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타 지역에 비해 노래교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1개 읍면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래교실에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함양군에서 노래교실은 이제는 하나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이 잘 운영되고 있는 노래교실을 찾아가 무엇이 노래교실을 찾게 만드는지 살펴봤다.다음 편은 서하면 노래교실로 찾아 갑니다.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 피우는 봄바람, 휴천면 노래교실봄기운이 퍼져 따스함이 퍼지는 오후 1시 아직은 휴천면 노래교실이 시작하기 30분 전이지만 그럼에도 뭐가 그리 급하신지 어르신들이 노래교실이 진행되는 휴천면사무소로 모여들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어머님은 “노래교실이 기다려지니까 빨리 와야지”라고 하신다. 한창 농번기인 요즘 농사일은 어떻게 하셨냐고 여쭤보니 “농사일이 중요해도 노래교실에는 와야지. 일주일에 한 번하는 건데”라며 웃으며 말하신다. 한 명의 어르신이 도착하니 뒤이어 다른 어르신들도 삼삼오오 짝을 이뤄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만나니 더욱 반갑다는 듯이 어르신들끼리 “아이고 인제(이제) 오소”라며 저마다 인사를 나누기에 바빴다. 그렇게 30여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드니 절로 담소를 나누시기 시작했다. “00네가 환갑이라던데”라며 주변 이웃의 소식부터 “XX딸이 왔다 카던데”라며 자식이야기 까지 노래를 배우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서로 만나 수다를 떨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예 한 어머니는 옥수수와 결명자로 차를 한주전자 끓여 오셔서 다른 어르신들께 나눠주며 수다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여기가 경로당인지 노래교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어머니들 사이의 결속력은 끈끈해 보였다. 그리고 잠시후 김정만 노래 강사가 도착했다. 어머니들의 시선이 김정만 강사에게 모여들고 반갑게 맞이했다. “아이고 우리 선생님 왔네”라며 정겹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서로 만난 지 3개월도 안된 사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만큼 정겨워 보였다. 그러고도 어르신들의 수다가 진행되다 김정만 강사의 노래교실을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어르신들이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의자에 한두 명씩 자리를 잡았다. “아이고 신문사에서 오는 걸 어찌 알고 옷들을 다 이렇게 쫙 빼입고 오셨을까”라는 김정만 강사의 말에 어머니들이 손사래를 치며 “원래도 노래교실에 올 때는 잘 입고 오는데”라며 깔깔 웃으셨다. 한 어머니는 옆에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나에게 “총각 잘 좀 찍어줘”라고 하신다. 나이는 먹어도 여전히 마음만큼은 소녀들이셨다. 이어서 전 국민에게 익숙한 전국노래자랑의 시그널이 울려 퍼지면서 휴천면 노래교실의 시작을 알렸다. 마치 진짜 전국노래자랑 촬영이 시작되는 것처럼 어머니들의 표정에도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어서 지난 시간에 배웠던 노래의 복습이 시작됐다. 노래교실 시작 전 노래실력을 물었을 때 자신은 잘 못 부른다고 빼시던 어머니들은 어디로 갔는지, 다들 수준급의 노래실력과 흥을 뽐내시는 모습을 보니 노래교실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복습의 시간이 지나가고 새로운 노래를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 배우는 곡은 송해선생의 ‘나팔꽃 청춘’이라는 곡으로 먼저 김정만 강사의 구성진 선창이 시작됐다. 어머니들은 처음 듣고, 부르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악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따라 부르려고 노력했다. 처음이라 다소 음정이 틀리거나, 박자를 놓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웬만한 가수의 모습보다 보기 좋았다. 그렇게 김정만 강사의 선창이 끝나고 새로운 노래에 긴장을 하신 어머니도 몇 분 계셨지만 “악보에 콩나물 머리는 모르셔도 됩니다. 콩나물은 남편 해장국 끓일 때 그 콩나물만 기억하시면 되고요”라는 김정만 강사의 농담 하나에 노래교실에 차오르던 긴장감을 씻겨 지고 이내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어머니들은 긴장감이 풀린 덕분인지 막힘없이 새로운 노래를 익혀나갔다. 그리고 노래가 잠시 막힐 때면 김정만 강사 특유의 재치 있는 농담이 더해져 금세 노래 한곡을 자연스럽게 부르게 됐다. 이어서 유랑청춘이라는 곡으로 진도가 넘어 갔다. 송해선생이 이북에 남겨 두고 온 어머니를 생각하며 부른다는 이곡을 배우다 보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이 났는지 몇몇 어르신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어르신들이 따라 부르는 노래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노래를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부르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어머니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쌩쌩해 보였다. 오히려 노래를 부르고 나서 더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쌩쌩한 모습의 어머니들을 보고 김정만 강사는 “어르신들은 노래교실에서 치료를 받으니까 이렇게 건강하지, 그것도 공짜로”라며 농을 건네자 어머니들이 “맞네, 맞어”라며 노래교실이 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웃고 떠들며 차 한 모금 하며 숨을 고르신 어르신들은 자리에 다시 앉아 방금 배웠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노래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또 한 어머니는 노래 부르는 것이 그렇게도 좋으신지 쉬는 시간에도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못하셨고, 수업 중에는 아예 두 손으로 마이크를 꽉 붙잡고 꿋꿋이 노래를 따라 부르셨다. 이런 모습을 보니 휴천면 어머니들의 노래실력이 뛰어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노래교실에 참여하는 어머니들이 많은 휴천면 노래교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원들 간에 소통이 활발해 단합이 잘되니 올해도 좋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휴천면 노래교실의 김갑숙 회장김갑숙 회장는 옷차림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한껏 멋스럽게 차려입은 김 회장은 노래교실에 올 때에는 옷차림을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 나오는 노래교실인데 예쁘게 꾸미고 나와야죠... 그리고 평소에도 옷은 잘 입고 다녀요”라며 수줍게 얘기했다. 올 해로 귀촌한지 9년이 된 김 회장은 처음 노래교실을 나올 때와 노래교실의 회장직을 맡게 된 지금 노래교실에 나오는 마음가짐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노래교실에 나올 때만 해도 다른 회원 어르신들과 데면데면해서 인사도 잘 안하고 노래만 부르고 휙 하고 사라졌는데 회장직을 맡게 되니 회원들끼리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제는 인사도 먼저 나서서 하고 하다 보니 회원들 간에 사이가 더욱 좋아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해 회장이 되고나니 부담되는 일이 늘었다는 김 회장은 “지금도 휴천면 노래교실에 나오시는 분들이 다들 잘 단합하고 출석도 잘하시니 올 해 열리는 대회에서 좋은 결과 하나 쯤 있었으면 좋겠네요”라며 올 해 열리는 주부노래교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매주 차를 끓여 오시는 윤오연 어르신윤오연 어르신은 매주 노래교실을 찾을 때마다 주전자에 옥수수와 결명자로 직접 끓인 차를 들고 와 회원들에게 나눠 주신다. “노래 부르면 목도 마르고 한데 이렇게 차 한 잔 마시면 좋아”라며 혼자 드실 것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이 드실 차까지 끓여 오신다. 매주 차를 끓이는 일이 번거로울 법도 한데 윤오연 어르신은 전혀 귀찮지 않다고 한다. “남들한테 베푸는 게 재밌어. 사람은 베풀고 살아야지”라며 “그리고 다 같이 마시면 더 좋잖아”고 한다. 윤오연 어르신은 현재 휴천면 면사무소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점심 이후 시간에는 좀 쉬고 싶으실 법도 한데 노래교실만큼은 한 번도 안 빠지고 나온다고 하신다. “쉬고 싶을 때도 있지... 근데 일주일에 한 번이잖아 노래교실에 나와야 일주일이 재미있게 보내지”라며 노래교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셨다. 오히려 노래교실에 나와야 힘이 난다는 윤오연 할머니는 노래교실의 좋은 점이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집에 혼자 있으면 끼니도 잘 챙겨먹기 힘든데 여기 나오면 잘 챙겨먹고 좋아. 또 이렇게 나와서 노래도 부르고 하면 신이 나고 건강에도 좋고, 다른 사람도 만나고 그냥 다 좋아”라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휴천면 노래교실의 최고령 어르신 김말달 할머니휴천면 노래교실의 최고령 어르신 김말달 할머니에게 있어 노래교실은 일주일 생활의 활력소라고 한다. 노래교실이 시작되고 이듬해부터 노래교실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영감님이 돌아가시고 내가 너무 쓸쓸하잖아...근데 축제 때인가 단체로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아 보여서 찾아서 오게 됐어”라고 한다. 홀로 남은 김말달 할머니는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나와서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 노래교실에 첫발을 디뎠다고 한다. “일은 혼자 해도 노는 건 혼자 못하잖아 ...집에 혼자 있으면 뭐 하겠어 나와서 노래도 부르고 해야지”고 한다. 노래교실의 좋은 점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일까 주변의 어르신들에게도 권하고 있지만 쉽지 만은 않다고 한다. “내가 같이 가자고 하는데 다들 농사일이 바빠서 맘처럼 안되지... 나같이 농사일 안하는 사람들이면 몰라”라고 하시는 것을 보니 살짝 아쉬운 마음이 생기시나 보다. 앞으로는 노래교실과 같이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는 김말달 할머니는 “내 같은 사람한테는 노래교실이나 실버대학 같은 것들이 있으면 그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라며 살아가는데 노래교실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휴천면 노래교실의 특징은 회원들의 단합이 잘 이뤄지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서로 다른 마을에 거주하던 어르신들이 이렇게 한 몸처럼 노래를 부르고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노래교실이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어머니들이 서로 웃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보는 사람마저 입가에 미소가 짓게 만드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휴천면 노래교실은 더할 나위 없이 따듯한 봄날에 어울리는 곳이었다.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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