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없는 관광개발은 비용을 아무리 많이 들여도 결과가 좋지 않다.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기왕 많은 비용을 들여 조성하는 지리산 관광벨트는 문화와 잘 접목하여 추진해야 앞으로 다녀갈 사람들과 맞이할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산 관광벨트라고 사업명이 되어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엄천강 유역 관광개발이다. 엄천강 유역에는 화산12곡이라는 좋은 문화테마가 있다.
화산12곡이라는 이름으로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엄천강 열두 비경을 활용하면 엄천강 유역 관광벨트 조성 사업에 훌륭한 문화 테마가 될 수 있다. 강 남쪽에는 이미 조성된 지리산둘레길 4코스가 강을 따라 흐르고 있고, 이번에 강북에 새로 조성하는 힐링 가로수길이 만들어지면 이 양안의 길을 연결해주는 강의 문화 테마가 있어야 할 것인데, 화산12곡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화산12곡은 조선말 문정에 살았던 선비 강용하 등 많은 선비들이 열두 굽이 엄천 명소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시를 남겼던 곳이다. 화산12곡의 첫 번째 비경 용유담은 수백 년 전부터 이미 많은 시인 묵객들이 비경으로 칭송해오던 곳이고 오백여년 전 양대박은 만폭동보다 수려하다고 극찬했던 곳이기도 하다. 화산12곡을 물 흐르는 대로 열거하면 화산제1곡 용유담, 2곡 수잠탄, 3곡 병담, 4곡 와룡대, 5곡 양화대, 6곡 오서, 7곡 독립정, 8곡 한남진, 9곡 사랑포, 10곡 칠리대, 11곡 우계도, 12곡 함허정이다.
사실 이 화산12곡은 세상에 드러난 것이 불과 사오년 밖에 되지 않아 몇몇 관심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실정이다. 화산12곡은 격변의 세월동안 세상의 관심에서 완전히 잊혀진 채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문집 속에서 한 세기를 넘어 잠자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엄천강 열두 비경이 화산12곡이라고 불리었으며 그 열 두 곳의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모르고 있었다. 기껏해야 제1곡인 용유담, 제5곡인 와룡대 정도가 엄천 명소로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문학에 조예가 깊은 부산의 재야사학자 이재구 선생이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강용하의 문집에서 자료를 발견하고 수년간 엄천강을 오르내리며 답사하고 연구한 끝에 화산12곡 위치가 모두 비정되고 빛을 보게 되었다. 이재구 선생이 이끼 속에 숨어있던 제10곡 칠리탄의 각자를 운서강변 절벽에서 찾아낸 일화는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이 선생은 각자의 존재를 문헌에서 보고 운서 강변길 벼랑끝 바위에서 이끼를 긁어내고 찾아내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이걸 보고 ‘박물관이 살아있다’ 가 아니라 ‘엄천강이 살아있다’라고 흥분했다.
지리산관광벨트 사업의 첫 단추는 물론 사전 현장조사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것이지만 같이 병행되어야 할 중요한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엄천강 문화를 조명하고 홍보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알음알음 공유되고 있는 이재구 선생의 화산12곡 국역해설서는 내용도 재미있고 자료도 굉장히 충실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출판이 가능하다. 현재 엄천강 유역 바위에 새겨진 옛사람들의 각자가 300여개 있는데 이 각자에 대한 이 선생의 글만 따로 모아도 책 한권이 될 정도다. 이 자료가 출판되어 전국에 있는 도서관에 배포가 되면 지리산관광벨트를 홍보하는데 효자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만들어져야할 책이 있다. 엄천강 유역 특히 용유담에는 마적도사와 용에 관련된 이야기외 여러 가지 전설이 있는데 이 전설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써서 책으로 엮으면 역시 지리산관관광벨트를 홍보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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