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살 놔~ 사람이 하던 짓 안하면 큰일 나는 기라~> 내가 올해는 무유황으로 곶감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하니 매년 감 수확 할 때부터 곶감깎기 작업을 도와주시는 절터댁 아지매가 말렸다. 곶감 만드는 거 한 두해 해본 거도 아닌데 왜 씰데 없는 짓을 하느냐고 펄쩍 뛰며 적극 만류했다. <안 돼~ 안 돼~ 유황 안 피우고는 절대 안 돼~ 시꺼멓게 되면 어째 팔려고~> 내가 곶감을 얼마나 깎았나 궁금해서 들렀다는 이웃마을 중기행님도 그냥 하던대로 하라고 단호하게 권했다. 솔직히 나도 어쩌다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수년 전에도 생얼로 만든 적이 있다. 그 때는 내가 만든 곶감을 팔아주던 지인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자기가 책임지고 다 팔아 줄테니 아무 걱정 말고 꼭 무유황으로 말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유황 피우는 일도 힘든데 얼씨구나 잘 됐다싶어 아무 걱정하지 않고 생얼로 만들었는데 막상 곶감이 시꺼멓게 되자 자기만 믿으라던 그 사람이 딴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까마귀보다 더 시커멓게 된 그 곶감은 결국 모두 똥값에 처분하고 말았다. 시꺼매도 그렇게 시꺼멓게 될 줄은 몰랐다나? 제기랄..... 사실 유황훈증은 기준에 맞게만 하면 건조 후 판매할 시점에는 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곰팡이도 방지하고 때깔도 좋아지는) 이것을 굳이 안할 이유는 없다. 아니 하는 게 맞다. 수년 전에는 혹시 모르는 일이라 해당기관에 검사를 의뢰한 적도 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근데 어쨌든 올해는 생얼로 곶감을 만들게 되었는데 굳이 이유를 추궁해본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거 같다. 어떤 사람은 무유황으로 만드는데 곰팡이 방지는 해야 하니 주정을 뿌린다는 말도 들었다. 주정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날아가기 때문에 아주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맛을 못 느낀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곶감농사가 일년 농사인 사람이니 생얼곶감 만들다가 잘못되어 때깔이 안 나오면 망하게 되는 거라 막상 시작해 놓고도 갈등을 겪었다. 어떤 날은 예민해져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하루는 날이 밝았구나 하고 눈을 떠니 새벽 4시였다. 너무 일찍 일어났구나 하고 다시 잠을 청하는데 눈이 말똥말똥해서 마당에 나가보니 된서리가 하얗게 내렸는데 하늘에 별이 서리보다 많았다. (내 걱정은 그 별보다 더 많았고.) 나는 그 많은 별이 서리와 함께 곶감에 내려와서 곶감 때깔도 좋아지고 맛도 깊어지게 해 달라고 속으로 빌었다. 각설하고 결론을 말하자면 올해 나의 어리석은 도전은 성공했다. 세 개중 두개는 때깔이 잘 나왔다. 비록 세 개중 한 개는 때갈이 그냥저냥 이지만 애교로 봐줄만해서 분을 내고 가격을 좀 눌게 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을 거 같다. 아내는 요즘 곶감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데 왜 빨리 빨리 안파느냐고 채근한다. 나는 곶감에 분이 더 나고 감칠맛이 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 생각은 다르다. 곶감이 적당히 달아야지 너무 달면 안 된다고, 때깔이 좋을 때 팔아야 한단다. 어쨌든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생얼곶감 때깔이 화장한 거랑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예쁘다. 내 배 아프며 낳은 자식이라 내 눈에만 그래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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