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부딪힐 수밖에 없는 불행이다. 그 죽음은 떠난 이 보다는 남은 이들에게 더욱 많은 문제를 낳는다. 망자에 대한 장례절차에서부터 장묘방법까지 남은 이들은 고스란히 어려움에 부딪힌다. 함양군도 전체의 32%가 65세 이상 노인인구로 어떤 식으로든 망자를 위한 장사에 관한 복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 4만의 함양군, 65세 노인 인구가 31.15%로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 또한 매년 군내에서는 인구의 1%인 400여명이 숨진다. 함양군에서는 2012년부터 공설화장장 설치를 추진해 왔으나 부지 선정 문제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무산되었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화장장 설치를 비롯해 수목장지 등 포화상태에 이른 장지를 구성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보다 안정적인 장묘문화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1) 우리나라 장묘문화 그리고 웰 다잉2) 함양군의 장묘문화와 방향3) 선진 장묘행정 함안군을 가다4) 선진 장묘행정 남해군을 가다5) 떠오르는 장묘문화 수목림장6) 함양군 장묘문화가 가야할 방향 우리나라 장묘 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시신을 땅에 묻은 후 봉분을 만드는 전통적인 장묘 방식에서 벗어나 화장 이후 납골당에 유골을 모시거나 자연장(自然葬), 납골평장(納骨平葬) 등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이중에서 수목장림은 최근 10년 이래 급속하게 퍼지며 대표적인 장묘 방식이 되고 있다. 수목과 함께 영생하며 자연으로 회귀하는 수목장은 묘지 조성에 따른 자연훼손을 예방하고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묘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목장림이란수목장림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연장 및 수목장림이라고 불린다. 화장한 분골을 지정된 수목의 뿌리 주위에 묻어 그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 섭리에 근거한 새로운 장묘 방법이다. 수목장은 1999년 스위스에서 처음 도입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의 사찰에서만 수목장이 운영됐는데 2004년 한 대학교 명예교수의 장례식이 수목장으로 치러지면서 관심을 끌게 됐다. 사실상으로 수목장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0년 남짓인 셈이다. 이처럼 장묘 형태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소개된 수목장이지만 선호도는 엄청나게 높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선호하는 장묘방법으로 ‘화장 후 자연장(수목장, 잔디장 등)’이 4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화장 후 봉안당’이 39.8%, ‘매장’이 12.6%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절반 가까이가 수목장 형태의 자연장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목장에 대한 관심과는 반대로 수목장 등 자연장의 이용률은 25%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수목장 등 자연장의 장묘형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다. 전국의 수목장 현황산림청은 수목장림 등 자연장에 관한 규정 신설을 골자로 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계정리 일원 국유림 55㏊(약 16만5000평)에 국내 처음으로 수목장림 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실제적으로 수목장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05년이며 2007년 입법 이후 2008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입법화가 된 것이 이제 10년째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수목장림은 하늘숲추모원 1곳 뿐이다. 전국적으로 모두 51개소의 수목장림이 조성되어 있다. 국립수목장림인 하늘숲추모원을 비롯해 공립 4개소, 종교단체 및 법인 등에서 운영하는 사립 46개소 등이다. 국립 하늘숲추모원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양서동로 372. 강원도 횡성군과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국립 하늘숲추모원은 서울에서 약 1시간30분 거리로 비교적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국립이라는 이점으로 인해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 하늘숲추모원은 55ha(수목장림 48ha·야영장 3.6ha) 규모에 안내센터를 비롯해 만남의광장, 그리고 추모광장을 비롯해 추모목들을 구분해 1~15 구역으로 나뉜다. 하늘숲추모원은 지난 2007년부터 3년간 조성되어 2009년 5월20일 개원했다. 조성 주체는 산림청이지만 현재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축구장 48개 정도 규모의 추모원에는 소나무, 굴참나무, 잣나무 등 추모목 6315본에 수목장이 가능하며 현재는 60% 가량이 분양된 상황이다. 1년에 평균 500명 정도가 이곳 하늘숲추모원에서 안식을 찾으며 분양 형태는 단체목과 가족목, 부부목, 공동목 등 다양한 형태로 분양되고 있다. 추모목의 최초 사용기간은 15년이다. 한번에 15년씩 3회까지 연장이 가능해 최장 6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유족이 원하거나 운영·관리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경우 사용기간을 한번에 15년 이상 계약이 가능하다. 추모목의 매점매석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예약 등을 받지 않는다. 또한 산림 훼손이나 산불방지,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등을 막기 위해 정해진 장소에서만 제례가 가능하다. 추모원 자체가 깨끗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수목장 이용객들은매년 500명 이상이 안식을 찾는 곳이 바로 국립 하늘숲추모원으로 고인을 모시기 위해서는 상담을 받은 후 직접 방문해 추모목을 선정하게 된다. 추모원에서 선정해주기도 하지만 유족들이 직접 고인을 모실 추모목을 선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무의 생김새, 크기, 위치 등 다양하게 따져 보고 추모목을 선정하게 된다. 추모목에는 제단이나 비석 등이 없다. 단지 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일자, 그리고 유족들이 쓴 짤막한 추모 내용 등이 적힌 나무로 된 명패만이 부착된다. 추모목의 평균 수령은 40년 이상으로 아름드리나무 아래 유골을 묻는다. 추모목 곳곳에는 먼저 떠난 이를 잊지 못하는 유족들의 글들이 새겨져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이도 이곳에 잠들었으며, 15세의 어린 나이에 먼저 떠난 아들을 잊지 못한 유족이 매주 찾아와 꽃으로 장식하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잠든 이를 추모하는 아주 이상적인 공간인 셈이다. 수목장을 통한 산림복지서비스우리나라 화장률이 80%를 넘어서면서 이제 생장 보다는 화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화장 이후에는 납골당 등에 안치했지만 이제는 자연장, 특히 수목장을 선호하는 것이다.한국산림복지진흥원 권병석 수목장림사업팀장은 “수목장이 ‘자연으로 돌아간다’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맞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기댈 곳이 필요한데 그것 또한 수목장과 부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연장 중 수목장은 세계적인 추세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수목장은 유럽지역으로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 역시 유럽권을 기본 모델로 하고 있다. 권병석 팀장은 “세계적 추세가 수목장이며 특별한 대안은 없다. 보통 묘지 1기가 23㎡의 면적을 차지하고, 납골당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수목장의 경우 추모목 1기에 10분을 모실 수 있어 산림 훼손을 엄청나게 방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목장림은 지난 2015년 산림복지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산림복지시설에 포함되었다. 아직까지 혐오시설로 여겨지는 수목장림을 국가 주도로 산림복지로 끌어올린 셈이다. 특히 수목장은 산림청에서 추진하는 ‘생애 주기별 산림복지’ 속에 포함된 정책이다. 사람이 태어나 숨질 때까지 생애주기별 산림복지서비스는 출생기(산모 숲 태교프로그램 운영)→유아기(유아숲체원 운영)→아동·청소년기(산림교육프로그램 확대)→청년기(산악레포츠시설 운영)→중·장년층(자연휴양림, 산림치유공간 조성·운영)→노년기(산림요양서비스 및 자원봉사)→회년기(수목장림 확충)로 이어진다. 수목장림 자체가 산림복지의 큰 축인 셈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도 숲을 통한 심리적 치유활동을 진행한다. 인근의 국립양평치유의 숲이 그 예다. 추모원을 이용하는 가족들을 위한 심리적 치유 프로그램으로 웃음치유와 편지쓰기, 표창장 만들기 등 남은 이들의 아픔을 달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권병석 팀장은 “가장 치유가 필요한 사람은 가족을 잃은 사람이다. 특히 노년에 홀로 남으신 어르신들이다. 그분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가족의 소중함 등을 통해 마음을 치유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추모원이 혐오시설이 아닌 복지시설로서의 숲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캠핑축제도 마련해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글 강대용·사진 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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