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부쩍 신경질이 많고 짜증도 잘 낸다. 자기가 한 말을 못 알아들어서 다시 물으면 됐다며 쏘아붙이고 입을 닫아버린다. 아침에 학교 갈 때 빠뜨린 게 있다며 왔다 갔다 하다가 혼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난리를 친다. 옆에서 보고 있기가 참 민망하고 부아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는 병중에 가장 큰 병, 중2병이라 부르는 사춘기와 마주하고 있는 것을.
사춘기 때는 육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인 변화가 많은 시기이다. 아침에 좋았다 저녁에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이는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혼자 있고 싶어 하고 부모를 멀리하며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를 중요시한다. 기성세대에 대해 반감을 가지기도 하고 영상매체나 술, 담배 등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특징을 나타내는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부딪히지 않고 대화를 하며 하루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 심리학자이자 아동심리치료사인 하임 기너트 박사는 그의 책 「부모와 십대 사이」에서 사춘기 자녀에게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말 7가지를 제시한다.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말이나, 상투적으로 위로하는 말, 부모를 예로 들거나 상황을 최소화하는 말, 단점을 들추거나 자기 연민에 빠지게 하는 말 그리고 지나치게 낙천적인 말이 그것이다.
이것은 평상시에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들에게 다 사용하는 말인데 하지 말라고 하니 부모는 아이들에게 할 말이 없게 된다. 하지만 자꾸 되새겨 생각해 보면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없으면 안 하는 게 맞고 입을 닫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사춘기 아이의 부모는 길게 이야기하지 말고, 짧고 간단하게 아이의 말에 공감한 다음 가급적 아이가 길게 이야기하도록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부모는 내가 나은 자식이라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고 아이에게 간섭하려고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떨어져서 바라보기를 하는 게 좋다. 질문을 하고 말을 걸거나 할 때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주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드럽게 말하고 아이 스스로 이야기 할 때까지 기다려 주고 다그치거나 핀잔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말을 하면 눈을 마주치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해 주어라. 그러면 아이는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 속마음을 많이 얘기하게 되고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되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할 수 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야기를 할 때는 니가 어쩌고 저쩌고로 시작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렇구나, 내 생각에는 어떠하구나” 라는 식으로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말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나 전달법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현재 느낌이나 생각, 바람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자녀 스스로 부모의 입장에 서보고 자기 행동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 전달법을 꾸준히 사용해 보면 자녀의 행동을 바꾸는데 명령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행복해지고 사춘기를 잘 이겨내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 특히 아이와 가장 접촉이 많은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가 행복해진다. 엄마가 욕심을 버리고 마음 수련을 해보라. 취미생활을 하거나 하는 일에 열심을 내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어느 순간 사춘기를 이기고 잘 자라 있다. 아이는 내가 의도하는 대로 자라지는 않는다. 내 아이를 믿고 신뢰하며 사랑의 마음이 전달되게 해 주면 된다. 사랑한다는 것으로 아이들의 날개를 꺾어 옆에 두려 하지 말고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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