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4월27일부터 골든위크(황금연휴)가 시작되고 딱 5월6일까지 10일간의 대규모 휴일입니다. 그 기간 중에 일본에서는 또 하나의 시대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31년 동안 계속하여 쓰여왔던 平成(헤이세이)라는 원호가 4월29일까지로 끝나고 5월1일부터 令和(레이와) 1년이 됩니다. 일본에는 천황이 있습니다. 平成천왕은 125대 천왕이고 이번에 즉위하는 126대 천왕 德仁(나루히토)親王은 平成천왕의 장남입니다. 平成은 “나라의 내외 천지의 평화를 이루자”라는 뜻이 있고 令和(레이와)는 일본에서 1200년 전 나라시대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시가집 “万葉集”에서 선택된 언어랍니다.(저도 잘 몰랐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하나 된 마음에 문화가 생기고 성장해 나간다”라는 뜻이랍니다. 더 깊게 그 시가를 보면 힘들었던 추위를 지나서 봄이 오는 것처럼 화려하게 피는 매화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답니다. 한 사람 한사람이 희망적인 내일을 향해 그 매화처럼 각자의 꽃을 힘차게 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令和라는 원호를 선택하게 됐다고 합니다. 저는 平成8년(1996년)에 한국에 시집왔습니다. 그 후부터는 서력(서양의 해)으로 해를 세고 왔기 때문에 平成몇년인지도 잊어버리고 왔습니다. 이번에 천왕이 바뀌는 국가적인 대행사를 보면서 다시 平成의 시대를 뒤돌아보게 됐습니다. 전쟁이 없는 시대였지만 큰 재해가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갑자기 가족을 잃어서 안타까운 눈물을 보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핏줄을 넘어서 이웃이 함께 힘을 합치고 살아보자고 하는 모습이 더 큰 발전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기게 했던 대전환기이기도 했습니다. 平成의 일본 모습은 시작했던 30년 전과 끝나가는 지금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제가 시집왔을 때에는 일본에 있는 가족이 보고 싶어서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큰딸이 일본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데 마트에 갈 때 마다 영상통화로 모르는 식품이 있으면 보여주면서 이것이 뭔지 물어보기도 하고 무슨 재료를 사야 되는지 통화를 하면서 장보기를 합니다. 그것도 통화는 공짜입니다. 예전에는 일본에 통화한다면 시부모님 눈치에 얼마나 신경을 썼던지 모릅니다. 저는 일본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매일 아침과 저녁에 무료영상전화로 안색 체크를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소식을 친적들에게도 알려드립니다. 이제는 천왕의 퇴위와 즉위에 따르는 행사도 국가적인 것부터 민간적·개인적인 것까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전 세계에 보내면서 공유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나라와 나라사이에는 아직 높은 국경의 벽이 있는 것 같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국경을 넘어 위하며 살려는 움직임도 많습니다. 동시에 나쁜 조직도 확대되기 때문에 선과 악이 동전의 양 면처럼 존재하는 어려운 시대입니다. 더 느끼는 것은 안 봐도 되는 것까지 보게 되고 몰라도 되는 것까지 알게 되는 시대, 선택이 어려운 시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새 천왕이 즉위하면서 일본국민이 바라는 것은 재해가 많았던 平成에 아직 재건되지 못한 지역에서는 불편하게 살고 계시는 국민도 많아서 먼저 나라의 안착을 소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계의 평화도 염원하고 있습니다. 내년 2020년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개최되는 동경올림픽은 令和가 시작하고 처음으로 개최되는 세계적인 행사가 될 겁니다. 세계 250개국 중 207개국이 참가예정이라고 하는데 개회선언은 새 천왕이 하게 됩니다. 비전이 ‘스포츠는 세계와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이고 3개의 기본 컨셉[전원이 자기베스트][다양성과 조화][미래에 계승]이랍니다. 이제는 한나라의 이익을 생각하고 평화를 외칠 수 없는 시대입니다. 대기오염만 봐도 대기는 국경에 신경 쓰지 않고 움직입니다. 그럼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결하려고 하는 자에게도 국경이 없어야 된다는 말입니다. 올림픽은 오직 17일간 밖에 안하지만 그 때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 관계자 그리고 그 선수를 보내는 나라의 국민이 모두 하나가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일본에서 새로 시작하는 令和라는 시대가 꼭 세계 평화를 다른 나라와 함께 추구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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