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영화에서 톰은 제리를 끝없이 괴롭히지만 꾀 많은 제리는 어리석은 톰을 역으로 골려준다. 제리는 잡힐 듯 잡힐 듯 하며 톰을 골탕 먹이고 딱 한 발 앞서 신나게 달아나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만화에서고 영화에서다. 현실에서 나 수리는 결코 어리석지 않아 날쌘 동작으로 쥐를 잡는다. 쥐를 잡으면 톡톡 건드려 일단 도망가게 한 뒤 콱 잡아채고, 다시 도망가게 해놓고선 펄쩍 뛰어 입에 물고 공중에 휙 던진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데, 나는 장난치는 게 아니다. 집사는 내가 쥐를 가지고 논다고 하는데 나는 노는 게 아니다. 사실 나는 쥐가 기진맥진하도록 만들고 있다. 비록 내가 포식자이기는 하지만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쥐의 한방에 대비하여 고양이 특유의 조심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쥐도 이빨이 있고 고양이 턱은 그다지 크지가 않다. 쥐가 까무러치거나 기진할 때까지 작업하면서 나는 최후의 일격을 가할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집사는 내가 쥐를 먹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단다. 놀라도 보통 놀란 게 아니고 충격적이었단다. (야~ 수리~ 너 쥐 먹냐?) (이 노미 쥐를 먹는구나~) 이 말은 나의 자존감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훌륭한 혈통의 후손인 냥작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모욕적인 언사였다. 나는 집사가 진정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한번 따져보고 싶다. 사실 정말로 충격을 받은 건 나다. 내가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해야겠다. 이것은 내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엽기적인 사건이다. 하루는 집사부부가 닭을 가지고 왔는데 놀랍게도 머리와 두 발이 없는 것이었다. 털도 하나도 없어 보기에도 끔찍했다. 그런데 그 닭을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뱃속에 마늘과 찹쌀, 인삼을 채워 넣은 뒤 실로 꿰매고 냄비에 물을 부어 삶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닭은 내장이 하나도 없었다. 부부는 닭의 뱃속에서 밥을 사이좋게 꺼내 먹고 인삼을 가지고 서로 양보하더니 아내가 입에 직접 넣어주자 집사는 못이기는 척 먹는데 흐뭇한 표정이었다. 닭살이 살짝 돋았다. 아내도 손가락에 묻은 국물을 쪽쪽 빨아먹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얼굴에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워 보였다. 도대체 닭의 머리와 두발, 그리고 내장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지들은 닭을 이렇게 엽기적으로 먹으면서 내가 정상적으로 쥐를 먹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니 과연 이걸 단순히 문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집사는 올 여름에 물 회도 심심찮게 먹을 거면서 나더러 한 점 먹어보라고 권하지도 않을 거면서 어렵게 자급자족하는 나를 격려는 못해줄망정 비아냥거리기나 하다니 도대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진실로 비난받아야 할 일은 음식을 버리는 것이다. 나는 상처 받았다. 일전에 내가 우정으로 선물한 쥐와 두더지 한 세트를 집사는 내가 보는 앞에서 개똥 던지듯 휙 던져버렸다. 음식은 각자 기호가 다를 수도 있다. 먹기 싫으면 솔직히 안 좋아한다고 반품하면 되는데 아무리 생각이 없다지만 먹는 음식을 휙 던져 버리다니 도대체 이런 갑질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재벌3세가 물 컵 하나 던지고 개망신 당하는 세상 아닌가?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