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함께한 40년 세월, 옆 돌아볼 시간도 없었지만
사랑이야기는 1박2일도 모자라
“다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옆 돌아볼 시간도, 한눈팔 시간도 없이 살았다. 이 일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 세월이다.”
함양읍 함양성당 맞은편에는 최도호(59)·김영미(57)씨 부부가 30년째 붙박이로 ‘성실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세월만큼이나 이웃들에게 두터운 신뢰와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다.
3남2녀의 맏이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찍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열일곱 어린나이에 양복점에 취업해 양복 짓는 기술을 익혔다. 군 입대 전까지 4년을 양복점에서 일했다. 마천이 고향인 아내는 군 입대를 두달 앞두고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이들 부부는 ‘남자 친구가 입대하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는 통념을 깨고 결혼까지 골인 했다. 김씨는 “만난지 두달만에 남자 친구가 군대 갔는데 어떻게 결혼까지 하게 됐냐”고 하자 “우리 부부의 연애사를 이야기하면 1박2일도 모자란다”는 말로 애절했던 사랑이야기를 대신했다.
“여름철은 비수기라 한가한 편이다”는 최씨 부부는 세탁물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꼼꼼히 챙긴다. 16평 남짓한 세탁소에는 대형 세탁기 두 대와 자동스팀다림기 등 각종 기계류와 손님들이 세탁을 맡기고 미처 찾아가지 않은 옷들로 빼곡하다. 세탁과 다림질을 끝낸 옷들은 주인을 기다리며 세탁소 천장 옷걸이에 줄지어 걸려 있다. 무려 1000벌이 넘는다. 세탁소 내부는 최씨 부부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하다.
최씨는 “세탁을 맡긴 후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은 옷도 많아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세탁한 옷을 잘 보관하는 것도 손님에 대한 서비스다”며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면서도 “제때 옷을 찾아가 주면 비좁은 공간에 여유가 생기니 세탁소 입장에서는 그만큼 고마운 것도 없다”고 했다.
맞춤 양복점 점원으로 시작해 세탁소를 운영하기까지 옷과 40년 세월을 같이한 그는 촉감만으로도 옷감의 상태나 질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어느덧 베테랑이 됐지만 처음 세탁소를 시작했을 때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당시만 해도 학원도 세탁기술을 가르쳐주는 곳도 없었던 시절이다. 시행착오는 당연한 일이었다. 실수를 거듭하며 물어물어 배우고 몸으로 부딪히며 기술을 체득 했다.열일곱살 때부터 양복점에서 일했던 최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24살에 수동면사무소 앞에서 세탁소를 열었다. 당시에는 세탁소와 양복점을 같이 운영했었다. 그러다 1989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해 세탁만을 전문으로 하는 세탁소를 개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세탁소를 개업한 최씨는 개업 1년후 결혼했는데 아내 역시 남편과 같이한 세월만큼이나 세탁에는 도가 텄다. 혼자서도 세탁소를 운영할만한 실력이지만 아내에게는 많은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은 게 최씨의 마음이다.
그는 “음식점 주인은 손님이 음식을 먹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면 보람을 느끼듯 손님이 옷을 찾아가면서 만족해하면 그만한 보람도 없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아침 8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8시까지 하루의 절반가량을 세탁소에서 보낸다.
하루 24시간을 같이 생활하면 따분하고 지겨울 만도 하지만 “같이 일하는 게 너무 좋다”고 한다. 김씨는 “우리 부부는 오히려 떨어져 있으면 싸운다”며 애정을 과시한다. ‘성실하게 살자’는 생각으로 세탁소 이름도 성실세탁소로 지었다는 최씨는 아내에 대한 사랑도 성실한 모양이다. “많은 돈은 벌지 못했지만 열심히 일해서 아들딸 잘 키우고 결혼까지 시켰으니 이만하면 만족한다”는 최씨 부부의 주위에는 언제나 행복 바이러스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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