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손맛 벌써 37년 세월
함양읍 한복판에 생뚱맞게 ‘달동네’라는 간판으로 37년 동안 변함없는 손맛을 전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60%에 육박하는 최고의 시청률로 국민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았던 드라마 ‘달동네’가 식당 이름이 됐다. 드라마 ‘달동네’라고 하면 기억을 소환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똑순이’가 나온 TV 드라마다고 하면 80년대 초반을 살았던 이들은 곧바로 무릎을 칠 듯 싶다.
달동네와는 거리가 먼 함양읍 동문네거리에서 ‘달동네’라는 이름으로 37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는 서시남(徐時南·64)씨를 만났다. 서시남, 그의 이름도 남동생을 두기 위한 딸 부잣집 막내딸쯤 될법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도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장녀에 맏이다. 원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은 복을 많이 받으라는 뜻으로 시복(時福)이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름이 ‘시남’이가 되었단다.
서씨는 결혼 후 화장품 대리점과 체육복사를 5년 정도하다 1970년대 후반 석유파동으로 원단가격이 계속 치솟아 체육복사를 정리하고 시작한 게 식당이다. 벌써 40년이 다 되어간다. 당시 서씨의 음식 솜씨를 알고 지내던 주변 사람들이 식당개업을 권유했다. 그녀는 “1981년 6월 개업을 앞두고 식당이름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체육복사를 찾은 한 선생님이 ‘요즘 달동네가 인기 많은데 달동네하면 되겠네’라고 해서 식당이름이 달동네가 됐다”며 “드라마 인기만큼이나 대박이 났다”고 했다.
서씨는 “식당을 개업했을 때 나이도 어리고 음식점은 처음이어서 손님이 오면 반가운 게 아니라 부끄러워 숨었었다”며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식당 이름도 달동네인데다 외모와는 달리 드라마에서 순박한 시골뜨기로 나오는 ‘양순이’을 닮았다고 손님들이 양순이라고 불러 별명이 됐다”고 했다. 식당 한켠에 놓여 있는 한 장의 흑백사진 속 여인의 미모가 예사롭지 않다. 20대 초반에 찍은 서씨의 사진이다. “그 나이 때 예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그는 “다 옛날이야기다”며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비추기도 했다. 양순이 역은 배우 장미희씨가 맡아 열연했는데 손님들이 왜 서씨를 양순이라 불렀는지 짐작할만했다.
달동네식당은 20년전 함양신협 뒤편 골목으로 이전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전까지는 동문네거리 큰길가에 있었다. 당시에는 삼겹살과 곱창전골 등 고기를 주메뉴로 했다.
달동네식당의 차림표(메뉴)는 비교적 단출하다. 그러나 손님들에게 골고루 인기다. 갈치조림과 대구뽈짐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다. 간단한 식사로는 요즘 제철을 맞은 고동국정식이 으뜸이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청국장은 사시사철 꾸준히 인기다. 삼겹살과 등심은 가격은 달라졌지만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달동네 메뉴판에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씨는 37년 손맛의 비결을 “손수 담근 간장과 된장”이라고 꼽는다. 그는 농협에서 구입한 국산 콩으로 간장과 된장을 직접 담아 음식을 요리하는데 사용한다.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다’는 말이다. 그동안 친정어머니가 간장과 된장, 청국장 등을 만들어 주셨는데 몇해 전부터는 서씨가 손수 담는다고 한다.
“학교급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10여년 동안 함양종고(현 함양제일고) 선생님들에게 점심을 배달했다”는 서씨는 “매일 점심시간에 맞춰 동문네거리 식당에서 학교까지 밥과 반찬을 머리에 이고 걸어 다녔다”며 고생담을 털어놨다.
서씨는 건강관리를 위해 틈틈이 시간을 내 10년 넘게 스포츠댄스를 해왔다. 3년 전부터는 웰빙댄스로 바꿨다.
서씨는 “70세까지만 식당일을 할 생각이라며 일흔이 넘으면 좋아하는 웰빙댄스나 실컷 즐기면서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며 즐거운 노후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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