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00~1000m 대봉산 자락에 단일농장 최대 규모 15만평 일궈
“지금까지도 함양이 잘해오고 있지만 함양삼에 대한 정체성을 확보해 ‘함양삼은 틀림없는 삼(蔘)’이라는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2020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유치는 함양군 500여 산양삼 재배농가는 물론, 함양군민 모두의 관심사다. 함양 산양삼 재배 농가 중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고려산삼영농조합법인 기종도(54·함양읍 교산리) 대표를 만나 함양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함양읍 인당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상경해 2007년 귀향하기 전까지 쭉 서울에서 생활한 탓에 농사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국내 유명 보험회사 관리직 간부사원으로 근무하다 40대가 되어서야 귀향했다.
그는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2007년 귀향해 산양삼 재배에 뛰어들었다. 2년째 산양삼을 재배하고 있던 서하면 운곡리 대봉산 자락 4만5000여평을 인수했다. 지금은 15만평으로 규모를 늘려 함양군내 단일 농장으로는 최대 규모가 됐다.
농장 대부분은 임대한 것인데 농장 전체가 삼밭은 아니다. 기 대표는 “삼은 연작장애로 한 곳에 연이어 재배할 수 없어 유휴지가 필요하다”며 “산을 아껴가며 삼을 심는다”고 했다.
‘고려산삼’ 농장에는 2005년 처음 재배를 시작한 10년근 이상부터 지난해 씨를 뿌린 1년근까지 수많은 산양삼이 최대한 자연상태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기 대표는 삼 재배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직장생활 중에도 강원도와 충청도, 전라북도 등 산양삼 재배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말이면 짬을 내 현장을 답사하며 꾸준히 귀농을 준비해왔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2004년 전북 진안에 임야를 매입했다. “진안군 임업후계자로 뽑혀 산양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는 기종도 대표. 그때까지만 해도 진안군을 귀농지역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마음을 바꿔 함양군을 귀농지역으로 최종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는 “함양이 고향이어서가 아니다. 함양군에는 군청 조직 내에 ‘산삼계’를 별도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지자체가 그만큼 삼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에 함양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기 대표는 “제도권 안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며 “함양군과 재배농가들이 함양삼을 특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함양삼의 품질은 전국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농가에서 눈앞의 이익을 쫓아 정도를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기 대표는 “그동안 어려운 가운데서도 차곡차곡 명성을 쌓아온 함양삼이 일부 몰염치한 재배농가로 인해 시장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며 불법 산양삼 재배와 유통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그는 “함양의 토양이 미사질양토나 식양토로 흙의 입자가 가늘어 삼 재배에 적합하고 재배지를 해발 500m 이상으로 한정해 삼의 성장속도는 느리지만 병충해가 적고 약성은 뛰어나다”며 함양삼의 탁월한 품질을 소개했다. 그는 “함양 산양삼은 8년근부터 사포닌 중 HR2와 RG3 등 특이성분이 검출되고 11년근 이상에서는 이들 성분이 확연하게 많아진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된 바 있다”고 강조한다.
기 대표는 “2020엑스포는 함양삼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확인시키는 중요한 행사다”며 “농가들이 더욱 질 좋은 산양삼을 재배해 ‘산양삼 하면 곧 함양삼’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기종도 대표는 “고품질 산양삼이 함양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해 모두가 잘사는 함양이기를 기대한다”며 오늘도 해발 700~1000m에 위치한 대봉산 농장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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