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① 함양군 안의사랑마을공동체 ② 함양군 백전구산마을 문화공동체③ 홍성군 홍동마을 농업공동체 ➃ 완주군 귀농·귀촌 숟가락 공동체➄ 구례군 문화예술인마을 ‘인간(人間)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은 서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人(인)’의 두 획이 서로 기대어 있는 것 같이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삶을 공유하며 생활해 가는 것을 공동체라 할 수 있다.오늘날의 공동체 의식은 개인·이기주의, 소통 부재 등으로 인해 이웃 간의 관계가 약화 돼 왔다. 주민 간의 갈등, 사회 양극화, 범죄 불안 등의 문제는 만연하다. 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관심받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 단위의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함양군이 놓인 인구감소, 농촌소멸위기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양한 우수사례를 통해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속성장 가능성을 제고 하고자 한다. /편집자 교육공동체로 희망을 싹틔운 젊은 엄마들의 힘! “실제 아이들을 키우며 일을 하고 있는 3040세대 젊은 부모를 겨냥하지 않으면 인구감소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함양군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 부모들은 열악한 농촌교육환경 탓에 인근 도심으로 이주하는 것을 늘 고민하고 있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녀를 기르고 싶은 부모들의 욕구는 교육 인프라가 나은 지역으로 이주하게 만든다.출생 대비 사망률 3.7배 높아농어촌 지역이 인구 절벽으로 인해 ‘소멸’ 할 것이라는 전망보고서와 이를 우려하는 언론보도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원인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 보다 많은 농어촌지역 인구 자연감소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함양군은 지난해 기준 출생 수가 153명인데 반해 사망은 569명으로, 출생 대비 사망률이 약 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3월부터 함양군 인구는 4만 명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해 6월 28일 현재 군 인구는 3만9907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4만 인구유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자연적 인구감소는 막을 수 없었다. 이토록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각 지자체가 힘쓰는 이유는 지방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구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유지 위협은 농촌 소멸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인구감소를 인정하면서 가속화 억제 및 인구유출 방지에 대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인구유출 현상은 지역경제 침체와 양질의 일자리 부재, 청년층 유출, 값비싼 물가, 귀농 귀촌인 정착 실패, 열악한 교육·출산‧육아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그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육환경과 학령인구(6~21세)의 감소이다. 올해 함양군 13개 초등학교 입학생 230여명 중 10명 이하의 학교 수 비율은 53.8%(7곳)으로 면 단위 학교 절반 이상이 소규모 학교로 전락하고 있다. 전국의 농어촌학교 초중고학생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수도권의 학생 수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결과가 뒷받침한다. ‘사랑듬book 문화교실’ 운영“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는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해요.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출생아가 적은 것에도 원인이 있지만, 우리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함양군 안의면 종로길 ‘안의사랑마을공동체’ 김은경(37) 대표의 말이다.안의면에는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모여 ‘안의사랑마을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결혼 후 안의면에서 가정을 꾸리게 된 젊은 엄마들이 열악한 농촌 교육환경을 개선하고자 시작한 작은 활동에서 현재 마을 교육공동체로 성장했다. 6년 전 안의면 이문마을로 귀촌한 김은경 대표는 2014년부터 또래아이를 키우는 세 가정의 엄마들과 함께 ‘엄마랑 책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문마을 교회 작은 도서관 공간을 활용해 시작했던 공동육아활동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동참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났다. 지난해 넓고 접근성이 좋은 장소를 모색해 안의면 소재지에 자리를 잡았다. 또 2018년 지리산권의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지리산 이음’ 사업에 선정돼 본격적인 공동체 형태를 갖추었다.‘안의사랑마을공동체’는 김은경 대표와 박선희, 김진한, 최홍성미, 김효선, 배선경, 황희정, 오화진 씨 등 7명의 운영진으로 구성돼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간 30~40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이용한다. 프로그램은 ‘사랑듬book 문화교실’이라는 주제로 토론미술, 영유아 책놀이, 코딩, 교육레고, 창의보드게임, 영어 책놀이, 초등 책놀이 등 다양하게 진행이 된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공지되면 자녀가 원하는 수업에 수강을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 각 공동체 프로그램은 해당 학부모가 직접 수업을 맡아 교육을 진행한다. 안의사랑마을 운영진 인터뷰 교육공동체 운영에 따른 비용부담은 어떻게 해결을 하고 있나?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 장소는 김은경 대표의 미술학원을 교육공동체 공간으로 전환한 것이다. 교육공동체의 관심이 주변 학부모들에게 알려지고 많이 모이다 보니 공간의 필요성이 가장 먼저였다. 처음에는 다른 공간을 찾아다녔지만 마땅치 않았다. 따라서 기존 운영하고 있던 미술학원을 포기하고 공동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십시일반 학부모들의 회비를 모아서 공공요금(전기·물세 등), 교육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회비를 낼 수 없는 취약계층의 아이들도 있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또 지난해 지리산권 시군에 지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지리산 이음’ 사업을 통해 올해로 2회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1회에는 선진지 탐방에 필요한 버스이용료 등 부모교육에, 2회는 자연환경을 공부할 수 있는 강사초청 등 아이교육에 지원된다. 공동체 운영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가 잘 되어있는 우수 지자체는 공동체 지원센터가 따로 존재했다. 통합적으로 관리를 하는 중간조직이 사무업무를 관리하면서 공동체 운영이 체계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의 직장과 가정생활이 있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인다.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부터 전체적인 관리·운영을 학부모가 하기 때문에 마음과 시간을 낸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부모가 진행하는 초등과정 교육은 아이들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등과정의 아이들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 내용이 부족해 엄마들이 꾸준히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흰 도화지에 그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 운영진 학부모의 아이들 학년이 높아질수록, 공동체 운영의 지속 가능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도 공동체 활동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지금처럼 주변에서 교육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당장 변화와 개선이 되지 않아도 아이들을 위한 어른의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것이 운영의 원동력이 된다. 안의사랑마을공동체의 앞으로 계획은?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교육공동체의 모토이다. 지난해 말 안의사랑마을공동체 주최로 마술공연을 개최했다. 그 때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석할 수 있는 행사들을 또 계획해 보고 싶다. 아이들이 모여야 부모가 소통할 수 있다. 바라는 점, 신문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아이들이 방과 후 안전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면 단위의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면 갈 곳이 정말 없다. 학교가 끝난 오후 5시 이후에는 범죄 등의 우려로 학교와 놀이터에서 놀 수가 없다. 동네를 배회하다 화장실이 급하거나 물을 먹고 싶으면 인근 소방서, 경찰서에 가곤 하는데, 사소한 문제이지만 이 것들이 아이들의 생활이다. 아이들의 생활 자체가 편리해질 수 있도록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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