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만 지어서는 답이 없습니다. 직접 판로도 개척하고 가공해 상품의 가치를 더하면 농업도 충분히 희망이 있습니다.” ‘딸기엄마 양파아빠’로 통하는 함양군 수동면 상백마을 김유선(35)·정태상(44) 씨 부부는 농부로 흙냄새 맡으면서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마산(현 창원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2009년 귀농해 이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상백마을은 딸기아빠 정태상 씨의 고향이다. 하지만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자라 줄곧 도시생활만 했던 딸기엄마 김유선 씨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선 타향이다. 유선 씨는 친구의 소개로 태상 씨를 만났다. 어리다고 쳐다보지도 않던 시골총각의 순수함에 끌려 아홉 살 나이 차이를 잊고 결혼까지 골인했다. 태상 씨는 국내 한 자동차 판매사의 잘나가던 세일즈맨이었다. 활달한 성격과 친화력으로 연고도 없던 마산에서 전국 판매왕에 올랐을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실적만큼이나 수당도 많이 받았다.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로 지출 또한 만만찮았지만 주식에 투자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빚을 청산하기 위해 아파트까지 날렸다. 수중에 남은 2000만원을 들고 귀향을 결정했다. 유선 씨는 “시골생활이 익숙지 않은 데다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어 너무 힘들었다”며 “아무런 준비 없이 귀농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고 했다. “일정하지 않은 수익에 아이들 키우기도 버거웠다”며 “귀농 후 3년 정도는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고백했다. 이들 부부는 귀농 후 부모님이 분양해준 송아지 세 마리와 농장 일부를 마중물로 가족영농을 시작했다. 귀농 11년차가 된 현재 농사 규모는 논과 밭, 딸기 하우스 10동 등 어느덧 4만2500여㎡(약 1만2900평) 규모가 됐다. 양파와 딸기, 벼가 주요 재배작목인데 일부 부족한 농지는 임차해 사용한다. 송아지 세 마리로 시작한 한우도 20여 마리를 사육하며 해마다 15~20마리의 송아지를 출하하고 있다. 4년 전에는 소규모 농산물가공시설을 갖춰 양파여주즙과 딸기잼, 자주색 양파잼을 생산해 ‘딸기엄마 양파아빠’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대부분 직거래로 판매한다. 주로 지인들이나 SNS를 통해 주문이 이루어지고 있다. 게 껍데기를 미생물로 발효 시켜 액비를 만들어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하기에 건강한 먹거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거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태상 씨는 “연간 수익은 정확히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서민갑부도 부럽지 않다”며 자신들의 귀농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요즘 제철을 맞은 양파는 함양양파를 대표해 대전통영간고속도로와 광주대구간고속도로 함양휴게소 및 산삼휴게소 상하행선 4곳의 로컬푸드매장에서 소포장(3㎏)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뿐 아니라 “함양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은 지리산과 덕유산으로 둘러싸인 청정지역 게르마늄 토양에서 자라 다른 지역 농산물보다 품질이 우수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품질 좋은 함양 농산물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오히려 속상하단다. 이들 부부는 1, 2차 산업을 넘어 6차 산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아직 체험관광까지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지만 귀농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농장과 가공장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자신들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어 시행착오를 줄여 주고 싶은 게 이들 부부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틈틈이 6차 산업이나 농산물 가공기술, 새로운 영농기술 등에 대한 교육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특히 딸기엄마의 열정은 막을 수가 없다. 농사일과 단체 활동만으로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최소 1년에 10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딸기엄마 유선 씨는 함양4-H연합회 부회장에 이어 올해는 경남4-H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함양군학부모네트워크 임원 등으로도 활동한다. 태산 씨도 함양군족구협회 사무국장, 함양군아동위원 및 자율방범대원 등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 하고 있다. 한때는 보육원을 짓는 게 꿈이었다는 양파아빠와 딸기엄마. 보육원 대신 4남매를 둔 다자녀가족을 이뤘다며 더없이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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