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인증서와 메달이 도착했다. 그간의 결정물을 받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무언가 시작하고 도전한다는 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1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행동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는 철학을…’
박갑열(57) 수동농협 전무가 최근 사이클링 로드 국토완주 그랜드슬램 달성 인증서와 메달을 받은 소회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전무는 사람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인관계의 폭이 넓다. 그러다 보니 술자리가 잦아졌고 어느새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0여년전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검진 결과 부정맥 진단을 받고 시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쉽게 피로를 느껴 평소 즐겼던 등산도 할 수없었다. 위기를 느낀 그는 술을 멀리하고 몸 관리를 시작했지만 날로 체력은 약해졌다.
그러던 중 2016년 4월 지인의 권유로 산악용 자전거 MTB(mountain bike)에 입문했다. MTB를 타기 시작한지 2개월 만에 함양 사이클동우회 상림클럽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MTB에 빠져들었다. 팔령 시목마을에서 태어나 함양에서 초·중·고를 다닌 그는 중·고등학교 때 자전거로 통학을 했기에 MTB를 타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동호회 가입 후 4대강 투어에 도전했다. 2016년 7월24일 시작한 영산강 종주(133㎞)가 그 출발점이 됐다. 영산강 종주를 무사히 마친 박 전무는 자신감을 얻어 4대강을 모두 종주했다. 인천 아라갑문에서 부산 낙동강하구언까지 633㎞ 국토 종주, 섬진강 149㎞ 종주, 북한강 70㎞ 종주, 충청권 오천길 105㎞ 종주, 강원 동해안 242㎞ 종주, 제주도 환상길 234㎞ 종주 등에 이어 지난 7월16일 경북 동해안 구간 영덕 해맞이공원을 마지막으로 22개월 22일 만에 총 2300㎞가 넘는 국내 자전거길을 완주했다. 이로써 박 전무는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가 인증한 1만1322번째 그랜드슬램 달성자에 이름을 올렸다.
박 전무는 동우회 회원이나 지인들과 함께 라이딩에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 혼자서 전국 자전거길 곳곳을 누볐다. 그는 “때때로 픽업에 나서준 아내의 내조가 그랜드슬램에 큰 도움이 됐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을 이용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이기에 그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박 전무는 “무더위와 싸우고 또는 비바람과 눈보라와도 싸웠던 지난날들, 무진장 힘들었던 의령의 박진고개 낙동강길 등 그동안의 도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자가 된 소회를 밝혔다.
박 전무는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의 관문 오도재는 매력 있는 자전거길이다”며 “함양군이 ‘지리산 자전거길’이라는 명칭을 선점해 코스를 개발하고 마케팅 한다면 함양과 지리산을 연계한 명품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1987년 함양농협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난 2월 수동농협 전무로 부임하기 전까지 함양농협 유림지점장, 유통센터소장, 용평지점장 등을 지내며 30여년간 묵묵히 농협인의 길을 걷고 있다.
“인생은 어느 정도 무엇엔가 미쳐야 즐겁다”는 박갑열 전무. “내년에는 섬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신안군 12개 섬 500㎞를 달리는 ‘천도천색(千島千色)천리길 투어’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로 1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행동에 채찍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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