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소설은 양가부모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이 결국 그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선택한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이다. 부모들의 분쟁 과거사로 인해 자녀들이 받는 고통을 그린 이야기는 어쩜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불행했던 과거사로 인한 상처와 분노는 타다 남은 불씨가 되었다. 그래서 정치든 운동이든, 무엇이든 일본과 만난 우리들의 감정과 태도는 언제나 부정적이고 적대시하고 경쟁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일본에게 진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도 용납이 안 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편적 정서이고 그 정서의 뿌리는 일본은 우리나라에 오랜 시간동안 고통과 아픔을 준 못된 이웃이라는 반일역사인식이다.
최근에 일본이 한국에 대한 무역금지조치를 단행하여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주자 전국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반일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일본이 1965년 한일국교수립을 하면서 일본은 국가적 피해보상을 하되,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개별적 보상은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한다는 조항을 깨고 작년 대법원에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은 개별적 피해보상을 하라고 판결하자 일본은 약속을 어겼다며 불만을 표시한데서 시작되었다.
최근 들어 정치와 교육현장에서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면을 되살리며 일제잔재 흔적지우기와 ‘친일’이라는 멍에를 만들어 상대진영을 공격한다. 친북이라는 말은 시대착오라고 한 사람들이 오히려 상대방을 친일이라는 국민정서에 호소하며 시대착오적 모순을 보면서 이러한 갈등과 분쟁을 풀 수 있는 지혜는 없는지 생각해보다 한 노장의 말이 생각이 났다.
지금은 고인이 된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삶의 끝자락에서 한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였다. "(지금 동북아는) 한국의 정치적 혼돈 속에 북한 김정은의 비이성적 위협, 여기에 중국의 (아시아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때) 솔직히 한국과 일본이 친밀한 관계가 아니란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나는 (앞으로) 두 나라(한·일)의 지도자에게 지금이 절대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지역의 평화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은 한국과 일본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매케인은 한·일 간 과거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이 일제 지배를 받은 걸 "아주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두 나라가 과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길 권했다. 매케인은 "내가 자랑스럽게 들고 싶은 사례는 5만여명의 미군이 베트남에서 죽었지만 우리는 베트남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베트남이)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두 나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한·일 관계에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매케인은 베트남전에 참전하다 포로로 잡혀 5년 반을 고문을 견디며 감옥살이를 했었다. 하지만 그는 "전쟁을 넘어 더 나은 평화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며 1995년 미국과 베트남 재수교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고별 인터뷰라는 것을 직감이라고 하듯이 매케인은 진진하게 말로 "지금 북한·중국·러시아에 무슨 일(자유에 대한 억압)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했다. 매케인이 마지막까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제발 같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친하게 지내라. 거기에 당신들의 안보와 평화가 걸려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소용돌이치고 있는 한·일 갈등의 근본적 문제는 어쩌면 과거사가 아니라 매케인처럼 큰 시야를 가진 정치인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일 지도자들과 국민모두가 이 `매케인의 마지막 부탁`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행동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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