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사회복지사로서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
함양군복지회 장애인복지센터 이상진(39) 실장의 소박한 꿈이다. 그는 13년차 베테랑 사회복지사다. 함양읍 거면강변길 25에 위치한 함양군장애인복지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이상진 실장은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는 장애인이나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이 센터를 통해 케어를 받고 당당하게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 실장은 중증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기 일이 재미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보람보다는 일이 재미있고 자존감을 많이 느끼게 한다”며 “다른 욕심보다 이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했다.
안의면에서 태어나 안의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이 실장은 대구에서 대학을 다녔다. 행정학과에 입학해 한 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군대 생활을 마친 후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졸업 이후 취업 등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머리가 복잡했다.
당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잇달아 출범하면서 정부의 복지정책이 강화됐고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욕구 또한 높아지고 있었던 시기였다. 복학을 포기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사회복지학과 신입생으로 재입학했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대학을 졸업했지만 쉽게 취업길은 열리지 않았다. 막연하게 기다릴 수 없어 평소 관심이 많았던 건축일을 했다. 그러던 중 2006년 3월 함양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 모집공고를 접하고 응시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합격 통지를 받았다. 이 실장이 지금껏 재미있게 일하고 있는 일터가 됐다. 벌써 13년차가 됐다.
12년 동안 함양군복지회에서 장애인과 65세이상 기초생활수급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다 2년전 산하기관인 이곳 장애인복지센터로 자리를 옮겨 이들에게 취미나 직업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실장은 주 5일근무 중 대부분을 장애인 가정이나 홀로 사는 수급자 어르신가정을 방문해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함양군 복지업계의 ‘홍반장’인 셈이다.
그는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이 계신다는 것, 도움이 필요할 때 저를 찾아 주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복지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해결해 드리고 싶다”는 그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쫓아다니다 보면 하루가 짧다”고 한다.
외근 업무가 잦은 이 실장은 휴일에도 쉴 틈이 없다. 주말 대부분은 어린자녀들과 맞벌이하는 아내 등 온가족이 가족봉사에 나선다.
집수리 봉사에서부터 근육장애인 봉사단체인 ‘서두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회복지사회, 다문화 행사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13년전 사회복지 단체에 첫발을 디뎠을 때 비하면 복지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그는 일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센터 입소 장애인과 어르신들의 가방에 비상연락처로 자신의 명함을 꼭 넣어드린다”는 이 실장. 그들의 가방에 든 작은 명함 한 장에서 이 실장의 마음 씀씀이가 온전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그는 “직업교육을 마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하지만 장기근속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면서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복지가 강화되면서 서비스 지원이 다양해져 좋은 점도 많지만 자칫 선택을 잘못하면 오히려 제대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장애인, 아동, 노인, 기초생활 수급자 등 복지서비스를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실장은 “장애등급은 받지 않았지만 저의 아버지도 14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장애를 갖고 살고 계신다”며 “사람은 누구나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는 이상진 실장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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