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갑을 여간해서는 열지 않는다. 마치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이 아끼고 또 아끼며 살아간다. 남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하지만 경제가 좋건 나쁘건 사람들 마음 중심에는 언제나 경제적 손익을 따지는 성향이 있다. 특히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쩌면 손익계산을 두들기며 상대할 사람을 고르며 직장을 고르고 배우자감을 선택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유익이 된다면 어떻게라도 함께 하고, 붙잡으려고 하지만,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그 만남과 일들을 꺼리고 피해간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 평범한 사람 가운데 유독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가족이든, 이웃이든, 국가이든 가리지 않고 그 대상을 이용하고나 해쳐서 자신의 욕심을 챙기는 사람을 우리는 ‘나쁜 사람’,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기생충’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뛰어 넘어, 나보다 부족한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아껴주고 배려해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착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들이 희망하는 공의롭고 정의로운 사회는 이러한 착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때 견고히 세워진다. 공의와 정의는 서로 비슷한 말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공의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아껴주는 사랑에서 나오는 생각과 마음이다. 그럼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그러한 생각과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뛰어난 사람은 공의까지는 가지만, 정의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정의까지 가려면 자기의 섬김과 낮아짐과 손해와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랑으로 섬겨야하기 때문이다. 그 섬김은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람을 우리는 살신성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공의는 사랑의 발로이고, 정의는 이러한 사랑의 적극적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란 바로 공의와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말하며, 이러한 세상의 특징은 빈부의 격차가 없는 세상이다. 힘이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깔보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소유한 사람이 소유하지 못해 고통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자신의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 함께 일어나 걸어가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얼마 전 아름다운 소식이 가뭄 속에서 내리는 단비처럼 우리의 가슴을 맑게 씻어 주었다. 바로 치매 할머니가 길거리를 위험하게 걷자 안전한 장소로 인도하고 자신의 신발까지 벗어준 여학생에 대한 소식이었다.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여대생인데 그녀의 선한 일이 알려져서 칭찬이 쏟아지자 신문기자가 수소문 끝에 찾아가 인터뷰를 하였다. 그 여학생은 인터뷰에서 “저는 양말을 신고 있고 할머니는 맨발이었다”며 “그러니 당연히 벗어 드려야했다. 그냥 평소처럼 집에 가서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났는데 많은 분들이 제가 한 일 때문에 행복해 하신다니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뛰어가서 할머니를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왔다”며 “할머니가 다치시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 양말을 신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칭찬 들어 마땅한 학생이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며 언뜻 적십자를 창립한 앙리뒤낭이 생각이 났다. 그가 어릴 때 추운 겨울 날 길을 걷는데 자기 또래가 얇은 옷을 입고 떨며 구걸하는 모습을 보자 부모님이 사주신 값비싼 털옷을 벗어 그 가난한 거지에게 입혀준 일이다. 그 여학생은 커피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이다. 그 신발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그 학생에게는 소중한 신발이었을 것이고, 앙리뒤낭에게도 소중한 것이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며 드린 이 모습이 바로 공의와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사회의 모습이다. 가난하든 부하든 누구나 맞이하여 지친 저들의 마음에 쉼을 주는 빈 의자처럼 그리고 그렇게 사신 주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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