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타 지역에 비해 노래교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1개 읍면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래교실에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함양군에서 노래교실은 이제 하나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이 잘 운영되고 있는 노래교실을 찾아가 무엇이 노래교실을 찾게 만드는지 살펴봤다. 유림면 노래교실오후 1시 30분 실외 온도가 34도 까치 치솟는 무더위에도 유림면 어머니들은 폭염을 뚫고 유림면 노래교실이 열리는 유림면사무소로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무더위를 뚫고 모인 어머니들은 저마다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시작된 유림면 노래교실, 먼저 한 분씩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본격적인 노래교실에 앞서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지 않는 회원들은 어깨춤을 추거나, 몸을 들썩이며 회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함께 노래교실을 즐기고 있었다. 창 밖에는 무더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지만, 회원들은 시원한 교실에서 무더위를 잊고 노래를 부르며 피서 아닌 피서를 즐겼다. 주민 대부분이 양파농사를 짓는 유림면의 특성상, 회원들의 참여가 드물어 김정희 회장은 “다들 바쁘니 오늘도 몇 분 안 나오셨네.”라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래도 나오신 분들이 반가워 금세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무더위에 얼굴 찌푸리는 일이 많은 계절이지만, 김정만 강사의 재치 있는 농담에 얼굴 찌푸릴 일도 없이 금세 노래교실은 웃음바다가 돼버렸다. 사소한 말실수에도 농담 한마디를 곁들여 주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유리면 노래교실의 신입생이 들어왔다. 고향인 유림으로 귀촌을 한 박미순씨가 유림면 노래교실에 첫 발을 들였다. 기존 회원들 역시 새로운 얼굴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잘 해 보자는 인사를 나눴다. 김정만 강사는 “신입생이 왔으니까 오디션 한 번 봐야지”라고 우스갯소리와 함게 박미순씨에게 노래를 권했고, 이어 박미순씨가 구성진 가락을 뽑아내니 절로 회원들이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아이고 우리 노래교실에 인재가 들어왔네.”라며 김정희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입을 모아 신입생의 노래실력을 칭찬했다. 신입생 환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노래강습에 들어갔다. 김정만 강사가 한 소절씩 선창을 하고 회원들이 이어 따라 부르는 형태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러 명의 회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다보니 틀린 부분을 지적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오랜 강사생활을 통한 경험인지 김정만 강사는 금세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 줬다. 노래를 한 소절씩 배워 결국 완전한 노래 하나를 익히지 회원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한 회원은 “오늘 배운걸로 다음에 노래방 가면 불러봐야겠어”라며 다른 회원들에게 자랑을 했다.웃음가득한 노래교실이 한 시간 정도 진행되고 회원들끼리 준비한 음료를 마시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 이 때다 싶었는지 회원들은 저마다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기도 하며 서로 친목을 다졌다. 회원 수가 타 읍면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오히려 적은 회원 수였기에 단합이 잘되는 것 같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노래교실의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다 보니 회원들이 몸을 들썩이거나, 일어서서 춤을 춘다. 그저 리듬에 맞춰 제멋대로 몸을 흔들지만, 그런 사소한 몸동작 하나에도 회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연일 계속 되는 무더위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노래교실을 찾은 회원들은 노래교실이 있어 이 무더운 여름을 견딜 수 있다며 유림면 노래교실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부담스러웠던 회장, 이제는 보람 가득 김정희 회장회장직을 맡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워 손사래를 쳤다. “내가 회장을 맡으면 잘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책임감이 너무 커서 싫다고 했는데 끝가지 나를 추천하더라니까.”라며 푸념을 했다. 하지만 2년째 회장직을 맡아보니, 처음에는 부담이 됐던 책임감이 이제는 회장직을 맡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내가 이렇게 뭐 하나 맡아서 하니 책임감도 생기고, 보람도 생기고 암튼 다 좋아.”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회장을 맡아 보니 유림면 노래교실의 아쉬운 점이 보인다고 김정희회장은 말한다. “유림이 양파농사를 많이 짓는데, 그거 땜에 사람들이 바빠서 못나와. 사람이 좀 더 왔으면 좋겠어. 그래야 노래교실이 더 재밌지.”라며 더 많은 이들이 유림면노래교실과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참가 회원이 적어 힘들기도 하지만, 노래교실 회장을 계속 해서 맡게 되는 이유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김회장은 전했다. “이렇게 나와서 다 같이 어울려서 노래도 부르고 하면 강사도 재밌고, 답답했던 마음도 뻥 뚫리니까 장점이 더 크지.”라며 웃는다. 김회장은 유림면노래교실의 매력으로는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사람이 많은 유림면에서 노래교실을 해서 참 좋다.”고 전했다. 또한 “와서 보질 않으면 모른다. 그러니까 일단 와서 노래도 부르고, 스트레스도 풀고 가보면 다시 찾게 된다. 일단 한 번 와보세요.”라고 예비노래교실회원들에게 전했다.고향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시작 박미순 어머님유림면노래교실의 신입생 박미순씨는 고향이 유림면사안마을 출신이다. 귀촌을 위해 유림면 사안마을로 돌아온 것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고향인 유림면을 보면 전국 어딜 가도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귀촌을 할 때 고민 없이 유림면으로 오게 됐다.”며 남다른 고향 사랑을 드러냈다. 평소 노래와는 거리가 멀고, 그저 집안일을 하다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것이 전부였다는 박미순씨는 “노래교실이라는 걸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문화가 있다는 걸 마을 분들에게 전해 듣고 함께 할 수 없을까 해서 이렇게 찾게 됐다.”며 “너무 정겹고, 흥겨워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노래교실의 첫 인상은 너무 좋다고 박미순씨는 “여기 계신 김정만 강사님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넘친다.”며 또 “여기 나오시는 어르신들도 눈망울이 또렷한 것이 하나라도 배워가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워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노래교실에서 가장 어리고, 가장 최근에 들어온 진정한 막내생활을 시작한 박미순씨. “다들 처음인 저를 너무나도 반겨주시니, 첫 인상이 좋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선배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여기서 배운 노래로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지금계신 회원, 그리고 앞으로 들어올 회원들과 함께 이렇게 좋은 유림면 노래교실을 이어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감출 수 없는 끼 오양순 어머님노래교실이 시작되자 앞에 홀로 일어서서 흥겹게 춤을 추는 회원이 한 명 있다. 바로 오양순회원이다. 흥겨운 노래에 오양순회원의 춤이 곁들여 지자 노래교실 회원들의 얼굴에는 절로 웃음이 가득해진다. 오양순회원은 평소에는 얌전하다고 믿기 힘든 말을 전했다. “평소에는 내가 참 얌전해요, 근데 노래만 나오면 흥이 주체가 안 되고 막 그래요.”라며 “신나는 노래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춤을 추니 남편이 말리기도 많이 말렸다.”고 했다. 평소 뜨개질과 수예가 취미였다는 오양순씨를 노래교실에 나오는 회원들은 얌전한 오양순씨를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강사를 비롯한 회원들이 저마다 나와서 춤을 춰보라고 하는 권유가 끊이질 않았다. 노래교실의 분위기를 돋워주는 오양순씨의 존재는 노래교실은 물론, 마을에서도 유명하다.“제가 이제 귀촌한지 10년쯤 됐는데 마을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라며 “주말에도 읍에서 열리는 노래교실에도 가고, 노래방도 가면 저랑 가면 재밌으니까 다들 저만 찾아요.”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히 어르신들이 많은 노래교실에서 이렇게 춤을 추다 보니 많은 선배 회원들도 좋아 하고, 저도 좋아 하니 더 춤을 추게 되는 것 같다.노래가 좋다는 오양순씨는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제 어머니도 말씀하시길 어릴 때부터 노래만 나오면 그렇게 춤도 추고, 좋아해서 나중에 뭐가 될지 궁금하셨다고 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노래교실이 있어 더욱 행복하다는 오양순씨는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유림면 노래교실에 오셔서 함께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건 함께 하면 더 좋잖아요.”고 말했다.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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