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타 지역에 비해 노래교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1개 읍・면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래교실에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함양군에서 노래교실은 이제는 하나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이 잘 운영되고 있는 노래교실을 찾아가 무엇이 노래교실을 찾게 만드는지 살펴봤다. 노랫소리와 웃음이 끊이질 않는 노래교실 다른 집들은 한창 저녁준비에 바쁠 오후 5시 30분이지만 서상면사무소에는 오히려 어머니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혼자서 오시는 어르신부터 같은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오는 어머니, 그리고 손자를 안고 오시는 분까지 각양각색의 어르신들 20여 명이 면사무소를 찾은 이유는 바로 노래교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함양군 11개 읍・면에는 각각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 해에도 어김없이 시행되는 노래교실 중에서도 서상면 노래교실은 임명희 강사가 현재 4년째 변함없이 진행하고 있는 노래교실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강사가 변경되지 않은 몇 안 되는 노래교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강사와 수강생들 사이에는 단순히 노래만 배우는 딱딱한 관계보다는 끈끈한 정이 흘러넘치는 가족과 같은 분위기였다. 수업은 약 2시간 정도 진행되지만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은 수강생 한명 한명이 다른 수강생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나오라는 부름에도 손사래 치며 거부하시던 한 어머니는 앞에 나가자 스스로 신청곡을 얘기하시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른 어르신들도 낄낄 대시며 박수도 치고 어깨를 들썩이신다가 이내 일어서서 춤까지 추신다.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지 30분 정도 지나자 이제는 다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악보를 보며 정확히 부르시거나, 아니면 자신만의 흥에 취해 부르거나 모두 제각각 노래를 불렀지만 그 어느 댄스곡보다 신명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끼니도 거르신 채 나오신 어르신들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힘들이 나오시는지 한 시간 가량 노래를 불렀음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더 나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시는 모습을 보니 건강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 둬도 될 듯 했다. 노래교실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고순분 회장도천마을에 사는 고순분 어르신은 노래교실의 회장을 올해부터 맡게 됐다고 한다. 적십자 봉사회 회장직의 경험이 있는 고 회장은 노래교실에서도 회장을 맡고 있다. 회장을 맡다보니 회원 영입에 대한 걱정이 절로 드시는 것 같았다. “올 해부터 회장을 맡게 됐는데 회원 영입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걱정이다.”고 말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교실에서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수는 그렇게 적지는 않아 보였다. 노래교실이 처음 생길 때 고회장은 무척이나 기뻤다고 한다. “맨날 건강체조만 하다가 노래교실이 생겨서 좋습니다. 그래서 노래교실이 생긴 2014년부터 올 해까지 4년째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노래교실의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 회장은 “정신건강에도 좋고 노래를 부르고 하다보면 즐겁고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에 많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고씨의 얼굴을 보니 그 말에 왠지 믿음이 절로 생겼다. 노래교실을 하다보면 무엇이 제일 아쉽냐는 질문에는 “농한기인 지금에야 이 시간에 나오는데 농번기에는 빨라도 7시 쯤이나 돼야 회원들이 편하게 노래교실에 나올 텐데 지금과 같은 시간으로는 회원들이 오기 어려워 질 것 같아 임명희 강사님과 시간을 조정해야 될 것 같다.”고 한다. 올 해 처음 회장직을 맡아 노래교실을 이끌어 나갈 고회장에게는 큰 목표가 있다. “서상면에는 노인인구가 많은데 노래교실에서도 노인들을 위해 공연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덤으로 “몇 년 전에는 노래교실대회에서 상도 타고 했는데 올 해도 한 번 상을 타보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드러냈다. 노래교실의 청일점 이신풍 어르신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한사람이 있었다. 어머니들로 가득한 곳에 홀로 남자인 청일점 어르신이 있었다. 바로 오산마을에 사시는 이신풍 어르신이다. 어머니들만 가득한 이곳에서 혼자만 남자라는 것이 조금은 어색할 것 같은데 이씨는 그저 좋다고 하신다.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하고 어울려 주는데 안 좋을 것이 뭐있겠어.... 그저 고맙지”라며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씨가 노래교실을 나오게 된 것은 건강체조를 통해서였다. 2003년부터 건강체조에 꾸준히 참가해 오다가 노래교실이 생기는 2014년부터 노래교실로 옮기셨다. “건강체조 하다가 노래교실이 생기니까 그냥 옮기게 됐는데 매일 이렇게 웃고 하니까 좋아”라는 이씨는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평소에도 남자분이 한 분인가 하는 질문에 이신풍 어르신은 “원래는 두 명인데 한 명이 안 나와서 청일점이 됐네 허허허”하고 웃으신다. 그래도 남자가 둘 밖에 없는 것이 조금 아쉬우신지 “남자가 두 명 뿐이라 주변에 친구들보고 나오라고, 나오라고 하는데 잘 안 나와 ... 나와서 같이 다니면 좋을 텐데”라고 하신다. 그래도 어머니들이 잘 챙겨주시는지 “다들 나 같이 나이 많은 사람하고도 어울려 주니까 괜찮아. 밥이라도 한 끼 사줘야 겠어”라는 말을 바로 덧붙이신다. 노래교실에 나오는 것이 일주일의 낙이라는 이씨는 “앞으로도 서로 화합하고 회원들간에 서로 잘 지내면 좋겠다.”며 “서로 웃고 즐기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나”고 하신다.서상면 노래교실만의 특별함 박태호 매니저서상면 노래교실에서 매니저를 맡고 있다는 박태호씨의 소개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매니저라는 직책이 조금 생소했다. 노래교실에서 매니저라니 무언가 연상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가 맡아서 하는 일을 들어보니 매니저라는 단어만큼 잘 맞는 말이 없는 것 같았다. 박씨는 현재 서상면 노래교실에서 가장 젊다. 노래교실 밖에서 만나면 그렇게 적지 않은 나이57세이지만 노래교실 안에서 만큼은 제일 막내다. 그런 그가 노래교실을 접한 것은 1년 전이라고 한다. “평소에도 노래가 취미생활이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다보니 이왕이면 제대로 배우자 싶어서 노래교실에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 노래교실에 입문한 박씨는 자신이 가장 젊다는 것을 알고는 자처해서 매니저라는 직책을 맡게 됐다고 한다. “보시면 알겠지만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래도 젊은 사람이 하나 있어야 노래교실이 활성화 되지 않겠나 싶어서 자청해서 매니저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매니저의 주된 업무는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드리는 일이라고 한다.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서로 전달할 내용이 있어도 연락 하는 것도 쉽지 않고, 챙겨드리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 생각이 들어 매니저라는 일을 맡게 됐는데 어르신들도 편하고 저도 보람을 느끼니 서로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웃음 지으며 말했다. 박씨는 노래교실에 참가하는 어르신들 모두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면 연락하는 거죠. 오늘 같은 경우에도 장소가 변경 돼서 면사무소에 한다고 제가 일일이 다 문자를 보내드렸습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박씨가 없으면 노래교실이 운영이 안 될 정도라고 한다. 앞으로도 매니저 업무를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박씨는 자신의 여건이 되는 때 까지는 계속해서 노래교실에 나올 것 같다고 한다. “힘이 닿는데 까지는 매니저 업무를 하면서 어르신들을 돕고 싶고, 젊은 분들의 참여를 유도해서 노래교실이 활성화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태호 매니저야 말로 노래교실이 잘 운영되도록 돕는 일등공신이 아닌가 싶다. 매주 노래교실만을 기다리는 조봉순 총무친구의 소개로 노래교실에 나오게 된 조봉순씨는 4년째 노래교실에 나오고 있는 성실한 수강생이다. 물론 농사일이 바빠서 처음 다닐 2년 동안은 간간히 나오는 것이 전부였지만 현재는 노래교실만 기다리며 매주 참가하고 있다. 노래교실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조씨는 “노래교실에 다니다 보니 남들 앞에 서서 노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고 농사일을 하다가도 배운 노래구절이 생각나고 흥얼거리며 매주 이 시간만 기다린다.”고 말한다. 매주 이 시간만을 기다리게 만드는 노래교실만의 매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노래교실 다니기 전에는 매일 농사일이다 집안일이다 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도 힘들었는데 노래교실에 다니게 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죠”라고 전했다. 특히 조씨의 남편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노래방에 자주 가게 되는데 노래교실에 다니기 전에는 같이 노래방 가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다고 한다. “남편은 노래를 잘하는데 나는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걸 못했는데 노래방에 가자고 하니까 힘들었어요. 근데 노래교실에서 배우다 보니까 이제는 쿵짝을 안다고 음정 박자는 맞출 수 있게 되고 자신감도 생기니까 남편도 좋아하죠.”라고 하며 은근슬쩍 남편자랑을 덧붙였다. 그 밖에도 “농사일을 하다보면 노래를 들을 시간도 없고 부를 기회도 많지 않은데 이렇게 노래교실에서 노래도 듣고 부르기도 하니까 안 좋을 수가 없다.”고 노래교실에 대한 자랑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노래교실의 열렬한 추종자인 조씨도 안타까운 점이 있다고 한다. “노래교실을 면사무소에서 하면 가끔 사용시간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어서 불편하고, 다목적 센터에서 하는 경우에는 공간이 너무 좁아서 불편했는데 앞으로는 노래교실이 열리는 공간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상면노래교실이 이렇게 잘 운영되는 것을 보면 누구 하나 잘하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힘들다. 다양한 회원들이 모여 다함께 서로 화합하고 조화를 이뤄가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많은 서상면에서도 운영 잘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노랫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서상면 노래교실에는 그들만의 따듯한 분위기가 흘러넘쳐 추운 날씨도 잊게 만들고 있었다. 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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