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을 시도한 오스탈로피테구스에게 길은 운명이다. 서사적이지만 걷는 길은 우리에게 운명이다. ‘느림의 미학’이라 일컫는 걷기는 현대인에게 버릴 수 없는 화두다. 저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에게는 그 길이 있다. 2018년 10월은 10주년을 맞이한 지리산둘레길의 역사다. 제주 올레길도 뒤지지 않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 후로 오랫동안 수많은 길이 세상에 나타났다. 그곳에 있어야 할 길 들에 우린 찬사와 갈채를 보냈다. 걷기 열풍의 10주년을 회상하고 우리가 또 걸어야 할, 아니 걸어야만 되는 길은 무엇인지 지면으로 옮기고자한다.아장아장 걷기에 첫 발을 띤 아가부터 지팡이로 하루를 넘기는 어르신까지 걸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공감하며 걷는 길 하나는 백 개의 공장 굴뚝 보다 우선함을 찾아보고자 한다.왜 걸어야하는지 아니 걷기 위해 있었던 길, 소통의 길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자한다. 무엇보다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함양이 간직한 소중한 걷는 길을 세상에 비추고자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1. 지리산둘레실 11년을 돌아보다2. 도보길의 탄생 제주 올레길3. 김광석, 대구의 길로 돌아오다4. 바다위의 정동진, 부채길을 걷다5. 함양엔 없는 안동 선비순례길6. 베트남을 알린 사파길의 매력7. 함양의 미래를 지리산둘레길에서 묻다 베트남 문화의 다양성, 길을 만들다 걷기를 이어주는 원주민의 손목 끈 사파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서쪽 350km에 위치해 행정구역상 라오까이 성에 있는 고산 지대의 휴양지로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개발이 진행됐다. 당시에는 프랑스어 Chapa로 불리었고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하며 베트남어식 지명으로 SaPa로 지칭하며 한자 표기는 沙垻다. 베트남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그러나 매우 드물게 눈이 오는 곳이며, 베트남에서의 또 다른 이국적인 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사파는 인도차이나의 지붕이라 불리우며 베트남에서 제일 높은 판시판(Pansipan, 해발3143m)산을 마주 보는 해발1650m 산악지대에 위치한 산골마을이다. 이번 기획취재의 마지막 취재지로 사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베트남의 다양한 문화 환경과 전통적 생활양식이 잘 보존되어 세계인의 발길을 끌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고산족인 흐멍족과 따오족, 자이족 등 12개 부족이 서로의 생활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며 함께 어울러져 공동체를 이루는 곳이 사파다. 부족은 아니지만 함양이 품고 있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도 영호남 다섯 개의 시와 군의 주민들이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오고 있는 삶의 터전이기에 취재의 맥락을 연결했다. 또한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삶의 터전을 관광과 연결하여 베트남 최고의 휴양지와 트레킹 1번지로 거듭나는 사파의 비결을 알아보고자했다. 그래서 함양을 떠난지 꼬박 35시간이 걸려 베트남 라오까이성 사파빌리지에 도착했다. 사파로 오는 직행버스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출발한다. 편도 6시간이 소요되는 여정은 라오까이와 하노이 간에 고속도로가 건설되며 가능해졌다. 그전에는 이곳 산골마을까지 12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가이드는 말한다. 사파가 트레킹과 휴양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출발 기지인 하노이도 관광 특수를 이어간다. 여정을 이어가기 위한 숙박업 뿐 만 아니라 사파관광코스를 패키지 상품으로 개발하여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사파호수를 보면 버스를 내리면 흐멍족과 까이족 등 수 많은 소수민족 가이드들이 저 마다의 고유 복장을 입고 여행객의 손목을 붙잡는다. 각 부족 자신들만의 고유 홈스테이와 트레킹 상품을 알리기 위해서다. 짧게는 하루 반나절 코스부터 2박 3일 일정까지 다양한 체험상품을 설명한다. 다양한 일정 속에서도 자신의 집에서 홈스테이 하며 식사를 나누고 집 주변의 계단식 논과 들을 걷는 일정은 공통적으로 포함돼있다. 기자에게 상품을 설명하던 흐멍족(H’Mong People) 마마지앙(Mama Giang)씨는 스마트폰을 꺼내고 페이스북 페친 맺기를 권유한다. 베트남 산골마을도 소셜미디어의 바람은 피해갈수 없는 현실을 느낄 때 그는 자신이 만든 손목 끈팔찌를 기자의 손목에 채워주며 미소를 던지며 말했다. “우리집에 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여기 사파는 정말 볼 것이 너무 많으니 많이 보고 먹고 즐기고 건강하게 돌아가세요. 이 팔찌는 당신의 행운을 지켜주는 상징입니다.” 얼떨결에 얻어 찬 손목 팔찌는 사파의 길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란 믿음을 주었다.다양한 삶의 방식이 곧 관광 상품사파에는 곳곳에 프랑스 식민지 시절 흔적이 남아있다. 베트남의 여느 지역과 유사하지만 사람들의 복장을 보면 확연하게 다른 풍경이다. 12개 부족의 전통 의상이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이곳에 트레킹과 관광을 온 관광객도 글로벌하다. 깃대를 세우고 일렬로 걸어가는 베트남 자국민과 커다란 배낭을 앞뒤로 짊어지고 걸어가는 유럽파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높은 베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판시판(Pansipan, 3143m)산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곳 사파는 신선한 날씨와 베트남 변방의 여러 소수부족들을 함께 만날 수 있어 세계인의 인기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사파의 중심에 위치한 중앙광장은 사파 관광의 출발점이다. 바로 근처에 서있는 사파 노트르담 성당(Notre Dame Cathedral)은 1930년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가톨릭 교회로 사파를 방문한 이가 한번쯤은 인증샷을 찍는 포토죤이다. 성당 주변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전통복장을 입은 부족들이 마스코트처럼 사람들을 반긴다. 성당을 중심으로 바로 뒤에는 해발 1750미터 높이로 산 정상이 용의 턱처럼 갈 라져 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함롱산이 있다. 아름다운 사파 시내의 풍경을 고스란히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을 오르는 내내 인공적이지만 아름다운 꽃들로 꾸며져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트레킹의 시작은 성당을 기점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도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발길은 판시판의 파노라마가 펼쳐진 산 아래 마을을 향한다. 사파 중심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깟깟마을(Cat Cat)은 사파에서 가장 먼저 만났던 베트남인 마마지앙(Mama Giang)씨의 동네다. 벼들이 자라나는 층층의 계단식 논을 따라 이어지는길을 걸어 가다보면 흐몽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 곳곳에 펼쳐진다. 볼 것은 계단식 논과 그들의 삶의 일상들 그것이 곧 트레킹 관광의 목적이요 결과다.함양 대광마을에서 깟깟마을을 떠올리다 사파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센터에서 근무하는 다오(Dao)씨는 사파 관광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사파는 68만 명이 사는 라오까이 성의 6개 타운 중 하나로 인구는 소수민족을 모두 합해 만 오천 명 정도입니다. 농사가 주업이었지만 라오까이와 하노이간에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판시판 케이블카가 완공되고 산악철도가 준공되면서 관광업이 주요 생산기반입니다. 이곳에 관광 오는 베트남 내국인들은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올라가기 위해 오고 외국인들은 주로 걷기위해 옵니다. 이곳 소수부족들이 저마다의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온 것이 관광 상품이 된 것 이죠. 계단식 논도 트래킹의 인기 코스죠. 모든 것을 한눈에 보시려면 케이블카를 한번 타보세요.” 4박 5일의 베트남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첫 취재 일정은 함양군농민회 영농발대식. 함양군 병곡면 광평리 대봉산 자락에 자리한 대광마을에 마련된 행사에는 관내 위림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참석해 손모심기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했다. 어린 친구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 오시던 방법대로 모를 심었다. 함양 농업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고 이었다. 모줄을 잡은 함양군농민회장도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 농업문화를 재현하는 시간이었다.문득 그때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라며 베트남 동행취재를 했던 정 기자가 이야기한다.“아 여기 대광마을이나 사파의 마을이랑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함양도 해발이 높고 여기 계단식 논도 그렇고 저기 펼쳐지는 전통 농업 문화도 그렇고 저 대봉산 쪽 길도 사파랑 비슷하네. 저 지리산도 판시판산과 닮았고, 함양도 사파 못지 않네...” 박민국·정세윤 기자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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