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타 지역에 비해 노래교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1개 읍면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래교실에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함양군에서 노래교실은 이제 하나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이 잘 운영되고 있는 노래교실을 찾아가 무엇이 노래교실을 찾게 만드는지 살펴봤다.다음 편은 휴천면 노래교실로 찾아 갑니다.마천면 노래교실성큼 찾아온 봄 날씨에 식곤증이 몰려올 무렵인 오후 1시30분 마천면사무소에서 어깨춤이 절로 나는 흥겨운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어르신들은 저마다 뭐가 그리 반가운지 서로 인사 나누기 바쁘다. 그렇게 약 30여명의 어르신들이 마천면사무소로 찾아든다.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의 연령대도 다양했지만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마천면 노래교실 때문이다. 함양군 11개 읍면에는 각각 노래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어르신들을 찾아온 노래교실 중 마천면 노래교실은 정유근 강사가 맡았다. 올해로 5년째 변함없이 마천면노래교실을 책임지고 있다. 노래교실을 찾는 어르신들을 항상 내 어머니 대하듯 한다는 정유근 강사 때문인지, 어르신들의 마음씨가 고와서인지 노래교실 분위기가 봄날처럼 따뜻하다. 2시간 가량 노래교실이 진행되지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어르신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이제는 익숙한지 알아서 척척 마이크를 넘겨가며 노래를 부르며 실력을 뽐내신다. 마이크를 잡은 한 사람이 노래를 시작하면 나머지 수강생들은 다함께 화면에 나오는 가사를 보고 따라 부르고 박수도 치며 더욱 흥을 돋웠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지 30분이 지나고 오후 2시가 되자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오늘 배울 노래는 ‘아버지와 딸’. 처음 듣는 노래를 배우다 보니 여기저기서 박자와 음정이 어긋난다. 노래를 틀리게 부르는 것마저도 즐거우신지 어르신들은 연신 웃는 얼굴이다. 틀리면 틀린 대로 한 번 더 부르고, 잘하면 잘 한대로 한 번 더 부르고 그러다 보니 이내 노래를 익힌다. 마천면의 맑은 공기와 빼어난 경치 속에 사시는 어르신들이라 그런지 노랫소리도 맑고 힘차다. 노래소리가 마을에 퍼지니 마을은 절로 살기좋은 곳이 되나보다. 이렇게 마천면 노래교실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올 해 처음 회장을 맡은 신남숙 회장올해 처음으로 마천면 노래교실 회장을 맡은 신남숙씨. 노래가 좋아 노래교실을 찾는다는 그녀는 4년 간 노래교실의 총무로 활동했다. 그리고 올해는 회장을 맡았다. 신 씨는 회장이 된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교실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주길 바란다며 “나와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노래를 부르면 행복해지고 건강에도 좋아지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장이 된 그녀는 노래교실 수강생들끼리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봄이 오면 봄소풍, 가을이 오면 가을 소풍을 계획하고 있다. “봄과 가을에 소풍을 가니까 수강생들끼리 단합도 더 잘되고 노래도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밖에도 수강생들은 2달에 한 번 마천면에 위치한 은혜의 집을 방문해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어르신들을 찾아가면 너무 좋아하시니까 저도 좋고 서로 좋아서 계속 가게 되고 보람도 크다.”고 전했다. 회장이 된 직후 수강생들에게 직책을 맡겨 책임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신 회장은 “그냥 단순히 수강생으로 다닐 때 보다 직책을 맡으면 노래교실에 대한 애정도 더 깊어지는 것 같아 단장, 봉사부장까지 별별 직책을 만들어 드렸다.”고 말했다. 또한 신 회장은 “학교에 가방을 메고 가서 배워야 많이 배우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노래교실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배우는 것인 만큼 더 많은 이들이 노래교실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강생들의 단합을 책임지는 신성수·박경자 부부노래교실을 찾는 분들이 어머니들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계신 남자도 어르신들이다 보니 잡다한 일이나 힘쓰는 일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신성수 단장의 역할은 노래교실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나들이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성수 단장은 노래교실의 단장을 맡게 된지 1년쯤 됐다. 단장의 주된 업무로는 수강생들 간 단합하는 것을 돕고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맡아 하는 것이다. 신 단장이 처음 노래교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주변의 추천 덕분이었다. “당시의 회장님하고 총무가 꼭 좀 노래교실에 나와 달라고 부탁을 해서 나왔는데 나오다 보니 재미도 있고, 원래 저희가 노래를 좋아하다보니 계속 나온 지 4년 정도 됐네요.” 신 단장은 현재 아내와 함께 노래교실에 다니고 있다. “아내도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저도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서로 마음이 맞아서 같이 나온다.”며 아내가 노래실력이 더 좋다며 아내자랑을 늘어놓는다. 갑작스런 남편의 칭찬에 신 단장의 아내 박경자씨는 부끄러운지 손사래를 치며 “남편이 더 잘 부른다.”며 부부가 서로 칭찬을 주고받는다. 농사를 짓다보면 농번기에는 바쁠 법도 한데 노래교실만큼은 무조건 나온다는 신 단장 내외는 “일주일에 단 한 번, 2시간만 하는 건데 무조건 나와야지요. 힘들게 일주일 동안 일만 하는데 노래교실이라도 나와야 스트레스도 풀고 또 일주일간 일을 하지요”라고 노래교실의 장점을 말한다. 부부는 일주일간의 활력소를 마천면 노래교실에서 찾고 있었다. 부부는 일심동체 노래교실도 함께하는 김봉길·강영희 부부많은 수강생 가운데 눈에 띄는 두 명이 있었다. 바로 김봉길씨와 강영희씨, 노래하는 와중에도 서로 같이 서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잉꼬부부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2001년 귀촌을 결심하고 함양군 마천으로 왔다는 이들은 서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함께 노래교실을 찾게 됐다. 당시 마천면에서 진행하는 건강 체조에 참가하던 이 부부는 총무를 맡고 있던 현재의 회장의 권유에 노래교실에 참가하게 됐다. “귀촌을 하고나니 집에서 시간만 보내는 것보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나와서 노래 부르고 즐기면 삶에 보탬도 되고 좋겠다 싶어서 나오게 됐다.” 특히 귀촌 후 딱히 일이 없어 무료할 수도 있는 생활에 노래교실은 큰 낙이었다. “일주일에 이 시간이 있어서 일주일을 사는 것 같아요. 매일 노래교실만 기다리고, 삶의 활력소에요”라며 강영희씨는 웃으며 말했다. 강영희씨는 “원래 남편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매일 아침 좋은 노래도 틀어주고 해서 함께 노래교실에 나오게 됐어요”라고 전했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요양 차 마천으로 오게 됐는데 남편이 너무 잘해주고 노래교실도 즐겁다 보니 건강해 지는 것 같다.”고 했다. 둘이서 함께 다니다 보니 더 좋다는 이 부부는 “같이 움직일 수 있으니까 더 좋죠. 오고 갈 때 같이 차타고 다니고, 같이 노래도 부르고 좌우지간 재밌죠”라고 한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노래를 잘 부르느냐는 질문에 서로 웃으며 상대방을 가리킨다. 함께 있어 더욱 즐거운 노래교실이라는 이 부부의 말이 행복한 표정으로 묻어 나온다. 넘치는 흥과 끼를 서로 나누는 최경순 씨“제가 평소에도 흥이 넘치다 보니 노래교실에 오게 됐네요” 최경순씨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어서 노래를 부르며 다른 어르신들의 흥까지 돋운다. 춤도 추고 다른 어르신들에게 마이크까지 건네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그녀는 품바생활을 하며 전국을 돌다 이제는 마천면에 자리를 잡았다. “제가 전국을 돌며 공연을 좀 했는데 그렇다 보니 노래도 좋아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걸 좋아해서 노래교실에서도 춤도 추고 어르신들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한다.”고 했다. 노래실력도 출중하고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매우 익숙해보였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당연한 것이었다. 매주 노래교실을 기다린다는 그녀는 “노래교실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면 한 주간에 쌓은 스트레스도 풀리고, 스트레스가 풀리니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 특히 한 쪽다리가 불편했다는 그녀는 노래교실을 찾으면서 다리도 싹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이전에 다리가 좀 불편했는데 노래교실 와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하니까 이제는 잘만 움직여요”라며 다리를 들썩여 보였다. 한편 노래교실이 오후에 진행되어 더 좋다는 그녀는 “점심 먹고 딱 졸릴 시간에 노래교실이 열리니 얼마나 좋아요. 노래를 부를 때는 배가 고파도 안 되고, 불러도 안 되는데 딱 적당한 시간에 하니까 더 좋지요”라고 말한다. 특히 최경순씨는 노래교실에 나올 때마다 한 가지 목표를 세운다. “노래교실에 나올 때 마다 수강생들하고 무언가 하나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고 있다.”며 “서로 함께 해야 더 즐거운 것 아니겠습니까”라며 유쾌하게 웃는다.수강생들 간 단합이 잘 이뤄지고 있는 마천면 노래교실.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도 진행하고 수강생들끼리 모여 나들이도 다니는 모습을 보니 단순히 수강생과 수강생이 아닌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한 수강생 모두가 노래교실을 찾으며 일주일의 활력소를 얻고 있다. 단순히 노래를 배우는 것만이 아닌 이웃들이 서로 만나고 모여 웃고 떠드는 것이 더 많은 행복바이러스를 만들어 낸다. 모두가 즐겁게 부르는 노래로 마천면 노래교실은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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