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먹거리다. 탁배기 한 사발에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던 장터국밥은 예나 지금이나 전통시장 대표 먹거리 중 하나다. 함양의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지리산함양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함양읍 지리산함양시장 내 맑은 장터 인근에는 10여개의 식당이 모여 있다. 그 중에서도 국밥집이 단연 눈에 띈다. 본지가 ‘지리산인’을 통해 앞서 소개했던 병곡식당과 조양식당은 물론, 월산식당도 시장국밥 전통 맛집으로 지역민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번호에는 지리산함양시장에서 30년 전 국밥집을 개업해 같은 자리에서 같은 메뉴로 한결 같이 손님을 맞고 있는 월산식당 최영자(73) 씨를 만나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힘들다. 경기 탓도 있지만 인구가 많이 줄어 손님도 영 없다. 내 가게니까 놀기 삼아하는 거지 돈 벌려고 하면 못한다.” 30년 맛집으로 단골손님을 확보하고 있는 월산식당도 한창 때에 비하면 손님이 3분의1로 줄었다고 한다. 최 씨는 자식들이 늘 “어머니 욕심을 버리세요”라고 말하지만 “돈 벌 욕심 때문에 식당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자식들이 ‘욕심을 버리라’고 하는 속뜻이 무엇인지도 안다. 그는 “손님들이 내가 해준 음식을 먹고 맛있어하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며 “그 재미에 계속 식당 문을 열게 된다”고 했다. “특별히 아픈 곳 없고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복 받은 것 아니냐”는 그는 “30년간 식당을 운영했지만 단 한번도 하기 싫다거나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일이 없다”고 한다. 손님이 맛이게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고, 태산같이 쌓인 빈 그릇을 봐도 흐뭇하단다. 깨끗하게 설거지한 뒤에는 피곤하다는 생각보다 흐뭇한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함양읍 석복에서 태어난 최 씨는 열아홉살에 전라북도 남원시 아영면 청주 한씨 집안 총각과 혼례를 올렸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총각이 착실하고 야물다고 해서 총각 하나만 보고 시집갔다고 한다. “살아보니 신랑이 진짜 착하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며 10년 전 사별했다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스치는 듯했다. 남편뿐 아니라 시어머니나 시누 등 시집식구 모두 그를 아껴 주었다고 한다. “2남2녀 중 남편이 막내였는데 나는 시집살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어. 어려서부터 친정어머니가 하도 엄하게 키워서 예의범절을 잘 따른 것도 있지만 시집 식구들이 나를 많이 생각해 주고 아꼈었다”고 자랑했다. 최 씨 부부는 결혼 후 논 3마지기(약 2000㎡)로 시작해 해마다 살림을 늘려갔다. 논 35마지기와 밤밭까지 사 아영면에서 제법 소문난 부자가 됐다. 그는 농번기가 되면 놉(일꾼)의 점심과 새참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일은 만만찮았다. 농사가 많아지면서 하루 20~30인분의 밥과 참을 손수 해 날랐다. 식당일을 해보지 않았던 그가 월산식당을 개업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많은 일꾼들의 밥과 반찬을 해 날랐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월산식당은 원래 한국통신공사(현 kt)에 다니던 오빠 소유의 전표였다.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 비단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임차인이 점포를 정리하자 오빠가 “시골에서 농사짓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다”면서 국밥집을 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돈 번다고 생각하지 말고 경험삼아 해보라”는 남편의 말에 용기를 냈다. 그렇게 시작한 식당일이 벌써 30년이 됐다. 일꾼들에게 밥과 새참을 해 나르던 손맛과 푸짐한 상차림에 월산식당을 시장 내 새로운 맛집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7년 만에 월세를 주던 점포를 인수했다. 그는 “푸짐하고 저렴한 게 전통시장의 매력인데 비싸면 안된다”며 음식 값이나 술값을 최대한 올리지 않으려 애쓴다. 월산식당은 국밥의 주재료인 고기와 사골, 쌀, 채소 등 모두 우리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사용해 최 씨가 손수 요리한다. 대표 메뉴는 당연히 국밥이다. 돼지국밥, 모듬국밥, 내장국밥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국밥 외에도 비빔밥,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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