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게 궁금했다. (개가 아닌)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산책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한 번도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산책하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개는 선천적으로 사람을 따르고 복종하기를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고양이는 천성이 도도하다. 개는 주인이 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즉시 달려오지만 고양이는 아니다. 아무리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도 멀뚱멀뚱 쳐다만 보거나 못들은 척 외면하거나 기껏해야 거드름피우며 어그적어그적 다가올 뿐이다.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말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괜히 집사라고 부르는 게 아닌 것이다.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내와 내가 저녁 산책을 나서면 우리 집 고양이 수리가 따라왔다. (야~ 수리~ 너 강아지냐? 왜 따라와?) 큭큭 웃음이 나왔다. 산책길은 구시락재를 넘고 엄천강변길을 거슬러 집으로 돌아오는 제법 거리가 있는 코스다. 시간도 40분 정도 걸린다. 고양이가 따라다니기엔 너무 먼 거리다. 산책길 중간 중간에 대형 개들을 키우는 집들도 있는데 고양이가 사람과 같이 산책하는 풍경은 개의 질투심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묶여있는 개는 그나마 덜 위험하지만 대형견을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집도 있다. 울타리가 없는 시골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대형견은 고양이는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큰 위협이다. 개 주인은 자기 개가 너무 착하고 순해서 사람을 절대 물지는 않는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개를 좋아하는 나도 그 집을 지나칠 때는 긴장이 된다. 어쩌다 그 녀석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기라도 하면 나는 발바닥이 다 오그라들어서 될 수 있는 대로 녀석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그러나 겁먹은 듯 보이지 않게 태연을 가장하고 신속하게 통과한다.처음엔 수리가 따라오다가 개 짖는 소리에 겁을 먹고 되돌아갔다. 큰 개가 한번 컹 짖으면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놓았다. 그런데 오늘은 개가 잠이 들었던지 짖지를 않자 수리가 구시락재 너머까지 졸졸 따라왔다. 이제는 혼자 되돌려 보내기엔 너무 먼 거리라 여차하면 안고 가더라도 끝까지 데리고 가야할 상황이 되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수리는 루비콘 강을 아니 구시락재를 넘어선 것이다. 마지막 장애물인 큰개가 풀려있는 집을 지나칠 때는 아내가 수리를 잠시 안고 통과했다. 엄천교 다리목에 있는 식당을 지나가는데 평상에 앉아 쉬던 동네 사람들이 (개가 아닌)고양이가 사람을 따라 다니는 것이 웃기다고 한마디씩 거들어서 나도 같이 즐겁게 웃었다.고양이는 소리에 민감한 동물이라 낮선 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장애물 구간을 다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수리랑 여유있게 산책을 즐기게 될 줄 알았는데 강물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수리가 물소리에 겁을 먹고 자꾸 덤불속으로 숨어들었다. 할 수없이 아내와 내가 교대로 안고 걸었다. 다자란 수컷 고양이는 여간 무겁지가 않은데다 또 한창 털갈이 중이어서 저녁 먹고 배 두드리며 나섰던 즐거운 산책길이 고난의 행군이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수리가 따라오지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개 짖는 소리에 돌아가겠지 하며 방심했고 한편으론 개도 아닌 고양이가 졸졸 따라오는 게 귀엽기도 해서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비가 온 뒤 불어난 엄천강 물소리에 잔뜩 움추려 들었던 수리는 아내와 나의 가슴을 마차처럼 갈아타며 기분이 좋아져서 수시로 냐옹~냐옹~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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