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도 허락도 소용없는/ 태평스런 거기로 가서,/ 몸에 묻은 때를 가시고/ 세상을 물리쳐보면/ 뜨거운 뙤약볕 속/ 내가 온 길이 보인다./ 아, 죄가 보인다. (박재삼, 나무그늘 中) 내륙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여름의 바다는 나무그늘과 같은 이미지다. 정수리를 쪼갤 듯 내리꽂히는 햇볕을 피해 나무그늘 밑에 앉아 있으면, 반성 혹은 성찰의 계기가 불현듯 주어질 때가 있다. 지난 6월 팔십여 명의 관객과‘시와 음악으로 만나는 상림의 저녁’을 함께했던 문화단체 함양. 문화. 사람.은 7월의 문화 행사‘여름 바다와 만나는 시 낭송회’를 위해 7월 28일 일요일 오후 1시에 상림공원에서 삼천포항 노산공산에 있는 박재삼 문학관으로 떠난다. 토속적 미학과 운율을 되살린 1960년대의 대표적 시인인 박재삼(1933 ~ 1997)은 삼천포 바다가 낳은 자식이다. 그는 한평생 고향 바다의 비린내가 묻어나는 서정과 비극적 사랑,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등을 노래했다. 박재삼 문학관에 도착하면 바다의 들숨을 들으며 박재삼 시인의 시를 감상하고, 바다의 날숨에 맞춰 시를 낭송할 예정이다. 박재삼 시인의 것만 아니라 바다와 관련된 시들도 낭송될 것이다. 참가자들은 낭송회를 마치고 사천만으로 자리를 옮겨 시의 감흥을 이어갈 예정이다. 여름 전어, 멈춰선 강의 아픔, 갯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노을에 잠기는 바다를 볼 것이다. 그리하여 박재삼 시인이 바다에서 배운 것, 흔들리며 반짝이거나 반짝이며 흔들리는 삶, 그 꽃비늘의 생이 무엇인지, 오래도록 꿈꿀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가지/ 사람이 죽어/ 비록 형체는 없더라도 남기게 되는/ 반짝이는 것, 흔들리는 것은/ 꽃비늘로 환하게 둘러쓸 것을/ 마흔 한해 동안 고향 앞바다 보고/ 제일 많이 배운 바이니라. (박재삼, 바다에서 배운 것 中)
참가 문의는 함.문.사. 정수천 010-2750-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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