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들은 언급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많이 변하였다. 발전했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지만 그로 말미암은 폐해도 적지 않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하기에는 망설여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도로도 변했고 집도 변했고 주위를 둘러보면 산도 변했다. 중장비들이 산을 없애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산 같은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먹는 음식도 많이 변했고 입는 옷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경제적인 수준이 향상됨으로 말미암아 삶의 여러 가지 부분이 편리해지고 풍족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식사시간이 기다려졌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집에서 먹는 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은 어디를 가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 다양하게 진열된 여러 종류의 과자나 혹은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그런 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맛있게 먹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도 없고 탓할 수도 없다. 한편 한 가지 아쉬운 것들도 있다. 요즈음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노령화로 여러 가지 국가적으로 대비해야 할 일들도 많다. 우리 농촌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아니 더 심각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은 마을 회관 바로 옆에 있어서 늘 사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전에는 겨울에만 모여서 함께 음식을 해 먹고 여러 가지 놀이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사시사철 그렇게 하면서 지내는 것을 보게 된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모이는 어르신들의 숫자마저도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얼마 전에 도시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지금 시골은 모내기가 한창이겠네” 하는 질문을 받고는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옛날에는 모내기철이 되면 온 동네가 들썩거렸다. 하지만 지금이 모내기철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뭐가 그리 바쁜지 차를 타면 쌩쌩 달리기 때문에 여유롭게 들판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작금의 농촌은 소작농들은 벼농사를 지어도 별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수도작을 재배하는 사람도 드물다. 거기에다 벼농사는 이제 거의 기계화가 되어서 새벽에 일을 시작해서 해 뜨기 전에 일을 다 끝낸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온 동네 사람이 어우러져 함께 하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서 혼자 멍하니 들판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씩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현수막의 글자들을 접하게 된다. 여러 가지 고장의 다양한 소식들을 접할 수 있어서 참 좋다. 그 현수막들 가운데 종종 동물들을 대량사육 하는 농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귀를 보게 된다. 충분히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사는 곳에는 그런 사육장이 없어서 가축들의 분뇨 냄새로 고통당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가끔씩 그런 곳을 지나다 보면 잠시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숨쉬기가 곤란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 대형동물농장을 수용하고 싶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는 사회 구조의 변화로 말미암아 가축의 대량사육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몇 년 전에 양계를 대량으로 하는데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곳이 충청북도 보은군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한 적이 있었다. 양계를 3동이나 하고 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전혀 나지 않았다. 사육장을 미생물들이 번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만들어 닭들이 분뇨를 배설하면 바로바로 분해하게 만들고 사료로 발효사료를 직접 제작해서 먹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였다. 몇 년 후 다시 그곳을 방문했을 때는 사육장이 두 배로 늘었는데도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식당에서 나오는 생활하수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겠지만 소로 인해 얻는 유익이 많다”는 말이 있다. 여러 가지 자연적인 문제들로 인해 무엇보다도 건강한 먹거리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우리 농촌이 그 일을 담당해야 한다.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우리 모두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깨끗한 구유를 위해 아예 소를 키우지 않는 것은 생산적인 처사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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