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타 지역에 비해 노래교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1개 읍면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래교실에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함양군에서 노래교실은 이제는 하나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이 잘 운영되고 있는 노래교실을 찾아가 무엇이 노래교실을 찾게 만드는지 살펴봤다.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친 병곡면 노래교실병곡면 노래교실은 병곡면 노인 회관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다른 곳으로 어머니들이 모였다. 바로 병곡면 노래교실 야유회를 위해서였다. 1년에 한 번은 회원들의 단합을 위해 야유회를 가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원산마을에 위치한 민재 여울목 산장에 노래교실 어머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어머니는 손녀를 업고 찾아 오셨다. 집이 야유회 장소에서 멀지 않아서 걸어 오셨다는 어머니는 “야유회에 오려고 손녀도 어린이 집에서 빨리 데려왔다”고 하신다. 이어서 다른 어머니들이 다함께 한 차를 타고 오시며 양손에는 떡과 과일 한보따리씩 들고 오신다. 마치 소풍 갈 때 들뜬 아이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매주 보는 이들이 뭐가 그리도 반가우신지 이내 식당 앞에서는 어머니들의 정겨운 인사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오랜만의 나들이라 그런지 어머니들의 표정이 밝다. 특히 사이가 돈독한 노래교실 회원들이 함께여서 그런지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늘은 그냥 차려진 음식 드시면서 푹 쉬고 즐기시길 바랍니다.”라는 정유근 강사의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야유회가 시작됐다. 노래교실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회원들끼리 나와서 어울리는 것도 좋다는 어머니들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이런 일, 저런 일 얘기하다보니 음식은 뒷전이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서 고기 좀 잡숴, 이러다 고기 다 탄다.”라며 재촉을 하시는 어머니들도 계셨지만 이내 다른 어머니들처럼 이야기 속에 빠져 들면서 다들 음식보다 서로 담소를 나누기에만 바빴다. 노래교실이 노래를 배우려고 나오는 곳인데 이렇게 노래는 안하고 야유회를 하면 싫어하시지는 않을까 했지만, 오히려 다들 야유회를 하는 것이 더욱 좋은 것 같았다. 특히 한 어머니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야유회를 했으면 좋겠다.”며 사심이 가득한 말을 하시기도 했다. 정유근 강사는 “매년 노래교실을 하면서 회원들의 단합을 위해서 봄에 꽃놀이를 가는데 올해는 어디 멀리 가는 것보다 다함께 모여서 즐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인근에 야유회를 오게 됐다.”고 전했다. 시간이 흘러도 어머니들의 수다에는 끝이 없었다. 이런 일 저런 일 얘기하다보니 음식은 뒷전이고 이야기꽃만 활짝 피우고 있었다. 노래교실이라고 해서 강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노래교실에 참가하는 어머니들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수업이라도 회원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텐데 병곡면 노래교실에서는 그러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만큼 회원들의 우애가 돈독해 보였다. 회원들 간 단합이 노래교실의 활성화에 두 배, 세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래교실의 구심점 김명숙 회장노래교실의 회장을 맡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김명숙 회장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같이 노래를 배우는 회원들이 라고 한다. “언제나 뭘 하자고 하면 잘 따라주고, 협조를 잘 해 주니 회장일 하는 게 편할 수밖에 없죠”라고 한다. “노래교실에 다니면서 노래 가사 외우느라 머리도 쓰니까 치매예방도 되고, 같이 다니면서 친구도 생기고 진짜 좋아. 그러니까 노래교실은 무조건 가야지.”라며 “가게 3시간 정도 쉬는 건 일도 아니야, 그냥 쉬면되지”라며 깔깔 웃으신다. 이번 야유회가 열린 곳도 바로 김회장의 가게라고 한다. 가게 일도 바쁠 법도 한데 그래도 함께 지낸 노래교실 회원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시간을 낼 수 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이렇게 나와서 하루 놀면 노래도 더 잘되고, 더 흥겹게 보낼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고 한다. 김명숙 회장은 “우리 노래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연예인이잖아. 그런 분이 와서 노래도 잘 가르쳐 주니 고마울 수밖에 없지”라며 정유근 강사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병곡면 노래교실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다. 노래교실의 큰언니 김말숙 어르신 “나이 먹어서 이제는 노래도 못 외워”라는 김말숙 어머니는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인생’이라는 노래 한 곡조를 술술 불러내신다. 한 곡조 뽑아내신 어머니는 겸연쩍게 웃으시며 “노래도 못 부르는데 노래를 하라 그러네.” 라고 하신다. 노래교실에 다닌 덕에 노래실력은 일취월장했다는 어머니, 아들들과 사위들이 그렇게 좋아 한다고 하신다. “전에 자식들이 놀러 와서 노래 한 번 불렀는데 잘 부른다고 칭찬을 하네.”라고 하신다. 자식들과 사위들이 좋아하고, 칭찬을 해주니 노래교실에 더욱 애정을 가지고 나오시는 것 같다.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이름도 말숙이지만 노래교실에서는 큰언니 대접을 받고 있다. “동생들이 언니 대접을 잘 해 주니 너무 좋고, 다닐 맛이 나지”라며 노래교실의 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노래교실 외에도 건강 체조를 다니고 있는 김말숙 할머니는 매주 살맛이 난다고 한다. “내가 노래교실도 다니고 건강체조도 다니고 이 것, 저 것 다니니까 건강해지는 것 같아.” 건강 체조와 노래교실로 일주일이 살맛난다는 김 할머니는 앞으로 힘닿는데 까지는 노래교실에 나와서 즐겁게 살고 싶다고 전했다. 노래교실의 숨은 가수 장복행 어머니 노래를 잘 부르신다는 말씀에 장복행 어머니를 모셨지만 어머니는 한사코 자기는 노래를 잘 못 부른다고 하신다. “아니, 나보다 더 잘 부르는 사람도 많은데, 난 잘 못 불러”라며 한사코 거절하시다가 애창곡을 불러달라는 말에 단심이 한 곡조를 뽑아내신다. 구성진 가락으로 노래를 뽑아내시고는 “반주가 있었야 노래가 더 잘되는데”라며 노래실력을 제대로 못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워 하셨다. 병곡면 노래교실에서 손꼽히는 노래 실력자라고 주변 어머니들의 평이 자자하지만 본인은 그저 중간정도에 겨우 끼는 실력이라고 겸손을 떠신다. 이렇게 매주 열리는 노래교실이 노래 실력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됐지만, 가끔 회원들끼리 떠나는 야유회 역시 노래실력이 느는데 한 몫 한다고 한다. “이렇게 밖에 나와서 한 번 놀고 하면 스트레스도 쫙 풀리고 노래도 더 잘되”라며 “꾸준히 이렇게 좀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신다. 매년 노래교실 회원 어머니들과 함께 떠나는 야유회가 좋다는 장복행 어머니는 “이렇게 야외로 나와서 하는 것이 더 좋아. 앞으로는 좀 더 자주 했으면 좋겠어”라며 노래교실보다 야유회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병곡면 노래교실의 막내 김종임 어머니병곡면 노래교실의 막내 김종임 어머니가 노래교실에 참가하게 된 것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이끌리듯이 참가하게 됐어요. 근데 한 번 나오고 나니 안 나올수가 없어서 계속 나오고 있어요.”라며 “노래교실에 오시면 정유근 강사님하고 회원들의 입담도 재밌고, 노래 부를 때는 행복해 하는 노래교실에 많이들 오세요”라며 병곡면 노래교실에 대한 추천도 잊지 않으신다. 회원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라 조금은 불편할 법도 한데 김종임 어머니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다들 언니 같고 어머니 같으니까 불편하기 보다는 너무 좋아요”라며 동료 회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들 친절하게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하니까 노래교실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라고 하니 병곡면 노래교실의 재미는 회원들에게서 나오는 것 같았다. 끝으로 “이렇게 노래교실이 잘 운영되게 힘써주시는 함양군과 연예예술협회, 그리고 정유근 강사님께 감사드린다는 말부터 하고 싶어요.”라며 “앞으로도 이렇게 노래교실이 지속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단순히 노래만 배우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어울려 야외로 나들이도 가고 야유회도 하는 모습을 보면 노래교실이 노래만 가르치고 배우는 단순한 수업이 아닌 어머니들의 삶에 활력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게다가 이런 기회를 통해 그저 같이 수업을 듣는 사이가 아닌, 보다 끈끈한 정으로 뭉친 어머니들의 모습이 더욱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회원어머니들은 입을 모아 병곡면 노래교실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회원들의 단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이렇게 노래를 부를 때도 함께, 즐길 때도 함께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는 가족의 정보다 더욱 짙은 정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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