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늦잠을 자는데 아침부터 수리가 창밖에서 야옹야옹~ 집사를 깨운다. 냥작님~ 왜 그러세요~ 하고 창을 여니 시계가 몇신데 아직 자느냐구 집사는 일단 나와 보시라고? 한다. 나갔더니 작은 쥐 한마리랑 더 작은 두더지를 한마리 잡아 데크에 올려놓았다. 아이쿠 놀래라~ 아니 냥작님~ 나더러 이걸 다 어쩌라구요~ 하니 집사는 쥐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지난번에 통통한 쥐 잡았을 때 뺏어가지 않았냐고 이건 좀 작은 거지만 마음으로 주는 선물이니 받아 두라고 한다. 대략 난감하다. 기뻐하면 또 선물할 테니 기뻐할 수도 없다. 가정의 달을 맞아 나름 생각해서 생색내며 주는 선물인데 무시할 수도 없고 이거 참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가을 산책길에서 업어와 거실에서 키우던 수리를 사월 봄부터 데크에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바깥으로 내보냈더니 기회만 있으면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날씨가 좋은 날 현관문을 열어놓으면 방충망 도어 아래로 스물스물 스며 들어오곤 했다. 사월 초 꽃샘추위에 기온이 제법 내려갈 때는 안쓰러워 해가 떨어지면 간단히 목욕을 시키고 집안에 들이기도 했는데 목욕하기를 엄청 싫어하는 고양이와 목욕시키기를 무지 싫어하는 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아주 바깥 생활만 하게 되었다. 식물에 양지식물 음지식물이 있다면 고양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양지동물이다. 겨울에 거실에서 지낼 때도 수리는 항상 거실 창으로 해가 잘 드는 곳을 옮겨 다니며 낮잠을 즐겼고 해가 넘어간 뒤 벽난로에 불을 넣으면 벽난로 앞 가장 따스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가 마당에서 장작을 들고 들어오면 마치 고양이를 위해 벽난로 불을 넣는 것처럼 불도 붙이기 전에 미리 좋은 자리에 터억 자리를 잡는 것이다. 기온이 많이 올라간 오월로 접어들어 이제는 바깥도 짐승들이 지내기엔 그다지 춥지는 않지만 수리는 항상 볕이 드는 양지에서 햇볕을 즐긴다. 해가 드는 곳을 따라 다니며 아침엔 흔들그네 지붕위로 올라갔다가 오후엔 앞마당 잔디에서 햇볕을 만끽한다. 그리고 해가 제법 따가울 때면 플랜트 박스에 올라가 백합 그늘아래에서 낮잠을 즐긴다. 오월로 접어들어 장미가 한 송이 두 송이 피기 시작했지만 아직 뒷산 뻐꾸기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수리가 집안에서 지낼 때는 밤중에 자는 시간이 비교적 많았지만 날씨가 포근해지고 야간 활동을 하면서 낮잠 자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 같다. 한번은 한 밤중에 우연히 잠이 깨어 마당을 내다보니 수리가 돌담위로 살금살금 걸어 다니며 뭔가를 노리고 있었다. 보나마나 쥐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수리는 요즘 사냥에 재미를 들였다. 내가 아침에 현관문을 열면 수리가 밤새 잡은 쥐나 두더지를 데크에 자랑스럽게 터억 올려놓는다. 그리고 충직한 집사에게 내리는 하사품이라도 되는냥 나의 반응을 지켜본다. 솔직히 나는 쥐가 무섭다. 그래서 나는 수리가 보는 앞에서 삽으로 쥐를 떠서 개똥 던지듯 덤불 속에 휙 던졌다. 수리는 놀랍고 당황한 듯 묘(猫)한 표정을 짓더니 짐짓 슬픈 얼굴로 아직 채워지지 않은 빈 밥그릇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표정에는 집사는 덩치만 컸지 자기처럼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이빨도 무뎌 의외로 쥐를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는 철학적인 체념이 담긴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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