살아갈 때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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