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人間)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은 서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人(인)’의 두 획이 서로 기대어 있는 것 같이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삶을 공유하며 생활해 가는 것을 공동체라 할 수 있다.오늘날의 공동체 의식은 개인·이기주의, 소통 부재 등으로 인해 이웃 간의 관계가 약화 돼 왔다. 주민 간의 갈등, 사회 양극화, 범죄 불안 등의 문제는 만연하다.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관심받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 단위의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함양군이 놓인 인구감소, 농촌소멸위기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양한 우수사례를 통해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속성장 가능성을 제고 하고자 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① 함양군 안의사랑마을공동체 ② 함양군 백전구산마을 문화공동체③ 홍성군 홍동마을 농업공동체 ➃ 완주군 귀농·귀촌 숟가락 공동체➄ 구례군 문화예술인마을 풀무학교 중심 수 십 여개 다양한 협동조합 상생 농업이 주업이었던 시절 농촌의 공동체 형태는 공동·협동노동을 기반으로 마을 구성원들의 강한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변화로 농산물 생산의 동반자이며 식량을 함께 나누던 주민들의 관계가 생계농업 중심으로 전환돼 왔다. 이제는 합당한 노동에 대해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하며, 서로가 개인의 농산물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기계·기업화로 농업 자본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농촌의 고령화와 탈농업으로 인한 일손부족 현상도 생겨났다. 이에 따라 농촌지역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농민과 귀농·귀촌인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과 농업을 기초로 한 6차산업 등이 도입됐다. 생산만 하던 농민들이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생산을 비롯한 체험, 식품가공 및 판매사업, 관광 등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각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공동체 텃밭, 지역 레스토랑, 협동조합, 학술연구 등의 공동체적 지역사업으로 농촌을 부활시키고 있다. ‘일소공도’ 마을학회로 역량 강화“자연과 이웃에 대해 알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 교육은 경쟁하기 위한 실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실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과 연구만 하는 박사의 일은 다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맨발로 논에 들어갈 수 있는 박사와, 공부하는 농민이 되어야 한다.”홍동마을에는 ‘일소공도’라는 마을 학회가 있다. 일소공도는 ‘일만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는 말을 줄인 말이다. 이처럼 일과 공부가 함께 어우러지는 삶이 농업 공동체의 지향점이다. 충남 홍성군은 전국 최초 유기농 특구로 지정된 농촌 마을이다. 그 가운데 전체 토지 중 80% 이상이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홍동면은 농업공동체 마을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홍동지역은 14개 ‘리’와 33개 마을 1615세대 3510명(2019년 6월)이 거주하고 있으며 면적은 38.52㎢ 이다. 농업·대안학교인 풀무학교의 중심으로 수 십 여개의 다양한 협동조합이 조성돼 있다. 지역학교와 농업이 협력하며 성장해온 과정이 농촌지역의 공동체 역량을 강화한 대표 사례이다. 마을의 생산과 판매를 자립적으로 하는 경제구조와 교육·문화, 공제·금융, 의료 등의 지역공동체 활동에 필요한 기반시설도 갖춰왔다. 따라서 홍동면은 공간과 주민조직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귀농·귀촌인구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면 단위임에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한 마을 안에 있다. 갓골어린이집, 신나는 지역아동센터, 홍동 초·중학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생태농업전공과정(풀뿌리 대학)이 있다. 또 지역 문화공간인 밝맑도서관, 그물코출판사, 홍성여성농업인센터, 햇살배움터교육네트워크 등을 통해 주민들의 여가, 모임, 행사 등 일상생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생산 및 체험, 유통조직에는 협동조합인 홍동농협, 풀무신협, 풀무생협, 할머니장터조합, 우리동네의원, 얼렁뚝딱 건축조합, 젊은협업농장, 협동조합청촌, 동네마실방 뜰, 초록이 둥지 협동조합 등이 중심축이 되고 있다. 이 같이 홍동마을의 수많은 단체와 기관들을 통합적으로 연대해 소통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필요성이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자립형지역공동체 사업 공유 및 마을자립지원센터 설립에 대한 제안과 모임으로 설립된 마을활력소가 운영되고 있다. 자식도 손자도 모두 농사꾼“학교의 텃밭과 농장이 사라지면서 농촌 지역의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을 배우지만 콩 씨앗인지, 팥 씨앗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연생태환경 속에서 삶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농민, 준비하는 마을’ 이라는 슬로건으로 교육과 농업이 함께 나아가야한다고 주장하는 홍동면 문당환경농업마을·마을활력소의 주형로(60) 대표의 말이다. 주형로 대표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기른 유기농산물과 친환경농업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메기 유기농법, 오리농법 등의 벼농사 도입으로 이름을 알린 주인공이다. 주 대표는 우리나라 유기농을 처음 시작한 정농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태어난 고향 홍동면에서 농촌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꿈을 실현해 왔다. 그는 종갓집의 9남매 중 외아들로 태어나 선수 생활의 영향으로 공부시기를 놓쳤다고 했다. 이어 운동을 접으면서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풀무학교로 진학했다. 어릴 적 배웠던 더불어 사는 평민의 풀무정신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줄곧 농민으로 살아온 그는 자식도 손자도 모두 ‘농사꾼’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생태농업 대한 집념으로 유기농업을 고집해 오면서 농업은 교육과 함께해야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 목표의 실천으로 주민들과 기금을 모으고 흙벽돌을 찍고 서까래를 직접 깎으며 2000년에 ‘홍성환경농업교육관’을 준공했다. 당시 마을단위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문당리 공동체 특성연구를 통해 ‘21세기 문당리 발전 백년 계획’을 수립하고 마을의 꿈이 담긴 지도책을 출판했다. 2000년부터 농촌지역사회의 약화와 삶의 질 및 환경의 질 낙후, 농산물 안전성 위협 등의 농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문화와 공동체, 교육이 중심이 되는 문당마을의 중장기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목표달성을 위한 주 대표와 마을주민들의 노력이 현실화 되면서 점차 농촌마을의 모범사례로 자리 잡게 됐다. 유통구조 간소화로 지속적 발전 국내 농산물의 유통체계는 농민의 생산을 거쳐 산지수집, 도매시장 경매, 중간 도매상, 소매상 등을 거쳐야 소비자에게 도달하게 된다. 이 같은 구조는 농가가 영세하고 조직화·집단화가 안 돼 있는 탓에 도·소매상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손해 보는 구조다. 주형로 대표는 “주민들이 직접 복잡한 유통과정을 간소화하고 안전한 농산품을 생산해 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촌의 방향이다”면서 “지금까지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내가 살아 왔기 때문에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에게도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교육을 실시 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친환경 농업은 확대되었지만 비료와 농약의 지나친 사용으로 토양 오염도가 심각함”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마을을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 하며, 주민 스스로 농업 환경을 보전하는 활동으로 우리가 사는 마을의 환경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전했다. 또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기 마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우리 마을의 사례를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무조건 함양군에 적용하라고 말 할 수 없다. 함양군만의 지역적 특성으로 주민들이 직접 지역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발전 계획안을 세워 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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