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기념 생애 네 번째 시집 <호박에서 달리를 읽다> 출간 “고무신공장 공돌이, 중국집 뽀이, 아이스케키 장사, 행자생활도 해봤지. 안 해본 게 없어. 출판사에도 근무 했었고, 우편집배원은 한 20년 했나, 집배원을 가장 오래했지. 한 40년 외지를 떠돌다 고향에 돌아왔어.” 지리산 시인으로 불리는 문길 문병우(70) 시인이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의 흔적이다. 생애 여섯 번째 책이자 네 번째 시집 <호박에서 달리(達理)를 읽다>를 출간한 문병우 시인을 함양군 마천면 외마마을 자택에서 만났다. 이곳은 시인의 모태고향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진주, 부산, 서울 등 전국을 방황하듯 생활하다 하동군 옥종면에서 집배원으로 정년을 맞았다. 틈틈이 시와 소설을 썼던 그는 집배원을 퇴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리산문학회와 한국문인협회 함양지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시작(詩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6년 전부터는 모교인 마천초등학교에서 학교지킴이로 후배들의 큰 울타리가 되고 있다. 시인이 이번에 출간한 <호박에서…>는 2007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정식 등단한 이후 처녀 출간한 시집이자 시인의 칠순기념 시집이다. 칠순을 맞아 시인의 다섯 자녀들이 뜻을 모아 그의 시 57편을 묶어 시집으로 출간한 것이다. 출판기념회는 문학회 회원 및 지인 등의 축하 속에서 6월30일 오후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그는 “호박에서 달리를 읽는다는 의미는 가장 가까이 있는 것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것이다”며 “시를 통해서 자연의 순리에 대한 깨달음 즉, 선(禪)사상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허공에 허공을 물었더니 허공의 대답이/허, 하고 공, 까지 보태었으니 너의 머리통이 텅텅 비어 있겠다/다시 허공에서 별을 보고, 별을 물었더니/제발 분별(分別) 하지 말고 살아라, 그런다’ <호박에서 달리를 읽다> 첫편에 실린 ‘오늘’의 일부이다. 문학평론가 박남희 시인은 문병우 시인의 시를 ‘인간중심주의가 아닌 자연을 중심으로 한 탈중심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묵은 법의 폐해를 없애버리는 혁거(革去)의 시세계를 지향하고 있고 인간의 삶을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한 우주적 상상력의 시들을 통해서 시인 자신의 실종을 총체적 차원에서 겸허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의 시는 동화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알레고리(무언가 다른 것을 말함) 시들을 통해서 현실을 비판적으로 풍자하기도 하고 왜곡된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주검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며 시의 깊이를 전했다.그는 1980년대 후반 <마멸초>라는 소설을 출판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멸초는 풀잎이 마멸돼 없어진다는 의미로 순수한 것이 없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부패한 사찰의 현실을 고발함으로써 당시 사찰정화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소설 <거지보고서> 또한 1980년대 함양지역 걸인들의 생존세계를 생생히 그려 사회문제를 직관한 소설로 평가 받았다. 행자생활과 중화요리집 보조, 고무신공장 공원, 출판사 직원, 우편집배원 등 그의 순탄치 않은 삶과 선사상이 지리산과 만나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시어에 녹아 든다.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그는 서울에서 중화요리집 보조를 하며 ‘문학사상’에 자작시를 보내 두 차례나 결선까지 올랐을 정도로 일찍이 글발을 인정받았다. “미당 서정주 선생이 당시 내가 있던 중국집 단골손님이었는데 나중에 미당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문길(필명)은 “등단도 하지 못한 자신을 ‘지리산 시인’이라고 불러 주었다”고 기억했다. “지리산 깊은 흙냄새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살 수 없다”는 시인은 지리산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시로 노래했다. ‘두고 죽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두고 죽어야 되기에 더 그렇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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