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손으로 뚝배기 같은 깊은 맛을 전한지 25년이다. 식당 이름은 맛나집이지만 그 흔한 방송 한번 제대로 탄 적이 없다. 그러나 음식은 식당이름 만큼이나 ‘맛나’다는 함양남중학교 앞 사거리 맛나집에서 이 식당 주방장이자 주인인 정일씨(51)를 만났다. 정씨는 “음식은 ‘느낌’이다”고 말한다. “느낌도 그냥 느낌이 아니라 ‘좋은 느낌’이어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정씨. 평생 식당을 운영해온 어머니도 인정하는 손맛이다. 정일씨는 “저희 식당에 처음 온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 참 재미있다”며 “저의 외모를 보고는 음식을 시키지 않고 그냥 갈까 갈등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제가 요리한 음식을 한입 맛보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며 자신의 요리솜씨를 은근히 자랑했다. 그는 어머니가 운영했던 분식집을 가업으로 물려받았다. 군복무를 마친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어머니 임희순(76)씨를 도우다 지금까지 맛나집을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에 이어 48년 동안 맛나집이라는 이름으로 남중사거리를 지키고 있다. 정씨는 철없던 시절 한때 방황도 했다고 털어 놨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밤무대를 누비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맛나집의 원조는 어머니지만 학창시절에 한참 유행했던 로봇춤과 브레이크댄스는 제가 함양에서는 원조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수 박남정 보다 노래는 못해도 춤은 더 잘 췄다”며 아직 녹슬지 않은 춤 솜씨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씨의 어머니는 정일씨가 세 살 때 지금의 가게 맞은편에서 처음 분식집을 열었다. 그곳에서 40년 동안 맛나집을 운영하다 남중학교 진입로였던 땅을 불하받아 지난 2000년에 현재 위치로 옮겼다. 가게 이름이 말해 주듯 맛나집은 분식점으로 시작했다. 어느 때인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인근학교 선생님들과 관공서 등에서 정식 주문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일반 음식점으로 바뀌었다. 맛나집은 메뉴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단골손님의 경우 무슨 음식이든 주문하면 뚝딱 만들어 내는 주문형 메뉴도 많다. 가끔은 횟집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지인들이 낚시한 물고기를 가져와 회와 매운탕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한때 어탕이 주메뉴 였던적도 있었다”며 “기본 메뉴는 있지만 손님이 원하면 무슨 음식이든 만들어 드린다”고 했다. 그래선지 맛나집에는 어느 음식점에서나 한쪽 벽면을 차지하며 당연히 걸려 있어야할 메뉴판(차림표)이 따로 없다. 메뉴판을 대신하는 건 화이트보드에 메모처럼 몇가지 메뉴를 적어 놓은 게 전부다. 맛나집은 백반정식을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기는 하다. 이 외에 닭도리탕, 두루치기, 고등어묵은지찜 등은 사계절 인기 메뉴이다. 겨울철에는 아구탕과 동태찌개 등을 찾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맛나집의 또다른 특징은 음식을 만드는 것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은 셀프라는 것이다. 이 또한 셀프라는 안내문도 없다. 손님들이 알아서 챙긴다고 한다. 맛나집은 원조인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정씨가 몇 년 전부터 혼자 운영한다. 혼자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손님이 몰리는 아침, 점심, 저녁시간에는 서빙 할 틈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손님들이 밑반찬 등은 스스로 챙기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정씨는 매일 새벽 6시면 식당 문을 열어 자정까지 하루 18시간을 식당에서 일한다. 1년 열두 달 똑 같은 생활을 반복한다. 하루도 쉬지 않는단다. “피곤 할 텐데 언제 쉬느냐”고 묻자 “지금 쉬고 있지 않느냐”며 웃는다. 그는 요리하는 시간외에는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은 ‘느낌’이라고 했던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느낌으로 전해 오는 듯하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