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관기관 팀장으로 근무하다 사직스님이 건넨 와송 20포기 들고 귀농해고향에서 새로운 꿈 일궈 “행복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소꿉장난하듯 보였겠지만 제게는 꿈이 있었다. 처음 시작한 농사일이라 쉽지 않았다. 5년 정도 농사를 짓다보니 길이 보인다.” 서울에서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잘나가던 IT계열 정부 유관기관에서 근무하다 돌연 사직서를 내고 귀농을 선택했다.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서비와송농장 정원섭(47·함양읍 중앙시장길) 대표를 지곡면 효산마을 인근 그의 농장에서 만났다. “믿고 안믿고는 소비자의 몫이지만 농사도 소비자들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정원섭 대표. 그는 “와송(瓦松)은 임산물 중 식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부분 항암이나 당뇨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약용으로 이용하기에 품질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충남 계룡의 한 사찰을 오랫동안 다녔다. 귀농을 결심하고 이 절을 찾아 큰스님께 귀농 이야기를 했다. “스님께서 키우고 있던 와송 20포기를 분양해 주면서 와송 재배를 권했다”고 한다. 기본적인 재배 방법도 일러주었다. 서비와송농장은 그렇게 시작됐다. 귀향후 2년 동안은 지리산이 가까운 휴천면 목현에서 와송재배를 하다 2016년 외가가 있는 이곳 효산에 4000여평의 농지를 장기 임대해 농장을 옮기고 와송농장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귀농 첫해인 2014년과 이듬해까지는 개체수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3년차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해까지 많은 수익은 아니지만 꽤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첫해 20포기로 시작해 현재 8000포기까지 늘어났다. 그는 “100평정도 되는 농장에서 개체수를 늘린 것을 빼고도 지난해 1200만원 어치를 수확, 700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면서 “이는 벼농사 4000평을 지은 것과 맞먹는 수익이다”고 큰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는 지난해 매출의 두배가 넘는 30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농장을 500~600평으로 늘릴 계획이다. 수익도 5~6배로 늘어나겠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정 대표는 “이 일대 4000평을 와송농장으로 조성하고 생산에서 가공 공장까지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와송은 기후와 토양이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기후, 특히 습(濕)에 약하다”며 “비닐하우스나 온실재배 등 시설재배를 하면 관리가 편리하지만 노지재배를 할 경우 긴 여름장마를 넘기는 게 관건이다”고 했다. 무름병이 오면 며칠새 다 녹아내려 농사를 망친단다. 그가 이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노지 재배를 고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같은 와송이라도 자연상태인 노지에서 재배하면 약성이 확연히 올라간다고 한다. 게다가 무농약 유기농 재배를 하고 있어 그만큼 재배에 어려움도 따른다. 물론 시설재배 와송과 노지에서 재배하는 무농약 유기농 와송과의 가격 차이도 4배가 넘는다는 장점도 있다. 집안의 장남이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팀장으로 근무하던 그가 귀농을 결심했을 때 부모님과 아내의 반대는 생각보다 훨씬 완강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데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교육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농사일이라고는 해 본적이 없는 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의 확고했던 귀농의지를 꺾지 못하고 가족들은 마지못해 그의 귀농에 동의 아닌 동의를 했다. “그러나 가족들도 이제는 귀농 5년차가 된 자신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는 그는 고향에서 흙에 묻혀 생활하는 삶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원섭 대표는 “와송은 생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건조해서 분말로도 이용하고 막걸리나 식초, 엑기스(청), 주스, 담금주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틈틈이 여러 가지 시제품을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고 있다”고 했다. 9월의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서비와송농장에는 그의 꿈도 함께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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