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함은 ‘생태동양학 연구가’이다. 동양학의 핵심인 우주변화의 원리(陰陽五行)가 대부분 대자연大自然의 이치에서 나왔기 때문에 늘 대자연大自然과 교감하면서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도시의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멀리 하고 함양 지리산 자락에 살면서 늘 대자연大自然이란 큰 스승이 있어 그 속에서 교감하며 계절의 변화를 매순간 고요히 응시하면서 대자연大自然의 이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너무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다. 필자가 앞으로 바라는 바램이 있다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오감五感으로 대자연大自然의 변화를 하루하루 관조하면서, 때로는 책을 벗 삼아, 때로는 바위 위에서 내안의 ‘참나’를 찾아가는 사색과 명상을 하며 남은 생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여기에 필자가 함양 지리산 자락에서 자연과 교감하면서 더욱 좋아하게 된 고전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팽택(彭澤) 현령을 지낼 때 상관의 순시를 맞이하기를 거부하고 “오두미(녹봉을 받는 5말의 쌀) 때문에 향리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不爲五斗米折腰)”는 말을 남기고 사직한 중국 동진東晉 시대의 전원시인인 도연명(陶淵明:365~427)의 시로 전원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면서 남긴 작품이다. 새장 속에 갇힌 새가 자유로이 날기를 꿈꾸듯 세속적 입신양명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전원생활에 만족하는 삶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도 가장 한가로운 시간에 시구 하나 하나를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읽어보기를 바란다. 귀전원거歸田園居少無適俗韻(소무적속운) 어려서부터 세속과 맞지 않고性本愛丘山(성본애구산) 타고나길 자연을 좋아했으나誤落塵網中(오락진망중) 어쩌다 세속의 그물에 떨어져一去三十年(일거삼십년) 어느덧 삼십 년이 흘러 버렸네羈鳥戀舊林(기조연구림) 떠도는 새 옛 숲을 그리워하고池魚思故淵(지어사고연) 연못 고기 옛 웅덩이 생각하듯이開荒南野際(개황남야제) 남쪽 들 가장자리 황무지 일구며守拙歸園田(수졸귀원전) 본성대로 살려고 전원에 돌아왔네方宅十餘畝(방택십여묘) 네모난 텃밭 여남은 이랑에草屋八九間(초옥팔구간) 초가집은 여덟 아홉 간楡柳蔭後簷(유류음후첨) 느릅나무 버드나무 뒤 처마를 덮고桃李羅堂前(도리나당전) 복숭아 자두나무 당 앞에 늘어섰네曖曖遠人村(애애원인촌) 아스라한 먼 곳에 인가가 있어依依墟里煙(의의허리연) 아련히 마을 연기 피어 오르고狗吠深巷中(구폐심항중) 동네 안에서는 개 짖는 소리鷄鳴桑樹顚(계명상수전) 뽕나무 위에서는 닭 우는 소리戶庭無盡雜(호정무진잡) 집안에는 번거로운 일이 없고虛室有餘閒(허실유여한) 텅 빈 방안에는 한가함 있어久在樊籠裏(구재번롱리) 오랫동안 새장 속에 갇혀 살다가復得返自然(부득반자연) 이제야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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