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타 지역에 비해 노래교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1개 읍면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래교실에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함양군에서 노래교실은 이제 하나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잘 운영되고 있는 노래교실을 찾아가 무엇이 노래교실을 찾게 만드는지 살펴봤다. 행복한 에너지로 가득찬 백전면 노래교실점심시간이 끝나고 백전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는 어머니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또 다른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백전면사무소로 모여들고 계셨다. 다들 뭐가 그리도 즐거우신지 햇살이 따가웠지만, 노래교실을 찾아오는 길에서부터 이미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이렇게 노래교실을 찾은 어르신들은 몸에 밴 듯이 자리를 찾아 앉으시고는 마이크를 찾는다. 그리고는 나오는 반주에 맞춰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물론 이미 와계신 어르신들과의 인사도 빼먹지 않으셨다. 이렇게 다른 어머니들이 인사와 담소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는 교실 한 켠 에는 이정숙 회장을 비롯한 어머니 몇 분이 분주하게 참외와 차를 나르고 계셨다. 시원한 참외 한 조각과 목을 풀어줄 따듯한 차 한 잔이 더해졌기 때문인지 어머니들의 노랫소리가 더욱 흥겹게 들린다. 바쁜 농사일로 인해 출석률이 저조하다며 강사와 회원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지만, 당일 노래교실에 참가한 어르신들은 약 30여 명으로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정유근 강사 역시 놀라며 “매주 이렇게만 찾아주시면 앞으로 걱정이 없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꾸미고 나오신 어머니를 비롯해, 멋들어진 중절모를 쓰고 나오신 아버님까지, 어르신들의 옷차림은 각양각색이었지만, 노래교실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강사와 함께 새로운 노래를 배우는 시간이 찾아왔다. 어르신들은 처음 듣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에는 조금 어려우신지 원곡과는 전혀 다른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그래도 뭐가 그리도 좋으신지 얼굴에서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어르신들은 강사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덕분에 노래실력이 많이 좋아졌다며 정유근 강사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틀리기 쉬운 부분은 꼼꼼하게 짚어주고 보다 편하고, 잘 부를 수 있는 팁을 전해주니 어느 누가 싫어 할 수 있나 싶다. 특히 소절마다 정유근 강사의 친절한 지도가 이어지니 얼마 안가 노래 한곡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노래 한 곡을 끝내니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또 다른 노래를 배운 것에 대해 뿌듯해 하는 성취감이 가득했다. 매주 새로운 노래에 도전하고 익히는 성취감 또한 노래교실을 찾도록 만드는 매력이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노래를 부르다 보면 지치실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은 찾아 볼 수 가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밝아지는 어르신들의 표정을 보니, 노래교실을 통해 단련된 체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날이 가물어 농사일에 시름이 늘고 있어 어르신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고 있었지만 노래교실을 찾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어르신들의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노래교실을 통해 어르신들이 행복한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 같았다. 행복함을 얻어간 어르신들은 노래교실에서 얻은 활력과, 노래교실만을 기다리며 가뭄에 힘든 농사일도 꿋꿋하게 이겨 나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노래교실이 있기에 백전면의 어르신들은 보다 밝은 얼굴과 마음으로 한 주를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는 더욱 노래교실의 역할이 빛나고 있었다. 흔히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허나 삭막한 현실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노래교실에서 만큼은 어르신들이 어울려 기쁨을 나누고 계셨다. 이렇게 좋은 곳을 남에게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백전면 노래교실의 어르신들은 언제나 말한다. “백전면 노래교실로 많이들 오세요.”라고 말이다.노래교실 회장 이정숙 어머니“아이고 나는 인터뷰 이런 거 할 줄 몰라”라고 처음 인터뷰를 권했을 때만 해도 손사래 치시며 거부하시던 이정숙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막힘없이 말을 하신다. 노래교실에 나오게 된 지 올해로 3년차라는 이정숙 어머니, 노래교실에 대한 홍보를 보고 처음 노래교실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 즐거울지 모르셨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노래교실에 다니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시다고 한다. “여럿이서 모여서 노래도 부르고, 다함께 어울려 박수도 치고 춤도 추고 하니까 너무 좋아”라며 깔깔 웃으신다. 노래교실에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나온다고 하신다. “다함께 어울려서 박수도 치고 노래도 부르다 보면 너무 즐거워.”노래교실에 다니며 건강해지고 노래실력도 많이 늘었다는 이정숙 어머니는 “정유근 선생님을 비롯해 이전의 선생님들까지 하나 같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니까 노래실력이 안 늘 수 가 있나”라며 노래교실 강사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아직 백전면의 어르신들이 노래교실을 모르시거나 안 나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는 질문에 “그것이 참 아쉽다. 좀 더 많은 분들이 나와서 즐기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실 수 있는데, 농사일, 집안일 등등 일상에 바빠서 못 나오시는 것 같다. 앞으로 백전면 노래교실에 많이들 찾아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래교실로 외로움을 달랜 청일점 박동발 아버님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던 박동발 아버님은 백전면 노래교실의 청일점이다. 백전의 아름다운 산수와 풍경에 빠져 귀촌을 결정한 그는 처음에는 외로움 때문에 백전에서의 삶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귀촌을 한 뒤로 친구가 없어서 외로움을 많이 겪은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에 사는 것도 좋지만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다 보니 좀 힘이 들었다”라고 당시의 어려움을 떠올리셨다. 하지만 지금은 노래교실을 나오게 되면서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고 하신다. “그러다 우연히 노래교실에 나오게 됐는데 그게 이렇게 좋을지 몰랐습니다.”라며 껄껄 웃으셨다. 백전면 노래교실의 청일점으로 유일한 아버님이었지만, 이제는 한 분 더 나오신다고 하신다. “처음에는 좀 나오기가 그랬는데 나와서 즐기다 보니까 너무 재밌고 좋다. 요새는 남자 한 분이 더 나오셔서 노래교실에 나오기 더 좋은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분들이 적은 것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다들 농사일에 바쁘셔서 못 나오시는 것 같은데 몇 분이라도 더 나오셔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한다. 끝으로 박동발 아버님은 노래교실 회원들이 출석이 더욱 활발해지고 단합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많이들 나오셔 가지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다함께 야유회도 가고, 노래도 부르고 서로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고 한다. 노래교실이 내 삶의 활력소 김정숙 어머님주변의 친구들의 권유로 노래교실에 나오게 된지 3년 째 됐다는 김정숙 어머님. “노래교실에 나와서 보니 모두가 친절하고, 특히 강사님이 잘 가르쳐 주니까 계속 다니게 됐다.”고 한다.“노래교실을 웃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라는 김정숙 어머니는 노래교실을 위해서라면 바쁜 일도 미뤄두고 찾아올 정도로 열정적이셨다. 오죽하면 함양읍에서 일을 하다가도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이면 일을 미뤄두고 백전면사무소로 찾아오신다고 한다. “내가 노래교실을 너무 좋아해서 함양에서 백전까지 왔어. 일을 미루는 것 보다는 노래교실에 내가 일을 맞춰야지.”라며 노래교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먹고 살기 바빠 노래를 잊고 살았던 그녀는 이제는 취미삼아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삶의 활력소를 얻게 됐다고 한다. “촌에 들어와 살면서 적응도 잘 안되고 했는데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하니까 적응도 잘되고 활력소도 생기고 이래저래 좋아요”라고 한다. 백전면 노래교실로도 부족하셨는지 함양읍에 위치한 정유근 강사의 노래교실도 찾고 있다는 김정숙 어머님이야 말로 노래교실의 우등생이 아닌가 싶었다. 자식들과 자주 노래방을 찾느냐는 질문에 “자식들이 전부 타지에 나가 있어서 갈 기회가 별로 없네요.”라고 하시지만 한 번 쯤은 가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다.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과 최근 가뭄으로 인해 농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백전면 노래교실을 찾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이렇듯 노래교실은 면민 누구라도 찾아와 지친 몸과 마음을 노래로 달래며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모든 분들이 나와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면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잘 어루만지는 노래교실이 계속 된다면 더욱 많은 분들이 노래교실을 찾게 될 것이다. 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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