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필요 이상으로 남의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 또는 “남의 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염려하는 마음”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 주간에 산청에 있는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펜션을 운영하는 분이 우리 가족을 초청해서 성수기가 되기 전에 하룻밤 편안하게 쉬어가라고 하셨다. 늘 집에서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온 가족이 펜션에서 함께 하니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펜션 앞에는 오래된 큰 소나무들이 아름드리 숲을 이루고 있었고, 그 앞으로는 크고 작은 돌들이 강줄기를 따라 보기 좋게 길게 널려 있었다. 그 앞으로 늘 고속도로에서 차창 밖으로 내다보던 경호강이 흐르고 있었다. 물과 자갈과 숲이 어우러진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다음 날 아침 강가를 산책하고 싶어서 아내와 같이 나섰다. 초여름이라 그런지 날씨가 아침인데도 약간 더운 느낌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뿜어내는 매연 때문인지 공기도 상쾌하지 않았다. 산책길을 걷다가 물 가까이 가려고 접근하자 아내가 옆에서 말했다. 냄새나니까 물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한다. 아침이라 그런지 물에서 냄새는 그다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강을 들여다보니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발을 담가 보기는 고사하고 손에 물을 적실 마음도 달아나 버렸다. 가뭄이 심하다 보니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꽉 막힌 도시의 고층빌딩 사이에서 답답하게 살던 사람들이 시골에 와서 맑은 물에 다리를 담그고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지친 심신을 회복해야 하는 장소인 것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깨끗하게 될 수 있을까? 세월이 갈수록 이 강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괜한 노파심인가? 천안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주말에 함양 고향으로 내려가면 다음 날 아침에 가끔 산책을 나선다. 남덕유산 자락에 있어서 집이 위치한 곳이 해발이 무려 600이나 된다. 주변에 대규모 가축 농장이 없어서 공기가 깨끗하다. 도시에서는 마실 수 없는 신선하고 청량한 백두대간 청정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그것도 아무 값도 없이 말이다. 얼마나 큰 자산이며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도로를 따라 산책을 하는데 몇 달 전부터 어림잡아 1000평이 넘는 농지에 공원을 조성하는 공사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 들리는 말에는 남원 인월에서 이곳으로 이전해 오는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지역민들을 위해 농지를 구입하여 조성한 공원이라고 한다. 참으로 고맙고도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기대가 많이 되었다. 큰 나무들을 많이 실어와 심어 놓고 정자도 멋지게 만들어 놓았다. 파고라를 만들어 세우고 그 밑에서 쉴 수 있게 평상과 의자도 갖추어 놓았다. 산책로를 따라 운동기구도 설치해 놓았는데 고령자도 이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을 잘 갖추어 놓았다. 공원 중앙에는 수도시설도 만들어 놓았고 보도블록으로 산책길을 포장하고 나무 밑에는 잔디를 심고 공원 둘레에는 정원수들로 둘러서 멋진 공원이 만들어졌다. 어느 개인이나 시골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을 해 주어서 뭐라고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노파심일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 지역에는 덕유산 등산객들이 주말이면 사시사철 대형버스를 타고 들어온다.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그런지 먹을 것을 준비해 가지고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좀 넓은 장소가 있으면 그곳에 자리를 만들고 식사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문제는 식사를 한 이후이다. 먹고 남은 쓰레기를 잘 처리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버려 놓고 가는 경우가 있다. 누가 청소해야 하며 누가 치울 것인가? 공원이 완성되면 우리 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대부분이 고령자라서 마을에서 여기까지 와서 쉬거나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식사할 수 있는 넓은 장소와 잘 갖추어진 휴식공간, 더불어 수도시설이 있는 이곳을 가장 많이 이용할 사람들이 대형버스로 오는 등산객일 가능성이 많다. 공원을 조성한 분들이 잘 알아서 관리 감독하고 유지 보수할 텐데 괜한 “노파심”일까?공원이 어떤 모습이 될지 사실 걱정이 된다. 이런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모두가 성숙한 소양을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간절하다. 관리, 감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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