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더위가 찾아오는 이맘때면 저희집엔 옥수수가 익어가고 있답니다. 수확 시기를 맞춰 4월 중순경 씨앗을 심고 있는데 지금이 7월 중순을 넘기고 있으니 3개월 여 성장 시기는 매년 비슷한 듯 싶네요. 자연이 약속한 시간. 사전 예약을 받고 이제 수확하여 예약 받은 물량을 택배로 포장하여 보내 드리면 되는 과정이 남았네요. 정확한 수확량을 몰라 지금도 조금씩 예약을 받고 있지만 남편 이야기로는 이미 수확 예정량에 비해 예약받은 수량이 초과될 것 같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태풍이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어 걱정이랍니다. 옥수수는 열심히 농사를 잘 하여도 주변 환경 여건에 따라 수확량이 좌우될 때가 많거든요. 태풍은 그야말로 단 한번 만에 1년 농사를 망쳐 놓기도 하지요. 지금은 수확을 며칠 앞둔 시점인데 이번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길 빌어볼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듯 싶네요. 옥수수를 심어 놓으면 유해 조수와 산짐승이 와서 피해를 주기도 한답니다. 처음 심을 때 까치가 와서 씨앗을 파 먹고, 익을 때가 되면 멧돼지, 고라니가 내려와 옥수수대를 통째로 씹거나 짓밟기도 하고, 까치는 익어가는 옥수수를 쪼아 먹고... 산짐승을 막기 위해 남편이 집에 기르는 진돗개 한 마리를 옥수수밭 옆에 두었는데 효과가 있는가봐요. 처음에 옥수수 몇 개를 짓밟았다고 하더니 그 뒤로는 내려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번엔 까치가 익어가는 옥수수를 쪼아 먹어 모형 독수리를 걸어 두었는데 모형인 걸 어떻게 구분하는지 까치가 모형 독수리 옆에서 노닐고 있다고 합니다. 남편은 까치가 오는 시간이 아침과 저녁 시간 때인걸 알고는 지키기도 하는데 까치가 참 머리가 좋다고 하네요. 사람도 알아보고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몇 번을 지키고 쫒아내고 하는 과정을 그친 이후로는 요즘 까치가 오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답니다. 농사일을 해 보면 큰 수입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공을 들여 정성을 다한 표가 농장물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사람 발자국 소리를 농작물이 듣는다고 하기도 하고. 시골 할머니들이 그래서 농작물이 자식 같다고 하는가 봐요. 할머니들은 매일 아침 일찍 밭이나 들에 나가 농작물이 아픈 곳은 없는지 힘들지는 않는지 잘 자라고 있는지 자식처럼 알뜰히 살피시니 어찌 자식 같지 않겠어요?1년 내도록 열심히 농사일로 힘들게 일하고도 수익이 작다고 어디 가서 군말도 않으시고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할머니들. 갈수록 연세는 많아지시고 농사 수입은 늘지 않으니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참으로 남의 일이 아닌 것을 느낀 답니다. 농사일로 돈을 벌 희망이 있고 살만하다고 느껴야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시골로 들어올 텐데 그래야 나이 드신 분들이 해 오던 농사일이 대를 이어 유지될텐데... 생각해보면 주변 여건이 그렇지 않은 듯 싶어요. 남편은 국가 정책에 대해 농민이 할 말은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정작 필요한 것은 다른 곳에 주고 맞춤 없이 달래기로 아무렇게나 주는 정책들이 이어져온 탓에 농업이 오늘날의 처지가 된 것은 아닌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군요. 농업의 미래는 앞으로 어찌 될지. 어쩌면 농사일을 하지 않는 게 국가 전체로 보면 도움이 되는 것인지. 걱정이 많은 남편.. 주변 모든 일에서 항상 고민을 만들어가면서 걱정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남편 탓에 언젠가부터 저도 흘려듣고 대충 보던 행동들이 조금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두 아이 바라보는 시선도, 하나씩 행동을 알려주는 태도도, 조금씩 분명해지고 있는 자신을 느끼네요. 달이 기울고 해가 차고 기온차가 생기고 추위와 더위를 느껴도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 없는 듯 시간은 계속 흘러가겠지요. 세상 살아가는 정답은 없을 듯 싶네요. 세상일에 관여하든, 초월하든, 저의 고향 네팔에서도 농민 운동이 일어나고 세상이 바뀌고 하였지만 원래는 남의 일에 관여를 하지 않는 문화가 있답니다. 그것을 순수함이라고 해 두고 싶네요. 지금의 시골 농부처럼~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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