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원앙은 함양상림의 사랑스런 가족이 되었다. 무성한 연밭, 참나무를 비롯한 고목의 숲, 그리고 위천 수원지의 자연환경이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5월과 6월의 연밭에서는 뽀송뽀송 귀여운 원앙 가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상림에서 즐길 수 있는 귀한 생물성 풍경이다. 원앙은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귀한 대접을 받는 새이기도 하다. 상림은 원앙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에 참 좋은 자연환경이다. 번식기는 4~7월이다. 3월이면 벌써 상림의 숲속 개울이나 위천 수원지에서 쌍쌍이 짝을 짓는 것을 볼 수 있다. 햇살이 따스한 봄날에는 구애의 행위가 농염해진다. 이때 수컷은 화려한 혼인색으로 암컷을 유혹하지만,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는 것은 언제나 암컷이다. 원앙은 참나무 같은 고목나무 구멍에 알을 낳고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엄마를 따라 연밭으로 나온다. 상림 연밭은 맹금류나 야생동물에게 먹힐 위험요소가 적다. 사람들이 붐비는 경관이라 역설적이게도 보호를 받는다. 또 연밭은 물풀을 비롯해서 수서곤충 같은 먹이가 많다. 새끼 원앙은 개구리밥을 잘 걷어 먹는다. 연잎 줄기에 붙은 벌레들을 쪼아먹기도 한다. 바랭이 잎과 풀씨도 훑어 먹는다. 물달개비 부레옥잠 잎도 뜯어먹는다. 미색 꽃잎처럼 보이는 갈색날개매미충도 잡아먹는다. 원앙은 식욕이 대단히 왕성한 잡식성인 것 같다. 2016년 8월 무척 놀라운 원앙의 먹이활동을 지켜보았다. 젊은 원앙 한 마리가 숲속 개울에서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힘겹게 물고는 꽤나 오랜 시간을 끌더니 꿀꺽 삼킨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으면서도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새록하다. 생존의 몸부림은 처절하지만 가차 없다. 다른 생명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지구 생물계의 현실이다. 우리네 삶의 일부에 울부짖음과 고통이 있다. 얼마 전에 북쪽 물레방아 앞 연밭을 거닐다가 솜털이 뽀송한 원앙가족을 만났다. 어린 것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가 금방 솟구쳐오르며 물 위를 우사인 볼트처럼 달린다. 그 풋풋한 생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돈다. 생명의 활기가 넘치는 상림의 귀요미들! 어린 생명이 희망이다. 그렇게 한바탕 요란을 떨더니 엄마따라 연밭 둑으로 올라온다. 저마다 고개를 뒤틀고 한껏 가로저으면서 깃털을 고른다. 그것도 잠시 저희들끼리 다닥다닥 모여 앉더니 연방 눈을 꿈뻑거린다. 엄마도 곁에서 눈을 껌뻑이며 우두커니 쉬고 있다.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사진을 찍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세어보니 새끼가 10마리다. 어린 새끼를 가진 야생동물이 사람의 눈길을 꺼리지 않는 것도 참 특이한 일이다. 상림의 잦은 인기척에 적응한 탓일까? 8월 한여름 땡볕에는 만물이 지치기 마련이다. 이때 잎이 무성한 연밭은 원앙들이 쉴 수 있는 좋은 휴식처이다. 늦게 태어난 새끼원앙들이 무더위를 피해 연밭경관단지 돌다리에 앉아 쉬고 있다. 젊은 원앙들은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흰 배를 뒤집으며 펄쩍 뛰어오르기도 한다. 무더운 열기를 식히면서도 솟구치는 열정은 어쩌지 못한다. 가을이 되면 훌쩍 자란 원앙들은 가족의 품을 떠나 독립한다. 쌍을 짓거나 서너 마리씩 연밭 위를 깍깍거리며 날아다니기도 한다. 지척에서 마주 볼 수 있을 만큼 친근하던 원앙은 이제 눈빛이 달라진다. 연밭에서 모습을 감추며 거리를 둔다. 경계심이 강해진다. 무리를 이루어 숲속 개울의 한적한 곳이나 위천으로 자리를 옮긴다. 숲속 개울과 위천에 100~200마리씩 떼로 모여들기도 한다. 2016년 10월 말에 그랬다. 이때 수컷은 이미 혼인색을 입고 화려한 위용을 뽐낸다. 잠시나마 숲속 개울은 알록달록 떠들썩한 풍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겨울이 되면 이 중 일부는 남아서 상수원을 가두어둔 소류지에서 볕 바라기를 한다. 가을날 저녁 위천 물살이 곱게 일렁이는 수면 위를 원앙 한 무리가 날고 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의 이치를 관조하는 시간이다. 만나면 헤어지고 언젠가 또 만난다. 남길 것과 버릴 것은 무엇인가? 계절을 이어 우리네 삶을 비추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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