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李晬光)이 쓴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면 「여자가 가장 예쁘고 좋게 보이는 때는 세 가지 위(三上)와 세 가지 아래(三下)에 있을 때인데 세 가지 위는 누각 위, 담 위, 말 위이고, 세 가지 아래는 발(簾)아래, 촛불 아래, 달빛 아래이다.」라고 했다. 누각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여인이나 담 너머로 보이는 여인의 모습과 말을 탄 여인의 모습은 당당함과 애잔한 아름다움이 서려 있다. 또한 보일 듯 말 듯 한 주렴(珠簾) 사이로 보이는 여인의 얼굴도 얼굴이지만 가물가물하는 촛불 아래나 긴 그림자 드리운 달빛 아래에서 여인이 기다리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표현한 옛 사람과… 성형으로 조각된 현대인의 생각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쓴 『연암집』에 보면 「미녀가 머리를 숙이고 있으면 부끄러움을 나타내는 것이고 턱을 고이고 있으면 한(恨)을 나타내는 것이다. 혼자 서 있으면 생각에 잠긴 것을 나타내고 눈썹을 찡그리면 수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난간 아래에 서 있으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일 것이고, 파초 밑에 서 있으면 바라는 바가 있어서일 것이다. 만일 미인이 재(齋)를 올리는 스님처럼 가만히 서있지 않고 소상(塑像:찰흙으로 만든 인물상)처럼 우두커니 앉아있지 않는다고 책망한다면 이것은 양귀비가 치통을 앓고 번희가 머리채를 어루만지는 것을 꾸짖는 것과 같다. 또한 어여쁜 걸음걸이와 가벼운 손바닥 춤을 나무라는 것과 같다.」라고 했고, 또한 오종선의 『소창청기』에 보면 「산 정상에는 모름지기 샘물이 있어야 하고, 샛길은 모름지기 대나무가 있어야 하고, 사서(史書)를 읽을 때는 술이 없어서는 안 되고, 선(禪)을 말할 때는 미인이 없어서는 안 되니, 이것이 바로 경계에 따라 정조(情調:단순한 감각을 따라 일어나는 느낌)을 찾고, 정조를 따라 운치를 찾는다는 말이다.」라고 했다. 검은 머리, 흰 살결, 요염한 여인의 웃음에 나라가 기울어지니 눈의 애교는 칼날이며, 눈썹이 꼬부라진 것은 이를 도끼라 하며, 두 볼이 볼록한 것은 독약, 살이 매끄러운 것은 안 보이는 좀이다. 도끼로 찍고 칼로 찌르며 안 보이는 좀을 먹이고 독약으로 괴롭히니, 이것이 해로움의 끔찍한 것이 아닌가? 옛말에 「도둑이 도둑을 만나면 죽는다.」하였다. 좋은 색을 집안에 기르면 사람들이 시기하고 샘하고, 아름다운 색을 몸에 부딪치면 공명도 타락하고 만다. 크게는 임금, 작게는 경사(卿士:관리)가 나라를 망치고 집을 잃음이 이에 말미암아 않음이 없다. -이규보의 『동문선』에 나오는 내용이다. ‘색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속담이 있거니와 시도 때도 없이 남자를 탐하는 여자 앞에서는 사내가 체면이나 예의나 염치를 내세우거나 지킬 수 없다는 뜻이다. 양반 여자의 거시기는 매우 부드럽고 미끈거린다는데 이제야 차지할 수 있겠군! 이 집 문 앞에 숲이 우거졌더냐? 문턱이 높더냐 낮더냐? 안방이 깊숙하더냐? 얕더냐? 샘물이 많더냐 말랐더냐? 집이 새것이더냐? 헌것이더냐? 들어갈 적에 부드럽더냐? 껄끄럽더냐?’는 조선 후기에 일반 사내들의 말이고 노래인데, 남자의 성기를 비유적으로 민요에 등장시킨 것들도 많이 있다. 언니는 좋겠네! 언니는 좋겠다! 아저씨 코가 커서! 언니는 좋겠네! 동생아 동생아 그 말은 맞지만, 아저씨는 코만 크지/ 실속은 없단다.‘본처의 정은 백년이고, 첩의 정은 삼년이다.’ ‘오기로 서방질 한다.’ ‘서방질은 할수록 새 맛이 난다.’ ‘여색은 능히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어 아무리 강한 창자라도 끊는다.’ ‘여색과 욕심은 죽어야 떨어진다.’라는 동양속담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윤리의식이나 인간의 도리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육욕(肉慾)의 맛에만 미쳐있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맛에 일단 빠지고 나면 헤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물에 빠진 놈은 건져도 계집에 빠진 놈은 못 건진다.’라는 옛말이 있는데, 요즘에는 남자와 더불어 여자도 마찬가지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리니 가끔은 귀를 막고 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도둑질은 말릴 수 있어도 화냥질은 못 말린다. 조선시대의 선비는 문사철(文士哲)을 겸비한 사람을 두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우리가 아름다움을 그렇게 생각한 날은 이미 가버린 지가 오래라서 다시는 올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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