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서 놀랐던 하나가 커피를 마시면 피부가 새까매진다고 시어머님이나 주위의 아주머님이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어린이들에게 카페인이 성장을 느리게 하거나 뇌세포에 안 좋다고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했지만 피부가 새까매진다는 이야기는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한국 분들은 저를 보시면 나쁜 엄마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별로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말을 안하고 키웠습니다. 다만 밖에 나가서 사람 앞에서는 눈치를 보고 살짝 마시지말라는 말은 해봤죠. 그러면 애들은 어른 세상의 사정을 몰라서 엄마가 왜 그러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봤습니다. 저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을 때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어린이방송에 빠졌었어요. 프로그램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확실히 기억하는 한 장면 때문에 그 나이부터 커피를 좋아하는 취향이 됐습니다. 그 장면은 등장하는 어린이가 아마 10명 정도 있었는데 옆으로 나란히 준비된 책상에 앉아서 앞에 있는 작은 머그컵에 들어있는 커피우유를 마셨습니다. 저도 꼭 똑같이 하고 싶어서 자기의 작은 의자를 가져와서 커피우유를 마셨습니다. 그때 저의 어머니도 아무 말하지 않고 커피우유를 준비해주셨어요. 아마 그때 아직 커피가 이제 세상에 나와 가지고 널리 광고해야 될 때었어요, 몸에 안 좋다거나 머리 나빠진다는 말이 없었습니다. 요즘은 커피 때문에 머리가 나빠졌다고 하지만 유치원 때부터 커피를 마셨던 제가 머리가 나쁜 것은 커피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죠. 제가 커피를 좋아했던 이유의 또 하나는 저보다 11살 나이가 많은 큰오빠가 대학교 때 커피에 빠져서 집으로 올 때마다 원두커피를 해줬습니다. 그것도 사이폰 커피였습니다. 그때 그 도구들이 비싸지만 다 오빠가 사왔습니다. 전문서까지 사왔었습니다. 그 책을 보면서 오빠가 커피를 해주는데 냄새가 너무 좋아서 아주 기대하고 기다렸어요. 사이폰 커피는 시간이 걸립니다. 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이면 물이 저절로 오르락내리락 하고 진한 커피가 추출되는 시간이 어렸던 저에게는 아주 길었어요. 그래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죠. 그런데 다 되고 오빠가 사왔던 아주 작은 커피 컵에 오빠가 그 커피를 담아줬는데 마셔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그 맛이 아니었어요. 너무 써서 뱉어버렸어요. 그랬더니 오빠가 네모난 설탕을 2개 넣어줬습니다. 섞지 말고 그냥 마시라고 해서 마셨는데 처음은 쓴맛이 강하면서 조금씩 단맛이 진해지고 마지막으로 설탕이 컵 바닥에 남아있는 그것이 최고로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빠가 멋지게 생긴 유리병에 들어있는 브랜디라는 술을 사왔어요. 지금은 알지만 그때 그 술을 보는 것도 처음인데 아주 어른스럽다고 느꼈어요. 티스푼에 각설탕을 넣고 그 브랜디를 조금 뿌려서 라이터로 불을 붙어주면 그 각설탕이 녹아가면서 불이 커피 속으로 떨어집니다. 밤에 해줬는데 전기를 끄고 하니까 너무 멋졌어요. 그런데 브랜디 향기가 너무 강하다보니 만들었던 오빠도 못 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멋진 과정을 보고 싶어서 3,4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우리 가정이 이때부터 커피를 다 좋아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일본사람은 믹스커피보다 원두커피를 좋아해서 요즘 선물용도 간편하게 원두커피를 만들 수 있는 세트가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부모님 집으로 가면 예쁜 선물박스에 들어가 있는 원두 커피세트가 3,4개는 꼭 있습니다. 커피가 몸에 좋다 안 좋다로 판단하면 좋지 않다는 정보가 요즘 많지만 기분이 좋다 안 좋다로 볼 때 저한테 기분 좋은 시간을 많이 만들어 줬던 것 같습니다. 다만 커피콩을 수확하는 다른 나라의 어린이들 생각도 하면 꼭 마시면서 감사하다고 느끼고 그 사람들의 행복도 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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