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을 접고 일찍이 귀농해 농촌에서 미래를 개척해 가고 있는 젊은 여성농업인이 있다. 굼찬농장 박지현(30) 대표다. 그는 “굼벵이는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며 굼벵이 사육에 푹 빠져 있다. “많은 사람이 굼벵이로 알찬, 꽉 찬, 힘찬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농장 이름도 ‘굼찬’이라고 지었단다. 함양군 수동면 사근산성길 35-4 미동마을 인근 연화산자락 굼찬농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굼벵이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초보 농사꾼이다. 하지만 경남도농업기술원과 함양군농업기술센터, 대학 등에서 실시하는 곤충사육기술이나 e비즈니스 강좌 등을 수강하며 관련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도 농가를 찾아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축적하는 등 베테랑 못지않다. 그는 김해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초 귀농하기 전까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줄곧 도회지 생활만 했던 그가 굼벵이 사육을 위해 귀농한 것은 “순전히 부모님 꼬임에 빠졌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아빠 고향이 수동면 효리마을이에요. 엄마 아빠는 늘 나이 드시면 귀향하실 생각을 하고 계셨는데 제가 먼저 선발대로 오게 된 셈이죠. 엄마는 수시로 김해와 함양을 오가며 도와주고 계시고 아빠도 몇 년 안에 귀향해서 온 가족이 굼벵이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굼벵이사육을 선택한 것도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의 권유에 의한 것이란다.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 가까이 농장을 준비했다. 500여평의 부지에 사육시설 2개 동(각 100평)을 짓고 사육실과 산란실, 가공실, 작업실 등을 갖춰 그해 10월 건강한 종자 굼벵이를 입식했다. “굼벵이가 생물이다 보니 적정한 사육환경을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한데 종자를 분양해주신 농장 대표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1대1컨설팅은 물론, 지금까지도 가끔 농장을 찾아 꾸준히 멘토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굼벵이를 사육한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아 뭐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이제 농장이 많이 안정화 됐다”며 “올여름만 잘 넘기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는 굼벵이의 주 먹이이자 집 역할을 하는 톱밥을 직접 발효해 사용한다. 발효 톱밥 외에도 다양한 먹이를 공급한다. 수박, 사과, 바나나 등 싱싱한 과일이 제공되고 특식으로 젤리까지 먹인다고 한다. 그야말로 호사가 따로 없다. 그는 지금까지 가공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우선 굼벵이 개체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굼벵이는 알에서 부화해 3령까지 성장과정을 거쳐 번데기가 된다. 이후 성충으로 변태해 알을 낳고 다시 부화하는 사이클로 이어지는데 한 사이클이 순환하는 기간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4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계절이나 기후 등 사육환경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3령짜리 굼벵이를 분말로 가공해 지인들을 중심으로 판매 중인데 벌써 입소문이나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굼찬농장에서 생산하는 굼벵이 분말은 몸속 분변을 완전히 제거한 뒤 건조시켜 깔끔하고 고소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따라서 군내가 나거나 텁텁함이 없어 거부감도 없다. 그는 “굼벵이의 효능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간질환이나 혈전 등 성인병예방, 피로해소, 염증 작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동의보감에도 기록돼 있고 각종 연구에서도 입증됐다”며 굼벵이에 대한 효능을 설파했다. “굼벵이를 사육하면서 곤충산업에 대한 확신은 더욱 커졌다”는 박지현 대표. 청년농업인답게 건강에 좋은 굼벵이 가공품을 알리기고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한 SNS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는 굼벵이 분말과 환, 농축액은 물론, 우리지역 특산물과 결합해 다양한 굼벵이 가공식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당찬 포부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며 청년농업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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