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균 시인은 그의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조그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 사이로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그 위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 쪽에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일어난 참사 소식을 접하면서 쌩뚱맞게도 폴란드 생각이 난 것은 한 번도 그쪽으로 여행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비극적인 참사 소식을 듣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내 모습에 자괴감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헝가리 당국에게 철저한 진상과 책임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어디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유럽 3대 야경으로 불리는 다뉴브강의 야경은 우리나라 국민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이기 때문에 헝가리 당국에서도 몹시 당혹스러울 것이다. 강 장관은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4개국 협의체인 비셰그라드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다뉴브 강 하류인 세르비아에서도 실종자 수색 작업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소재가 파악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위상에 금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종자 수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국가 수반이나 국무위원을 비롯한 장차관들뿐이겠는가? 우리 국민들도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는 현장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공동체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하고 외국에 나가있는 모든 우리나라 국민들은 해당국가에 파견되어 있는 영사관을 통해서 신변 보호를 받게 된다. 혹시라도 일어나는 불미스런 일이나 사건 사고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주권국가의 주인으로서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런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일본 강점기의 탄압과 동족상쟁의 비극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호국 영웅들 덕분이다. 현충일을 보내면서 단순히 연휴를 만끽하고 말 일이 아니다. 피와 땀으로 지켜낸 그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쓴 “전우(戰友)”라는 시를 통해서 허공에 돌팔매 하나 던지는 심정으로 빨리 이 황당한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심정이다. 전우                             조한우총 한 자루 달랑 들고전선(戰線)에서 만난 친구내 나라 내 강산이 피로 붉게 물들던 날 개망초 흐드러지게 피면세계평화 올 거라고농담처럼 했던 말이현실이 되었건만 개망초 뿌리 밑에서너는 거름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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