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완주할 수 있다는 울트라마라톤에 빠진지 13년이 됐다. 10년 전에 이미 국내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몸이 허락한다면 여든까지 뛰고 싶다”는 원지상(71)씨를 함양군 휴천면 송전마을 그의 보금자리에서 만났다. “아직 젊다”고 말하는 원씨는 국내 울트라마라톤 동호인 1000여명 중 최고령에 속한다. “지난주는 문경새재대회에 출전했다. 이번 주말에는 광주 빛고을대회에 간다”며 소풍 가는 날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입가에 핀 웃음꽃이 가시줄 모른다.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원씨는 선수생활은 하지 않았지만 못하는 운동이 없다. “축구에서 골프까지 여러 가지 운동을 해봤지만 마라톤이 제일 잘 맞다”며 마라톤 중에서도 울트라마라톤을 으뜸으로 꼽았다. 울트라마라톤은 마라톤 풀코스(42.195㎞)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경기다. 100㎞ 대회가 대부분인데 대회에 따라 수백㎞나 몇 날 며칠을 달리는 경우도 있다. 그는 결혼 후 벽돌공장을 운영하며 경남 창원에서 40여년을 생활하다 4년전 이곳 지리산의 품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아내와 함께 귀촌했다. 그가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울트라마라톤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은 철저한 건강관리다. 원씨는 대회에 출전하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10㎞씩 한달에 300㎞를 꾸준히 달리며 체력을 관리한다.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요가도 빼먹지 않는다. 그리고 근력운동을 위해 2주에 한번씩 천왕봉을 오른다. 백무동을 출발해 천왕봉에 오르는 7.5㎞가 그의 훈련코스다. 일반 등산객들이 5시간에서 5시간 반이 소요되는 코스를 2시간 반에 주파한다고 한다. 국내외 울트라마라톤대회에 100회 이상 출전했다는 원씨는 지금까지 한번도 중도에 포기한 적이 없단다. 밤낮을 달려야 하는 대회에서도 다행히 큰 부상 한번 당하지 않았다는 원씨. “찢어지고 발톱이 빠지는 건 예사다”며 “그 정도는 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번 포기하면 계속 포기하게 된다. 포기하는 것도 버릇이다”며 그동안 참가했던 모든 대회에서 완주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먼 거리를 달리다 보면 몇차례 고비가 오기 마련인데 그때를 잘 참고 넘기면 된다”며 “힘든 고비를 넘긴 후 찾아오는 희열을 즐긴다”고 말한다. 원씨는 울트라마라톤을 시작한지 몇 해 되지 않은 50대 초반에 국내 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강화도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한반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308㎞대회와 부산 태종대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537㎞, 전남 해남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622㎞를 모두 완주 했다. 해남~통일전망대간 한반도 종단코스는 6박7일간을 달리는 국내 최장 거리 대회다. 지난해 칠순잔치를 했다는 원씨는 지난주 문경새재대회에서도 350여명의 출전 선수 중 60위권에 속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출전한 국내·외 대회 중에서도 1200㎞를 달린 2016년 베트남 울트라마라톤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폭염과 맞서 하루 40㎞씩 30일 동안 달려 완주했던 베트남 대회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함양마라톤클럽 회원이 됐다. “나이가 많아 기대도 안했는데 회원으로 가입 시켜 주었다”며 함양마라톤클럽에 대한 자랑도 아끼지 않는다. “회원들도 좋고 가족 같은 분위기라 너무 좋다”며 함양마리톤클럽이 많이 알려졌으면 했다. “마라톤을 즐기다 한단계 더 높은 것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에서 울트라마라톤을 시작했다”는 원지상씨. “몸이 허락한다면 여든까지 울트라마라톤을 즐기며 살아온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그는 지리산의 품에서 욕심이 아닌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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